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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Journal

‘요즘 재밌는 거 뭐 있어?’라는 질문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할 수 있는, 6월이 가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이슈 11가지.

UpdatedOn June 0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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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  차일디시 감비노의 한 방

가공할 파괴력이다. 차일디시 감비노의 새 뮤직비디오 ‘This Is America’는 공개된 지 3일 만에 유튜브 조회 수 4천만을 훌쩍 넘겼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매체들이 앞다퉈 ‘This Is America’의 뮤직비디오와 음악을 분석했고, 인스타그램과 트위터를 비롯한 SNS에서는 무수한 말들이 쏟아졌다. 아마 ‘This Is America’ 뮤직비디오를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누구든 첫눈에, 감비노가 이 음악과 영상에 삽입한 상징과 의도를 모두 알아채기는 어려울 테니까. 감비노는 ‘This Is America’ 뮤직비디오에서 과장된 몸짓과 절제된 움직임, 기묘한 표정으로 배경에 펼쳐지는 광기 어린 혼돈을 의도적으로 가렸다. 뮤지션으로서 차일디시 감비노는 굉장한 전술가다. 원하는 메시지를 강렬하게 전하기 위해 의도한 장치들을 드러내는 듯하면서 숨기는데, 그러면서도 논쟁적인 지점은 정확히 겨냥해 불을 붙인다. ‘This Is America’가 보여준 엄청난 파괴력은 지금 미국 사회에 대한 감비노의 분노에서 촉발돼 그 자신의 천재적인 전술로 차곡차곡 쌓아올려 만든 결과다. 물론 그의 천재성 중 가장 귀한 점은 ‘This Is America’로 증명한 것과 같이, 그 자신이 아티스트로서 이 시대에 어떤 통렬한 메시지를 표현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알고 행하는 능력일 테다.

 

 02  큰 차의 로망

서울에서 픽업트럭이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은 최근 일이다. 포드 F150 랩터, 토요타 타코마 등이 병행 수입되고 있다. 사실 픽업트럭은 과거 국내 시장에 진출한 적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좁은 도로 사정과 그보다 좁은 주차장 규모 또 비좁은 골목길과 비싼 기름값 때문에 팔리지 않았다. 픽업트럭은 효율성이 떨어지는 차로 여겼다. 무엇보다 값싼 용달 트럭이 많아 경쟁력이 떨어졌다. 그때는 픽업트럭을 화물차로만 바라봤다. 자동차세 2만8천5백원의 상업용 트럭 말이다. 하지만 최근 서울 번화가에 등장한 픽업트럭을 보면 화물칸에 화물이 없다. 대신 캠핑 장비, 스포츠 장비가 실려 있다. 비어 있는 경우도 흔하다.

이제는 픽업트럭을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기는 ‘활동적인’ 사람들을 위한 자동차로 바라보는 시선이 늘었다. 그럴 만한 것이 픽업트럭이 지닌 고유의 멋 때문이다. 6기통 이상의 크고 강력한 엔진, 일반 승용차를 경차로 만드는 압도적 크기, 오프로드를 휘젓고 다니는 사륜구동 시스템, 넉넉한 화물칸 게다가 인상도 터프하다. 편의 장치가 많고 운전도 쉽다. 10단 기어를 장착한 경우도 있다. 픽업트럭은 유틸리티 측면에서 SUV보다 월등히 뛰어나다. 과거 SUV가 인기를 끈 것은 유용성과 더불어 세단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강인함 때문이었다. 오프로드를 헤집고 다니는 터프함과 온로드에서 재빠른 주행이 가능한 스피드를 결합한 덕분에 많은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소형 SUV가 나오고, 전륜구동 SUV가 넘쳐나는 마당에 더 이상 SUV에서 남성성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경제논리에 따라 SUV의 남성성이 거세된 것이다. 더 특별하고 강인한 멋을 찾는 남자들이 꽂힌 것은 픽업트럭이다. 연비가 향상되고, 운전이 쉬워진 최신 픽업트럭으로 어렵지 않게 남성성을 채울 수 있게 되었다. 픽업트럭의 인기에 발맞춰 국산 차들도 중형 픽업트럭을 선보였다. 그러나 테스토스테론을 분출하는 정통 픽업트럭이 될지, 아니면 어설픈 개조로 큰아버지 차가 될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03  주목할 웹툰 <우두커니>

<우두커니>는 지난 3월부터 다음 웹툰에서 연재된 심우도 작가의 웹툰이다. 부제는 늙은 아버지와 사는 집이다. 주인공은 결혼 5년 차의 여자다. 남편과 함께 내일모레면 아흔 살인 친정아버지를 모시고 산다. 그런 아버지에게서 치매 증상이 나타난다. 웹툰은 여자가 아버지를 모시고 치매 검사를 받으러 다니며, 고민하고, 생활하는 내용을 담담하게 묘사했다. 과장이 없고, 환상적인 요소도 없다. 그림은 단순하고, 색도 세 가지 이상을 사용하지 않는다. 슬픔을 억누르고 정신을 차려야 하는 상황에 놓인 여주인공의 행동처럼 차분하다. 서사는 조금씩 악화되는 아버지의 증상과 아버지의 행동으로 채워진 일상이 전부다. 딸이 쓴 투병 일기를 읽는 기분이다. 독자는 우두커니 서서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보는 딸을 바라보게 된다.

 

 04  러시아 월드컵의 우주전쟁

2018 러시아 월드컵은 총 12개 경기장에서 치러진다. 12개의 경기장 중에는 보수해 재개장한 곳들이 있고, 월드컵 경기장 기준에 맞춰 좌석을 일시적으로 확장한 곳도 있다. 월드컵이 끝나면 추가한 좌석을 철거한다고 한다. 또 남아공의 FNB 경기장과 동일한 디자인으로 표절 의혹을 받는 경기장도 있다. 스탈린그라드 전투 당시의 폭탄이 발견되어 조금 늦게 착공한 곳도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경기장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경기장들을 살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우주선이다. 2018 러시아 월드컵 경기장 설계의 주제는 우주 개척이다. 대표적으로 사마라 아레나를 꼽을 수 있다. 65m 높이의 유리돔 형태로 지어 러시아에 불시착한 UFO 형상을 닮았다. 사마라는 소련 시절 우주 산업의 메카였다. 도시의 특성을 살려 아름다운 우주선의 형태를 재현했다. 일본의 구로카와 기쇼가 설계한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 또한 우주가 주제다. 마찬가지로 UFO 형태다. 1960년대 공상과학 영화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비행접시 모양으로 건설됐다. 이유는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매우 추운 지역이다. 축구 리그가 겨울에 열리는 점을 감안하면 혹한을 대비한 설계가 필요했다. 그래서 천정에는 개폐가 가능한 투명한 유리 지붕을 설치했다. 지붕을 닫으면 완벽한 UFO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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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  류이치 사카모토의 다 카포

2014년, 인후암 판정을 받고 모든 활동을 중단했던 류이치 사카모토는 존경하던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요청으로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의 OST 작업을 시작하면서 다시, 음악계로 돌아왔다. 이후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OST부터 알바 노토와 함께한 앰비언트 프로젝트 ‘Glass’, 솔로 앨범 <ASYNC-Remodels> 등의 작업을 통해 여전히 동시대적이고 실험적인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앨범 <ASYNC-Remodels>는 그 자신이 가장 듣고 싶었던 소리를 직접 발로 뛰며 ‘찾아 나서서’ 완성한 일종의 실험이다. 도쿄 와타리움 미술관에서 동명의 전시가 열릴 정도로 다층적인 감각의 소리가 담겼는데, 오는 5월 26일 서울에서 열리는 특별전 <류이치 사카모토: 라이프, 라이프>로 <ASYNC-Remodels>가 지닌 감각적인 소리의 향연을 즐길 수 있다. 이번 전시에는 백남준과 함께한 영상 <올 스타 비디오>, 영화감독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이 만든 영상, 야마구치 정보예술센터에서 작업했던 대규모 미디어 설치 등 그가 직접 제작했거나 영향을 주고받은 협업을 통해 완성한 작업들이 소개된다. 전시는 5월 26일부터 10월 14일까지, 회현동의 새로운 문화 공간 피크닉(Piknic)에서 열린다.

 

 06  자라난 마징가

<마징가 Z>는 어른을 위한 애니메이션이다. 내용 때문은 아니고, 마징가 Z에 대한 추억을 가진 연령층이 나이가 많아서다. 어른의 감성을 로봇 액션으로 촉촉이 적셔주기 위해 <마징가 Z> 후속편을 만들었다. 또 마침 원작자 나가이 고의 데뷔 50주년이기도 해서 겸사겸사 완성했다. 1970년대에 방영된 TV 시리즈 <마징가 Z> 이후 10년 뒤 이야기다. 여전히 악당은 닥터 헬과 그 일당이다. 이번에 등장하는 마징가 Z는 25m 크기로 그레이트 마징가 수준이다. 1970년대보다 훨씬 발전된 3D 애니메이션 기술을 적용했다. 액션 신이 화끈하고, 입체적이다. 마징가 Z를 잘 몰라도 충분히 흥분할 만한 액션이 많다.

 

 07  요리스 라만이 쏘아올린 하이브리드 디지털 크래프트

요리스 라만의 작품은 마주한 순간, 엄청난 속도로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공상과학적인 아이디어와 고도의 기술, 정교한 수작업이라는 상반된 특성을 거침없이 내뿜기 때문이다. 이 호기심은 곧 작가의 방대한 관심사로 이어진다. 대체 이 젊은 작가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탐구하는 것일까. 요리스 라만은 2003년에 에인트호번 아카데미를 졸업했다. 이듬해인 2004년에 곧장 <월페이퍼> 매거진에서 주관하는 ‘올해의 젊은 디자이너 상’을 받았다.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이 첫 번째 시기에 요리스 라만은 아주 민첩하고 확신에 찬 행보를 보였다. ‘요리스 라만 랩’이라는 스튜디오를 설립한 것이다. 요리스 라만 랩은 과감하고 새로운 미학적 실험을 하는 연구실이다. 연구와 실험, 획기적인 기술을 통해 디자인의 가능성을 탐구하겠다는 뜻에 공감한 과학자, 엔지니어, 프로그래머 및 공예가들로 구성된 다학제 집단이다. 요리스 라만은 이때 이미, 디지털 기술이 물리적 제품의 디자인, 제작, 유통, 보호 심지어 재활용하는 방법을 규정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20세기 초 모더니즘 개척자들은 당시 떠오르던 산업적인 제조 기법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에 대한 미학과 우리의 생각을 존중하고 변화시켰다. 지금은 또 다른 시대로 전환되는 시기다. 요리스 라만은 시대적 혁신의 맨 앞자리에 서기를 자처했다. 디지털이 디자인에 관한 우리의 생각을 바꾸는 이 시대와 디지털 혁명의 끝없는 가능성에 관한 광대한 호기심이 바탕이었다.
“과학자가 예술가의 정서적 창의성과 자유의지를 활용하고, 예술가가 과학자의 규율과 기술을 적극 활용한다면 훌륭한 성과를 이루어낼 수 있다”는 라만의 철학을 바탕으로 그의 연구실은 창의적이고 미학적인 성과를 거두어왔다. 그 정수가 바로 직접 개발한 3D 로봇 프린터인 MX3D. MX3D는 2011년 즈음부터 요리스 라만 랩이 시도하는 모든 실험의 핵심이다. 이때부터 요리스 라만 랩의 모든 작품은 기존의 가구와 디자인 영역에서 쓸 수 없는 소재를 사용해 유려하고 생동감 있는 형태로 완성되기 시작했다. MX3D는 세계 최초로 금속을 3D로 출력해내는 프린터다. 팔처럼 생긴 로봇이 소량의 녹인 금속을 허공에 출력하는데 공중에서 교차선을 그릴 수 있는 점이 혁신적이다. 스틸 소재의, 망으로 이루어진 비대칭적이고 유기적인 형태를 완성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2017년 말부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강 위에는 사람의 개입이나 특별한 지지 구조물 없이 (공중에) 금속 다리가 건설되고 있다. 실제로 사람들이 지나다닐 수 있는 강도를 갖춘, 20년 이상의 내구성을 지닌 강철 다리다. 요리스 라만 랩과 그의 MX3D 로봇이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다.
요리스 라만이 국내에 처음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직접 소개한 것은 2011년 국제 갤러리의 개인전을 통해서다. 당시 그는 32세의 작가로서 이례적으로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영구 소장되는 영예를 안았다. 뉴욕현대미술관 디자인 건축 분야 수석 큐레이터 파올라 안토넬리는 그를 이렇게 평했다. “혁신적인 역량과 아르누보로 회귀하는 유기적 전통을 조화시킨 획기적인 디자이너다.” 지난 5월 10일, 국제 갤러리는 요리스 라만의 두 번째 개인전 <요리스 라만 랩: Gradients>를 열었다. MX3D로 완성한 ‘드래곤 벤치’, 완벽히 미래적이면서도 아름다운 형태를 자랑하는 ‘그라디언트 체어’를 비롯한 근작 및 신작을 포함해 3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혁신을 거듭해온 요리스 라만 랩은 수공예와 기술의 공생을 믿는다. 이들이 꿈꾸는 공생을 이번 전시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08  쇼핑 소년의 탄생에 부쳐

책은 저자인 김신이 사춘기 시절, 부모의 관리와 보호로부터 자신의 패션 취향을 독립하려는 강한 의지를 깨달으며 시작된다. 이때 독립 의지는 곧 그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려는 욕구에서 출발했음을 상기하면서 그는 디자인 기호학에 관해 설파한다. 디자인 칼럼니스트인 김신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늘 고민해왔다. 이를테면 이런 문제들. 사람이 만든 물건은 대개 어떤 용도, 분명 실용적 목적으로 계획되고 만들어진다. 기능주의자는 이런 필요를 충족시키면서 사물이 실패를 통해 더욱 기능적인 디자인으로 진화한다고 보는데, 그렇다면 기능이 똑같은 물건, 일례로 독일의 밀레와 영국 다이슨이 만드는 청소기는 왜 모양이 전혀 다른 걸까. 책에서는 청소기라는 똑같은 물건을 디자인한 주체가 서로 전혀 다른 기호학적 접근을 했기 때문이라는 지점을 파고든다. <쇼핑 소년의 탄생>은 디자인이 갖는 문화적 요인, 상징적 요인을 에세이와 비평문 형식으로 써낸 글들을 엮었다. 삶 속의 디자인, 사물의 의미, 우리의 시각 문화, 디자인의 개념까지 4개 장으로 구성했다. 

 

 09  신선한 LSD가 왔어요

이런 조합이라면 언제든지, 얼마든지 환영이다. 영국의 멋쟁이 뮤지션 라브린스, 비교 불가능한 싱어송라이터 시아, 현시대 댄스 무브먼트의 가장 중요한 인물이자 EDM 신의 천재 크리에이터 디플로가 갑자기 그룹을 결성했다. 이들 이름의 앞 글자를 하나씩 따와 ‘LSD’다. 첫 번째 싱글 ‘Genius’는 발매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서 천만 유튜브 뷰를 기록했다. 시대를 가늠하기 어려운 독특한 차림의 세 사람이 바닷가 절벽 아래 서 있는 사진이 이 ‘슈퍼그룹’의 느낌을 고스란히 전달해준다. 연달아 발표한 두 번째 싱글 ‘Audio’ 역시 활기가 넘치는 신선한 곡. 뮤직비디오엔 라브린스와 디플로가 직접 출연했다. 어쩐지 신비주의를 고수하는 시아는 자신을 닮은 풍선으로만 등장한다. 대신, 본인의 메가 히트곡 ‘Chandelier’의 한 대목처럼 고난도 춤을 보여주는 어린 소녀가 눈길을 끈다. 

 

 10  드디어 시즌 2다

딱 1년을 기다렸다. 넷플릭스 가입을 유도한 일등 공신, 대표적인 오리지널 시리즈 <루머의 루머의 루머(13 Reasons why)> 시즌 2가 돌아왔다. 제작자 셀레나 고메즈는 어른이 되기 전 마지막 관문을 힘겹게 통과하는 청소년들의 아픔을 정면으로 다루고자 했다. 누구에게나 친절했던 소녀 해나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친구들 앞에 녹음 테이프가 배달된다. 13개의 녹음 속에는 왜 해나가 죽을 수밖에 없었는지, 끔찍하고 슬픈 진실이 담겨 있다. 마음이 넉넉한 넷플릭스는 시즌 1을 한꺼번에 업로드해놓았고, 덕분에 밤을 새고 ‘13가지 이유’를 찾고자 하는 ‘루머 폐인’이 배출됐다. 이 재미에 빠져 넷플릭스 덕후가 된 이들도 꽤 많다. 그리고 1년 후, 어떤 이야기로 이어나갈지 셀레나 고메즈의 ‘빅 픽처’가 궁금해진 가운데 시즌 2가 시작됐다. 이번엔 폴라로이드 사진이다. 해나의 죽음 이후, 클레이에게 남겨진 폴라로이드 사진을 둘러싼 진실을 추적한다. 이번에도 잠을 자긴 글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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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구글 어시스턴트의 혁명

이건 분명 혁명이 맞다. 지난 5월 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쇼라인 앰피시어터에서 열린 구글 연례 개발자회의(I/O 2018) 기조 연설에서 구글 최고경영자 순다르 피차이는 구글 어시스턴트 ‘듀플렉스(Duplex)’와 인간의 대화를 녹음해 들려줬다. 미용실에 예약 전화를 건 구글 어시스턴트는 도무지 인간이 아니라고 의심할 수 없을 만큼 인간적인 목소리로 대화를 이끌어갔다. 입력된 시간에 예약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변수에 대응했다. 심지어 ‘으흠~’이라는 여유만만한 답변까지 쏟아내자, 개발자회의에 모인 7천5백여 명의 참석자들은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이어지는 식당 예약 역시 엄청나게 혼잡한 변수들 속에서 자연스럽고 정교한 대화를 통해 예약에 성공했다. 구글 어시스턴트의 새 기능 듀플렉스는 여섯 종류의 목소리를 사용할 수 있어 음성 분석만으로는 인간인지, 로봇인지 식별이 불가능하다. 2년 전 공개된 구글의 음성비서 서비스는 이제 영화 <그녀>의 스칼렛 요한슨만큼이나 똑똑해졌다. 영리함과 신기함을 넘어서 약간의 공포까지 느껴질 정도다.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 비서는 얼마든지 인간을 대체할 수 있고, 심지어 능가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다. 그래서 유력 언론 매체들은 일제히 ‘사람 흉내를 내는 끔찍한 인공지능 로봇’이라는 비판을 내놓았다. 호들갑은 아니다. 대화가 끝나는 순간까지도 인간이 아님을 전혀 눈치 챌 수 없는 인공지능은 윤리적,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구글 어시스턴트는 주인이 자신에게 지시하는 말과 주인이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말을 구분할 줄 알고, 상대가 예의 바르게 말을 걸면 이에 맞게 ‘공손하게 말하기’ 기능을 추가했다. 이런 기능을 갖춘 구글 홈은 올해 안에 한국을 비롯한 7개국에 출시될 예정이다. 이 갑작스러운 진화 앞에 인간은 어떤 태도를 취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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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이경진, 조진혁, 서동현

2018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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