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오디션을 더 열심히 봐야죠. 예전보다 편해지긴 했지만 부담이나 압박감이 덜하진 않아요. 그래서 더 본래의 나로 돌아가 마음 편히 지내려고 해요. 그래야 더 힘 빠진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문득 ‘난 중학교 때 뭘 했더라?’ 생각했다. 그냥 학교 다니고 학원도 좀 다니고, 만화책 보고 했던 것 같다. 그렇게 보냈다 하더라도 안 될 건 없지만, 기도훈처럼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는 열여섯 살이라면, 대단해 보이긴 한다. 1995년생인 그는 지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패션모델이었다. 자동차 광고부터 의류까지 다양한 광고의 모델로도 활약했다. 그러다 우연치 않게 출연하게 된 독립 영화를 통해 기도훈은 연기를 시작했다.
“처음 카메라 앞에서 감정을 표현하는 것 자체가 신선하고 흥미로웠어요. 그래서 굉장히 끌렸고 그 느낌을 따라가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그렇게 스무 살 기도훈은 연기에 도전했다. 에너지 넘쳤던 그는 직접 연기 현장에 뛰어들기도 했다. FD로도 일해보고, 로케이션 헌팅 일을 거들기도 했다. 그렇게 뭐든지 부딪쳐보던 패기 있는 기도훈은 자신감을 채워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학교 2> 오디션이 기억에 남아요. 그전까지 연기 오디션 경험이 거의 없어서 지금보다 더 호기심으로 가득했거든요. 그런데 주어진 대사가 읽히질 않는 거예요. 그래서 감독님들에게 ‘솔직히 뽑아주실 거라 기대하지도 않지만, 연기를 이제 막 시작한 저에게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을지 조언 부탁드린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랬더니 저를 요모조모 살펴보시고는 ‘아직 설익긴 했는데 시간이 지나서 자리 잡으면 괜찮겠다. 열심히 쭉 해봐’라는 답을 얻었어요.”
이 정도 배짱이면 뭐가 되도 된다. 영화 <쎄시봉>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드라마 <왕은 사랑한다>에서 ‘왕’ 임시완의 그림자 호위 무사 ‘장의’를 연기하면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었어요. ‘세자 저하께서 말씀하시길’로 시작해 4페이지 정도의 대사를 혼자 이어나가야 하는 장면이었는데, 엄청나게 많은 NG를 냈거든요. 저는 그림자 호위 무사였기 때문에 그늘이 드리운 처가 밑에서 대사를 하다, 그늘이 사라지면 딱 빠져야 했는데, 결국 모든 스태프들을 고생시켰어요. 모두에게 심려를 끼치는 바람에 멘탈이 붕괴됐지만, 시완이 형이 잡아주곤 했어요.”
대중에게 좀 더 선명하게 남은 건 최근 종영한 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 덕분이다. 열일곱 살 때 청력을 잃은 바리스타 ‘여하민’을 풋풋하게 연기하며 수많은 ‘남친 짤’을 탄생시켰다. 기도훈은 상대방의 입 모양을 보고 대화해야 하는 ‘여하민’ 역할의 오디션 현장에 이어폰을 끼고 갔다. 귀가 들리지 않아도 의사소통하는 방법을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촬영 시작하기 전, 복지센터에 가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면서 그분들의 눈빛을 많이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또 극중 직업이 바리스타라 소속사 레스토랑 1층 카페에서 커피 만드는 걸 배우기도 했고요.” 호평 속에서 무사히 작품을 마친 그는 요즘 ‘소중했던 하민이를 떠나보내고 다시 원래의 기도훈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에 <왕은 사랑한다> ‘장의’ 역할을 맡았을 때보다 오히려 더 부담감과 스트레스가 컸어요. 어쨌든 제 연기 때문에 청각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생긴다거나 하는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거든요. 드라마 촬영 내내 그런 고민을 계속 했어요.”
스물네 살 청년 기도훈은 웨이크보드도 타고, 테니스도 치면서 에너지 넘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제 오디션을 더 열심히 봐야죠. 예전보다 편해지긴 했지만 부담이나 압박감이 덜하진 않아요. 그래서 더 본래의 나로 돌아가 마음 편히 지내려고 해요. 그래야 더 힘 빠진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오늘 이렇게 자신의 인생을 열심히 이야기한 청년의 이름은 기도훈이다. 아마 곧 그의 이름과 얼굴을 더욱 선명하게 기억할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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