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청춘>으로 위너가 함께 호주를 갔을 때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진짜 여행 같아서 되게 좋았다. 매 순간 ‘아, 행복해’ 하고 생각했다. 2017년은 내 인생에서 제일 바쁘고 또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해였다.”
이번에 위너의 두 번째 정규 앨범 <EVERYD4Y> 활동을 시작하면서 ‘스케줄이 이미 많지만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발언을 했다. 어떤 의미인가?
물 들어왔을 때 노 젓고 싶은 마음인 거다. 하하. 물론 지금 굉장히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쉼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예전에 연습생 생활을 오래 했을 때, 또 공백기를 떠올려보면 바쁘지 않을 때의 고통이 얼마나 컸는지 새삼 생각하게 된다. 바쁠 때보다 더 힘들었던 걸 알아서, 계속 바쁘고 싶다.
바쁘게 사는 사람들은 하루 24시간 아니라 더 길었으면 하던데. 하루가 몇 시간이면 적당할 것 같나? 한 40시간?
아니, 한 42시간? 선미의 ‘24시간이 모자라’는 정말 명곡이다. 하하. 가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 때 ‘나만의 공간과 시간을 만드는 초능력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모든 게 다 일시 정지되고 나만 움직이는 거지.
유독 행복한 2017년을 보냈다. 생각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순간들도 있었지?
일단 <꽃보다 청춘>으로 위너가 함께 호주를 갔을 때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진짜 여행 같아서 되게 좋았다. 매 순간 ‘아, 행복해’ 하고 생각했다. 2017년은 내 인생에서 제일 바쁘고 또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해였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신서유기>에서 ‘송가락’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고.(웃음) 그런 모든 게 다 감사하고, 행복하지.
그런데 위너의 인기는 우연이 아니다. 노래가 매우 좋았으니까, 당연한 결과다. 이번 새 앨범을 통해 위너의 색이 더 선명해진 느낌이다. 개인적으로는 출근길 부스트업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가 만드는 노래가 ‘타임리스’였으면 좋겠다. 예전부터 지향하던 바다. ‘Really Really’가 생각보다 너무 잘돼서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그래서 당연히 부담감은 있었지만, 4년 만의 정규 앨범인 만큼 최대한 마음 편히 작업하고 싶었다. 부담을 가지려면 한도 끝도 없으니까. 최대한 그런 생각하지 않고 작업에 임했다. 우리 네 명의 취향이 고르게 반영돼 위너의 색이 되는 거겠지만, 확실히 전보다 스펙트럼이 넓어진 것 같다.
“그림 그릴 때 내가 가사에 적지 못한 속마음을 퍼즐처럼, 나만 알 수 있게 표현하면서 해소를 한다. 가끔 인스타그램에 내 그림을 올리기도 하는데, ‘혹시 이런 메시지를 누군가 알아볼까?’ 하는 마음도 예전엔 아주 조금 있었다.”
‘위너답다’는 건 어떤 걸까?
글쎄, 나나 위너 멤버 뜻대로 정해지는 건 아닌 것 같다. 뭐가 됐든 ‘위너다운 것’이 있으면 좋겠지. 예를 들어 쇼핑을 하다 어떤 재킷을 봤는데 ‘이거 분명히 승훈이 형 옷장에 있을 것 같은데?’ 하는 것처럼.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송민호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대중에게 어떤 캐릭터로 인식된다는 것이 음악을 만드는 데도 영향을 주나?
예능 캐릭터가 잡히면서 인지도가 갑자기 올라갔다. 평소 위너나 나에 대해 관심 있던 분들은 나의 이런저런 면모를 알았겠지만,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나를 접한 분들은 ‘송모지리’를 떠올릴 거다. 그런 별명을 얻고 기억된다는 게 과분할 정도로 감사하고 좋은 일이지만, 한편으로 내가 무대에서 멋진 퍼포먼스를 할 때도 자칫 안경을 한 번 씌우는 것 아닌가 고민이 컸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아예 하지 않으려고 한다. 예능 안에서의 나와 무대 위에서의 나를 구분하려고 한다. 마치 다른 인격처럼.(웃음)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나의 솔직한 면모를 드러내고, 음악이나 기타 영역에서는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것을 따라가면 되니까.
지난겨울에 라이카 전시회에 온 걸 봤다. 인스타그램 통해서 사진 찍는 데 관심 많은 건 알고 있었는데, 그 한파를 뚫고 사진 관람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작년쯤 카메라에 관심이 생겨서 필름 카메라를 써봤다. ‘감성’적인 작업이라 번거로움을 감수할 각오를 했지만 계속 현상을 맡기고 찾으러 가는 게 힘들었다. 하하. 그래서 그림 그리고 다른 취미를 좀 즐기다가 올해 초부터 다시 카메라에 꽂혔다. 토이 카메라도 써보고, 렌즈도 다양하게 활용해보는 중이다.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 자체가 마음에 힐링을 준다.
주로 어떤 걸 찍나? 사람들? 풍경?
내가 다닐 수 있는 장소는 늘 한정적이다. 활동을 할 때에는 새로운 곳을 가끔 가지만, 보통 작업실과 숍, 방송국이 전부다. 그래서 그냥 함께하는 그 순간의 사람들을 찍는다. 같이 일 하는 스태프나 위너 멤버들. 아니면 팬들이 있는 현장 풍경 등.
그림도 꽤 멋지게 잘 그리던데? 입시 미술을 안 해본, 진짜 자유로운 그림 같더라.
그림은 무척 오래된 내 취미다. 초등학생 때부터 공부는 안 하고 낙서를 하고, 방과 후엔 랩을 했다.(웃음) 덕분에 음악은 내 직업이 됐고, 그림은 내 취미이자 특기가 됐다. 하지만 ‘그림을 그럴싸하게 잘 그리기’라는 기술적인 접근을 넘어 미술을 더 공부하고,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그림이 진짜 좋은 이유는 따로 있다. 곡을 쓸 때 가사에 내 마음을 담는다고 해도 사실은 한정적이다. 또 시간이 지나 나를 아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뭔가 여과를 해야 한다고 할까? 있는 그대로, 너무 거칠게 표현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그림에는 그런 제한이 없다. 그래서 그림 그릴 때 내가 가사에 적지 못한 속마음을 퍼즐처럼, 나만 알 수 있게 표현하면서 해소를 한다. 가끔 인스타그램에 내 그림을 올리기도 하는데, ‘혹시 이런 메시지를 누군가 알아볼까?’ 하는 마음도 예전엔 아주 조금 있었다. 사실 그런 걸 다 떠나서, 그림 그리는 게 그냥 재미있다.
“누군가가 우리를 아이돌이라 부르면 당연히 그러니까, 맞다고 답한다.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가 우리를 아티스트라 불러주면 그 또한 맞다고 한다. 아이돌이 나쁜 의미도 아니고, 아티스트가 엄청 거창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정말 진부한 표현이지만 이제 위너라는 그룹은 서로 눈빛만 봐도 마음을 알 정도의 경지에 오른 것 같다.
당연한 거지, 뭐. 오래 같이 살았으니까. 피 섞인 가족이 눈빛만 봐도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 아는 것처럼. 위너도 똑같다.
앞으로 위너라는 이름으로 더 많은 일들을 할 테지만, 위너로서 어떤 것까지 이뤄보고 싶나?
‘우리가 빌보드를 휩쓸자’ 이런 큰 목표가 있는 건 아니고 활동할 때마다 멤버들끼리 얘기한다. ‘우리 행복을 최우선으로 삼자’ ‘만약 1등을 하게 되더라도 너무 들뜨지 말자’ ‘올 연말에는 상을 받아보자’ 정도. 항상 그런 목표는 우리끼리 나눈다.
위너가 행복을 최우선시하면서 활동하려면 어떤 것들이 충족되어야 할까?
진짜 어려운 문제다. 이번 활동에는 팬들과의 소통을 매우 중요시했다. 우리 스스로 우여곡절도 있다 보니, 팬들의 응원과 사랑이 더 크게 다가왔다. 그래서 팬 사인회를 진짜 많이 했다. 팬들과 더 오래 얘기하고 시간을 보내다 보니 늘 예정보다 지연됐다. 스태프들과 매니저 형들이 고생 많았지.(웃음) 스케줄이 바쁘다 보면 잠을 많이 못 자니까, 예민해질 때도 있지만 최대한 서로 ‘으샤으샤’ 하려고 한다. 힘들어도 그렇게 해야 행복을 찾을 수 있다. 행복하기 전에 행복할 자세를 갖춰야 하니까.
방금 우리는 예능을 하는 송민호와 음악을 하는 송민호의 경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또 다른 경계에 대해 언급하자면, 위너 멤버 송민호와 힙합을 하는 송민호를 들 수 있겠다. 그사이의 균형은 어떻게 찾고 있나?
최근까지 헷갈리고 어려운 부분이었다. 특히나 데뷔 초 앨범에서 내 랩 부분을 들어보면 욕심이 가득하다. 그 짧은 분량 안에 나를 다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좀 다르다. 위너에선 최대한 곡에 융화되려고 한다. 위너에만 중점을 두고 작업을 많이 한다. 솔로 송민호일 때는 나 혼자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하고.(웃음) 나름의 해답을 찾은 상태다.
위너라는 그룹 자체가 지닌 경계도 있다. 이를테면 아이돌 그룹이면서, 또 아이돌 그룹 같지 않다고나 할까?
사실 그런 쪽으로는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우리를 아이돌이라 부르면 당연히 그러니까, 맞다고 답한다.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가 우리를 아티스트라 불러주면 그 또한 맞다고 한다. 아이돌이 나쁜 의미도 아니고, 아티스트가 엄청 거창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보는 사람의 판단에 맡길 뿐이다.
그나저나 위너 활동으로 바쁜 와중에 송민호 솔로 앨범 준비도 하는 것 같던데?
(속삭이듯) 생각보다 빠르게 만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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