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상황을 많이 만들어 연습한다. 다운 당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생각하며, 일부러 넘어지기도 하고, 등을 내주기도 한다. 센스라고 평가하면 내 노력이 평가저하되는 감이 있다.”
코리아 좀비가 있었다. 데이나 화이트를 비롯한 UFC 관계자들은 코리아 좀비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공식 행사에 등장했었다. 빠진 팔을 끼워 넣으며 경기하는 강한 투지, 현란한 난투. 코리아 좀비 정찬성에게 UFC 팬들은 매료되었다. 정찬성은 오랜 기간 UFC 페더급의 강자로 군림했다. 랭킹을 올리며 챔피언 벨트 가까이 다가갔지만 그때마다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군 복무도 해야 했다. 3여 년의 공백기를 보내야 했다. 그사이 결혼을 했고, 군 복무를 마쳤으며, 몸도 정상 컨디션을 되찾았다.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 격투기 종목에서 3년은 너무 큰 공백이다. 하지만 2017년 2월 정찬성은 복귀전에서 어퍼컷으로 팬들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그런데 라마스와 대결을 앞두고 십자인대 부상을 당했다. 수술과 재활 치료를 마치고 복귀 준비 중인 정찬성을 만났다.
지난해 십자인대 부상을 당했는데, 지금 몸 상태는 괜찮은가?
좋다. 수술한 지는 11개월 정도 됐고, 마무리 재활도 거의 다 완수했다. 아무래도 레슬링과 주짓수를 하다 보니 십자인대를 쉽게 다친다. UFC에 십자인대를 다친 선수들이 많다.
당시 페더급 랭킹 3위였던 라마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다쳤다.
너무 아쉬웠다. 부상은 의도치 않게 찾아온다. 물론 부상당하지 않는 것도 실력이지만 나는 그런 실력은 없는 것 같다. 평소 훈련 방식이 중요한데 나는 다칠 위험이 있는 훈련을 주로 한다. 하지만 훈련 방식은 바꾸기 쉽지 않다. 평소 이 방식대로 해서 성적이 잘 나왔다면, 다른 방법을 선택하기 어렵다. 그래서 문제가 된 거다.
거친 훈련 방식을 고집하는 게 징크스 때문은 아닌가?
그건 아니다. 선수마다 훈련 방법이 다르다. 스파링을 자제하고 기술 연습 위주로 하는 경우가 있는데, 나는 스파링하면서 기술 연습도 병행한다. 아마 국내 선수는 대부분 나처럼 할 것이다. 미국에서도 훈련을 받아봤는데, 거기서는 드릴이라고 하는 반복 연습을 주로 한다. 평생 동안 해온 내 운동 방법을 버리고, 반복 훈련을 하려니 만족이 안 되더라. 하루에 이 정도 운동을 하고 시합에 출전하는 게 맞는 건지 의심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훈련 방식이 유독 힘든 것은 아닌가?
그렇지는 않다. 미국의 격투기 문화가 우리나라보다 수준이 높기 때문에 훈련 방식에서 차이가 있는 것이다. 외국은 격투기 코치가 기술별로 세분화되어 있다. 그리고 각 코치들은 자신의 전문성만으로 먹고살 수 있을 정도로 돈을 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불가능하다. 외국과 훈련 방식이 다른 것은 시장 규모와 문화 차이 때문이다.
스파링은 변수가 많은데 기술을 어떻게 구현하나?
연습해야 하는 기술을 구현할 상황을 만든다. 예를 들어 펀치를 맞고 다운됐을 경우를 연습할 때면 일부러 맞고 넘어진다. 내 기술을 구현할 상황을 유도하는 것이다. 만약 시합 상대가 레슬러일 경우 그 선수가 자주 사용하는 기술을 쓰게끔 포지션을 내어주기도 한다. 스파링에서는 상대 선수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내 기술을 사용하는 법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백기가 많았다. 복귀전인 데니스 버뮤데즈와의 경기가 지난해 2월에 있었다. 격투기에도 트렌드가 있을 것이다. 쉬다 보면 트렌드에 뒤처지는 것은 아닐까 불안할 것 같다.
미국에서 훈련받기도 했는데, 요즘은 훈련 방법이나 기술을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다. 더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개발 중인 기술들이 있다. 그런 자료를 찾아본다. 중요한 것은 그 기술을 연습하냐 안 하냐의 차이다.
격투기 선수에게 필요한 자질이란 무엇일까?
10년 넘게 선수 활동을 해온 경험을 기준으로 말하자면, 선수는 신체적으로 뛰어난 사람과 정신적으로 뛰어난 사람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그런데 두 가지를 모두 갖춘 사람은 몇 없다. 신체 조건이 매우 좋은 사람들은 훈련을 제대로 안 하고, 신체 능력에만 기대서 싸운다. 정신력이 매우 강하지만 몸이 안 따라주는 사람들도 있다. 운동선수로서 성공하겠다면 정신력과 기본적인 신체 능력을 겸비해야 한다.
UFC에는 두 가지 모두 갖춘 사람들이 많은가?
그렇다. 특히 근질과 같은 신체 능력이 동양인보다 월등한 경우가 많다. 체급 싸움이다 보니 내 체급에서는 그 차이가 뚜렷하진 않지만, 근육량이 많은 높은 체급일수록 신체적 차이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본인은 다 갖췄다고 생각하나?
신체는 저주받았지. 하하. 너무 많이 다쳤다. 정신력은 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예전의 나는 차갑지 못했다. 경기에서는 냉정해야 이기는데, 쉽게 뜨거워졌다.”
30대 이후 경기 스타일에 변화가 생겼나?
예전의 나는 차갑지 못했다. 경기에서는 냉정해야 이기는데, 쉽게 뜨거워졌다. 감정을 다스리며 경기를 이끌어나가려면 경험이 필요하다.
정찬성의 강점은 무엇일까?
음, 정신적으로 강하며 그게 무기라고 생각하고 싶은데 확신은 없다. 그냥 그렇게 믿을 뿐이다.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야 된다.
UFC에서 트위스터 기술을 처음 선보인 선구자다. 트위스터는 어떻게 사용하게 됐나?
주짓수 선수들이 잘 쓰는 기술인데, 인터넷에서 보고 연습을 해봤더니 팔다리가 긴 내 신체 조건과 잘 맞아서 쓸 만했다. 그래서 익숙해질 때까지 연습했다. 트위스터를 반드시 써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아니라 연습 상황이 발생해서 몸에 밴 기술을 자동으로 쓴 것이다.
자신만의 독특한 훈련법이나 기술을 연마하는 방식이 있나?
하나에 빠지면 그것만 해야 한다. 트위스터 기술에 빠지면 스파링을 하면서 트위스터만 생각한다. 한 기술에 익숙해지면 다음 기술을 연습한다.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연습을 해야 내 기술이 된다고 생각한다.
격투 센스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복 훈련의 결실인가?
그렇다. 다양한 상황을 많이 만들어 연습한다. 다운 당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생각하며, 일부러 넘어지기도 하고, 등을 내주기도 한다. 센스라고 평가하면 내 노력이 평가저하되는 감이 있다.
격투 센스가 뛰어난 줄 알고 다음 질문으로 일상에서도 눈치가 빠른가를 준비했다.
전혀 없다. 그래서 아내한테 많이 혼난다. 눈치 없이 체육관 동생들의 여자친구를 놀리다 많이 울렸다. 그때마다 동생들한테 사과하고….
딸이 둘이다. 훈련하고, 코치도 겸하고 육아까지 병행해야 한다. 힘들지 않나?
장모님과 함께 산다. 많이 도와주신다. 딸은 다섯 살, 세 살인데 8월에 아들이 태어난다. 육아에 돈이 많이 든다. 이젠 셋이나 되니까 더 열심히 벌어야 하는 상황이라 힘들다.
아이들 키우는 재미는 어떤가? 아빠가 체력이 좋아서 오래 놀아줄 것 같다.
아이들과 노는 건 또 다르다. 10분만 놀아줘도 힘들다. 그래도 애들이 너무 귀엽다. 앉아서 책 읽어주고, 인형 놀이하고, 소꿉놀이도 하고 그런다. 가끔은 아이들이 안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지금은 아이들이 나밖에 모르지만, 사춘기가 되면 아빠랑 안 놀 텐데 걱정이다.
선수로서의 고민은 뭔가?
시합 걱정이다. 빨리 시합을 해야 돈을 벌 테니까. 결국은 돈이다. 세 아이와 아내가 행복하게 살려면 내가 많이 벌어야 한다.
다음 상대로 프랭키 에드가를 지목했다. 이유는 뭔가?
나보다 랭킹 높은 선수 중 가장 강한 선수이기 때문이다. 마침 프랭키 에드가 또한 나처럼 시합할 선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지목한 것이지 특별한 의미는 없다.
상반기가 지나고 있다. 하반기의 목표는?
하반기에는 성공적인 복귀전이 목표이고, 페더급 챔피언이 되는 게 최종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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