사실 <아레나>와는 구면이다. 아우디와 함께한 ‘A-MOVIE’ 프로젝트에 멘토 변영주 감독과 참여한 경험이 있다. 데뷔작 <여중생A>에 대해서도 변영주 감독이 멘토 역할을 해줬나?
물론이다.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편집본까지 보여드리고 조언을 많이 얻었다. 좋아하고 존경하는 감독으로서, 또 선배로서 아직 내가 겪어보지 못한 일들에 대해 많은 도움을 주신다. 잘 모르는 일에 부닥치면 당황하지 않고 변영주 감독님께 전화해서 여쭤보면 된다. 하하. <아레나>를 통해 인연을 맺은 변 감독님은 첫인상은 무서웠지만(웃음) 그 누구보다도 나를 많이 걱정해주시고 따뜻하게 대해주신다. 생각만 해도 든든하다.
영화의 원작인 웹툰 <여중생A>는 굉장히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영화화가 결정되고, 가장 먼저 캐스팅된 배우가 주인공 ‘미래’ 역할의 김환희였다고? 우리에겐 <곡성>의 ‘뭣이 중헌디’로 선명하게 기억되는 배우이기도 하다.
처음 만났을 땐 마침 원작의 주인공과 나이가 같은 중학교 3학년 학생이었다. 그냥 그 또래 학생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연기할 때 뭐가 가장 힘들어요?” 물었다. 그랬더니 “카메라 앞에 설 때마다 내 모습이 어떻게 비칠지 불안하고 조마조마하다”고 대답하더라고. ‘또래에 비해 연기에 대한 고민을 깊이 있게 하는구나’ 싶더라. 함께 작업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가장 먼저 캐스팅했다.
또 다른 주연 배우는 김준면이다. 우리에게는 ‘엑소’의 리더 ‘수호’로 알려졌다. 어떻게 ‘재희’ 역에 김준면을 떠올린 건가?
원작에서 ‘재희’는 고등학생 정도의 나이대다. 그래서 그 또래 배우들을 많이 만나봤지만 이미지에 딱 맞는 배우를 캐스팅하기 어려웠다. 그럼 나이대를 조금 올려보자고 생각했다. 꽤 많은 배우들의 프로필을 봤는데 그중 김준면 배우의 프로필은 엑소 콘서트 때 찍힌 사진이었다. 노랗게 염색한 머리가 굉장히 잘 어울렸는데, 그 모습이 웹툰 속 ‘재희’ 같았다.
방대한 원작을 두 시간 남짓한 영화로 옮기려면 뺄 것은 빼고, 더할 것은 더해야 했을 거다. 원작에서 남겨둬야 할 핵심은 뭐라고 봤나?
원작은 대서사시에 가까웠다. 여중생 ‘미래’는 현실 세계에 발을 붙이지 못한다. 가장 좋아하는 게임 세계 ‘원더링 월드’ 속에서 위안을 얻고, 소설로 희망을 찾는다. 1년 넘는 시간 동안 벌어진 일들을 세밀하고 꼼꼼하게 묘사한 원작을 그대로 담기에 영화는 시간적 한계가 있었다. 고민 끝에 전반부 이야기에 집중하기로 했다. 원작은 아주 사실적인 묘사가 돋보이는 한편 순간순간 판타지가 등장한다. 그런 부분을 극대화해서 보여주고자 했다. 영화 <여중생 A>는 지극히 현실적인 한 소녀의 성장담으로만 읽히는 대신, 한 편의 동화처럼 보여주고 싶었다.
영화의 중요한 키워드는 ‘성장’인 것 같다. 어떤 의미의 성장인가?
여중생 미래에게 성장이란 어른이 된다는 의미에 가깝다. 그런데 어른이 된다는 건 이별에 익숙해진다는 거다. 어린 시절 갖고 놀던 장난감을 떠나보낸다거나, 좋아하는 누군가를 만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마주하면서 받아들이는 것이 성장 아닐까?
이 영화를 완성하고 나서 본인도 성장한 것 같나?
작품을 하나씩 끝낼 때마다 조금씩 나아지는 느낌이다. 현장에서 여유로워진다거나, 스태프들과 소통하는 방법이 나아졌다거나 하는 식으로. 이렇게 조금씩 좋아지니까 <여중생A> 다음 작품도 더 좋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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