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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에 보고, 듣고, 알아둬야 할 열 가지.

UpdatedOn April 1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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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ovie


오직 덕후만이 세상을 구한다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태어난 40대 중반의 덕후, 어니스트 클라인. 각종 직업을 전전했지만 평생 1980년대 대중문화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그는 작가가 된다. 그의 시나리오를 토대로 <스타워즈> 마니아들의 한바탕 소동을 그린 <팬보이즈>(2009)가 영화화됐다. ‘스타워즈 키즈’가 <스타트렉> 마니아인 ‘트레키’를 놀리는 재미가 쏠쏠한, 덕후들만 안다는 B급 영화다. 클라인은 2011년 수많은 고전 비디오 게임과 영화에 대한 무한 애정을 바치는 소설을 출간했다. 오락실 조이스틱 게임을 연상시키는 <레디 플레이어 원>이다. 무대는 2040년대, 트레일러 빈민촌에서 태어난 소년 웨이드가 가상현실 오아시스 게임에서 괴짜 억만장자 제임스 할리데이가 숨겨놓은 이스터에그를 찾는 이야기다. 할리데이의 엄청난 유산을 받기 위해서 모두 1980년대를 미친 듯이 공부하는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이 엉뚱하고 기발한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전설적 인물이 있다. 바로 80년대 할리우드의 아이콘, 스티븐 스필버그다. 더 놀라운 건 스필버그 감독이 이 소설을 직접 영화화했다는 사실이다. 단순히 생각하면 스필버그 역시 오하이오 출신에 같은 시대의 추억을 공유하고 있으니 어떤 너드가 자신에게 바치는 오마주를 ‘이심전심’으로 덥석 물었는지도 모른다. 약 50년 동안 30편이 넘는 장편영화를 만들고 2번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거장 스필버그도 보통 인물이 아니다. 그는 1993년 <쥬라기 공원>과 <쉰들러 리스트>를 선보이며 박스오피스와 아카데미 시상식, 두 마리 토끼를 모두 거머쥐었다. 2005년에는 <우주전쟁>과 <뮌헨>을 내놓았고, 올해는 <더 포스트>와 <레디 플레이어 원>으로 찾아왔다. 쫓고 쫓기는 스타일의 SF 어드벤처 영화와 사회 비판 및 진지한 시선을 견지한 영화. 전혀 다른 두 영화를 동시에 내놓는 70대의 스필버그는 단순히 평가할 수 없다. 분명 그의 야심과 상상력에는 한계가 없다. 오랫동안 아버지에 대한 영화에 천착했던 그는 <링컨>(2012), <스파이 브릿지>(2015)로 정점을 찍었다. 다시 톰 행크스를 내세운 <더 포스트>가 세상을 바꾸려는 아버지의 영화라면, 가상 세계에서 비디오 게임의 아버지 할리데이의 퀘스트를 수행하는 <레디 플레이어 원>은 분명 아들의 영화다. 웨이드(타이 셰리던)의 고군분투는 가상현실 버전의 <인디아나 존스>나 다름없다.
그와 함께 우리는 오버워치, 툼레이더 같은 게임 속 캐릭터뿐만 아니라 아이언 자이언트, 킹콩, 건담 등의 캐릭터와 <빽 투 더 퓨처> <샤이닝> 등의 영화를 두루두루 만나게 된다. 스크린을 수놓는 80년대 대중문화가 누구에게는 향수로, 누구에게는 포스트모던으로 다가올지 모른다. 중요한 것은 인서트 코인 혹은 로그인할 플레이어의 자세다. 아는 만큼 마음껏 즐기면 된다. 예나 지금이나, 과거와 미래를 하나로 연결하는 모험은 덕후만이 가능한 일이다.
WORDS 전종혁(영화 칼럼니스트) 

 2  TV


신데렐라의 시대는 갔다
“사실 난 밑도 끝도 없는 남녀 차별 얘기는 꺼내고 싶지 않아. 내가 열받는 건, 현재 우리 사회에서 기득권과 고용권을 가진 대다수 수구 세력인 남자들이 자신들의 일부 쪼잔하고 불합리한 경험을 통해서 얻은 편협한 편견을 가지고 ‘여자는 조직을 모른다’ ‘인내심이 없다’는 막말을 해대며 내 인생을 엉망진창으로 초치고 있다는 거야.” 노희경 작가의 신작 tvN <라이브>에서 번번이 취업에 실패하던 한정오(정유미)는 ‘기업에서 남자만 뽑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남성의 말에 이렇게 반응한다. 또 다른 드라마, JTBC <미스티>의 야심만만한 앵커 고혜란(김남주)도 말한다. “선배들은 <뉴스나인> 앵커 맡고 보통 1년 차에 국장 달았어요. 근데 전 지금 7년 차예요. 여전히 직급은 부장이고요. 왜? 여자니까. 방송국이 다른 곳보다 남녀 성차별 지수가 낮다곤 하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남자 임원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도 인정해야죠. 밑에서는 무섭게 치고 올라오지, 위에선 여자라고 막지. 그럼 저도 돌파구를 찾아야 하지 않겠어요?” 그동안 드라마는 여성의 현실을 모른 척하며 계급 상승의 판타지만을 주로 그려냈다. 여성에게 직업과 직장은 주어졌지만, 그들이 생활인이자 직장인으로서 어떤 일을 하며 어떻게 살아가는지는 명확하게 알 수 없었다. 일과 회사는 캐릭터를 보여주는 요소라기보다 그보다 높은 계급의 남성과 이어지기 위한 알리바이쯤으로 작용하기 일쑤였다. 지금 당장, 사랑받았던 드라마 속 여성이 어떤 일을 했었는지 떠올려보라. 몇 개나 댈 수 있을까? 여성의 목표는 오로지 사랑과 계급 상승이며,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는 지루한 편견을 반복해서 만들어왔던 드라마는 다행히도 아주 조금씩 변화하는 중이다. 지난해 방송된 tvN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서는 가족조차 딸과 아들을 차별 대우하거나, 브래지어를 하지 않고 다니는 여성이 남성 직장 동료에게 성희롱 섞인 시선을 받아야만 하는 에피소드가 등장했다. <비밀의 숲>의 한여진(배두나)은 올바른 윤리관과 정의감을 갖고 경찰로서 성실히 일하는 여성이었으며, SBS <마녀의 법정>의 마이듬(정려원)은 여성 대상 불법 촬영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몸소 깨달은 후 각종 성범죄에 맞서 싸우는 검사였다. <라이브>와 <미스티>가 그렇듯, 드라마는 현실에서 여성이 겪는 폭력과 부당함을 고발하고 자신의 일을 제대로 해내는 직업인으로서 여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시대는 변했고, 예전과 같은 신데렐라 스토리에 열광하는 여성 시청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국내 TV 드라마가 세상의 흐름에 발맞추지 못한다면 넷플릭스처럼 다양한 여성의 모습과 목소리를 반영하는 해외 콘텐츠로 얼마든지 눈을 돌릴 수도 있다. 이제 여성은 더 잘난 남자와 맺어지는 시시한 판타지보다 현실 속 자신의 이야기를, 열심히 일해서 권력을 쥐고 성공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JTBC <품위 있는 그녀> 같은 여성과 여성의 동지애에 관한 이야기를 원한다. 그리고 이 욕망에 제대로 귀 기울이는 드라마일수록 결국 좋은 성적표를 받아 들 것이다.
WORDS 황효진(칼럼니스트)

 

“여성의 목표는 오로지 사랑과 계급 상승이며,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는 지루한 편견을 반복해서 만들어왔던 드라마는 다행히도 아주 조금씩 변화하는 중이다.”

 3  Drink


내추럴 와인은 시작일까, 끝일까?
한국 내추럴 와인 시장의 성장세가 무섭다. 내추럴 와인을 취급하는 레스토랑, 바의 수와 수입되는 와인의 가짓수가 굉장한 속도로 불고 있다. 국내에서 이제 2회째 개최되는 내추럴 와인 행사 ‘살롱 오’의 행사 규모는 한 해 만에 2배 늘었다. ‘살롱 오’ 주최자인 비노필 최영선 대표는 2016년을 기점으로 몇 년 안에 한국에도 내추럴 와인 붐이 올 것이며, 다른 나라보다 그 확산 속도가 빠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의 생각은 적중했다. 내추럴 와인 팬층이 생겨나자, 내추럴 와인의 세분화도 시작됐다. 비오디나미, 비올로지, 비건, 오가닉 등 인증 방식의 세분화부터 내추럴 스파클링 와인인 펫낫, 스킨컨택으로 빛깔이 오렌지색을 띠는 오렌지 와인 등 와인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전설적인 양조자들의 와인은 국내에 수입이 되기 전부터 이미 예약이 끝나버리기 일쑤다. 실제로 얼마 전 내가 운영하는 네오 비스트로 라피네 역시 겨우 3병 확보한 수입 내추럴 와인을 레스토랑에 입고했다는 포스팅을 웹에 올리자, 눈 깜짝할 사이에 예약 판매가 끝나버렸다. 지금 내추럴 와인에 대한 업계의 시각은 다양하다. 내추럴 와인 시장이 앞으로도 몇 년간 계속 성장할 것이라는 의견과 올해 안에 유행이 끝날 거라는 의견이 부딪힌다. 최근 부티크형 주류 전문 가게인 와인앤모어나 개인이 운영하는 부티크 와인 숍에서 내추럴 와인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한우 오마카세 열풍이 불면서 내추럴 와인을 판매하는 프리미엄 고깃집도 몇 군데나 생겼다. 얼마 전에는 한 프랑스인이 한국에서 펫낫 ‘레스돔(Lesdom)’을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다. 한국 최초의 내추럴 와인이 탄생한 것이다. 한편, 얼마 전 파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프랑스인 소믈리에는 파리에서 내추럴 와인 붐은 이미 끝났다고 전했다. 파리의 내추럴 와인 소비자들의 견해가 이미 큰 폭으로 엇갈리고 있다는 것이다. 생산자의 철학 또는 기준에 따라서 맛이 천차만별이고, 와인 상태에 기복이 크다는 이유로 내추럴 와인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했다. 그는 소믈리에 입장에서도 조심스러울 때가 많다고 했다. 서울에서도 내추럴 와인에 관한 호불호는 꽤나 갈린다. 어쩌다 부르고뉴 피노 누아로 만든 내추럴 와인을 추천받아 마시게 되었다는 누군가는 그때의 실망감을 하소연하기도 했다. 평소에 피노 누아를 좋아하기도 하고 내추럴 와인이 트렌드인 것 같아 흔쾌히 마셨는데 자신이 피노 누아에 기대한 아로마는 전혀 없고 ‘꼬릿한’ 향이 심해 마시기에 괴로웠다는 것이다. 딱 잘라, 내추럴 와인을 싫어한다고 밝히는 소믈리에도 있다. 한국에서도 이미 소비자의 의견이 갈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지금 한국에서 내추럴 와인이 붐이라고 할 수 있냐고? 그렇다고 말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누군가는 내추럴 와인의 팬이 될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내추럴 와인이 한 번의 좋은 경험으로 끝날 수도 있을 테니까. 선택은 소비자 몫이다. 다만 여행을 떠나지 않고도, 한국에서도 내추럴 와인에 대한 기호를 찾을 수 있을 만큼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만은 사실이다.
WORDS 방수미(네오 비스트로 ‘라피네’ 대표) 

 4  Literature


문학계에 스며든 탈권위
과도기. 언젠가 한국 문학사를 새롭게 정리한다면 2010년대 중반은 그렇게 기록될 것 같다. 2015년 신경숙의 표절 논쟁과 이어진 2016년 ‘#문단_내_성폭력’ 해시태그 운동 그리고 현재 진행형인 ‘미투’ 운동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사건을 통해 흔히 문단이라고 불리는 기성 문학 시스템은 독자의 신뢰를 잃어왔다. 물론 한국 문단과 한국 문학은 동의어가 아니다. 대형 연예기획사들이 만들어내는 음악이 한국 대중음악의 모든 것은 아닌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문제는 한국에서 아이돌이 되고 싶은 이들이 연예기획사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는 것처럼, 한국에서 작가가 되고 싶은 이들은 등단이라는 제도를 통해 기성 시스템의 인정을 받아야 했다는 사실이다. 그래야 문예지에 작품을 발표하고 작품을 묶어 단행본을 내고 문학상을 수상하거나 운 좋으면 교과서에 실리는 영광까지 얻을 수 있으니까. 이러한 과정 때문에 종종 한국 문단과 한국 문학은 동일한 것으로 오인되어왔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앞서 과도기란 말을 꺼낸 건 이러한 시스템이 점점 더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성 시스템에서 활동하며 여전히 좋은 작품을 발표하는 작가들이 있고 그것을 읽는 독자 또한 존재한다. 그것과는 다른 이야기다. 효율적이지 않다고 해야 할까. 득보다 실이 더 많다고 해야 할까. 비단 문단 내 위계에 의한 성폭력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문단은 내부와 외부의 구분을 통해 작동한다. 내부는 작가, 평론가, 출판계 유력 인사들이다. 외부는 그 밖의 모든 것들이다. 결국 작가라는 개념과 독자라는 개념은 기본적으로 누가 미디어를 가졌는가의 문제다. 간단하게 말해보자. 예전에는, 그리고 최근까지도 작품을 발표하고 작가로 인정받기까지 여러 관문을 거쳐야 했다. 관문을 거치면 작가라는 이름을 갖고 그렇지 않으면 독자라고 호명된다. 여기에는 이런저런 권위가 개입된다. 이제 우리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누구나 원한다면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시대를 산다. 작가와 독자 사이 장벽은 점점 희미해진다. 게다가 기성 시스템이 누린 일말의 권위마저 적극적으로 부정되는 지금, 새로운 시스템으로의 교체는 필연적으로 보인다. 그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양한 독립 문예지나 텀블벅을 통해 출간되는 문학 작품들을 통해 그 단초를 엿볼 수는 있다. 다음에 올 것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과도기의 특성이다. 지금 그것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니 4월(그리고 앞으로 한동안)의 문학 트렌드를 탈권위라고 해두자. 기존 문학이 그토록 주창했던 탈권위라는 가치가 기성 문학 시스템에 고스란히 적용되고 있다.
WORDS 금정연(서평가)
 

 5  Music


사운드클라우드의 미래는?
처음으로 사운드클라우드 유저가 된 것은 2010년 가을이다. 휴대폰을 무슨 취미처럼 잃어버리고 망가트리는 나는 심각한 수준의 휴대폰 분실 중독증 환자였다. 녹음했던 파일을 휴대폰과 함께 수십 차례 날려먹고 나서 찾은 새로운 처방약이 바로 사운드클라우드였다. 사운드클라우드에 보이스 메모를 업로드하면, 휴대폰은 없어져도 멜로디는 사라지지 않는다. 10시간, 총 6백 분의 무료 업로드 타임 안에 멜로디를 수십 곡 틈틈이 올리다 보니 누군가 ‘좋아요’를 누르기 시작했다. 어? 그래? 이걸 누가 듣는단 말이야? 조금 더 제대로 만들어볼까?
홈 레코딩으로 만든 음악 작업물을 외부로 노출하기에 사운드클라우드는 단연 으뜸이 아닐까 생각했다. 유튜브는 음악 외에 카테고리도 다양하고 콘텐츠 자체가 이미 넘쳐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유튜브=영상’이기 때문에 뮤직비디오가 없는 개인 오디오 창작물은 사운드클라우드가 가장 적합한 플랫폼으로 보였다. 현재 유튜브 레드는 영상 없이 백그라운드 오디오만 들려주는 서비스도 진행 중이다. 녹음한 개인 데모 파일을 사운드클라우드에 업로드한 채 한국에 귀국했고, 레이블에 오디션 서류를 넣을 때면 예전처럼 CD나 카세트테이프를 동봉하는 것이 아니라 사운드클라우드 링크를 첨부했다. 그리고 그 링크는 보컬을 찾고 있던 밴드 더모노톤즈에게도 보냈다. 그렇게 유저로서 재미를 톡톡히 본 나도 더 이상 사운드클라우드를 사용하지 않는다. 사운드클라우드의 기능이 좋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유튜브가 훨씬 관리하기 편하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수많은 영상과 이미지가 범람하는 때에, 굳이 뮤직비디오를 만들지 않아도 섬네일 이미지 하나만 붙여 유튜브에 올리면 공유도 쉽고 음질도 괜찮다. 만드는 사람도 듣거나 보는 사람 모두 쉽게 접근하고 빠르게 반응할 수 있다. 게다가 사운드클라우드의 기능 중 하나가 음악 파장 위 한 지점을 선택하여 댓글을 달 수 있는 것인데, 유튜브에서도 이와 같은 기능을 장착했고 더 나아가서 공유할 때도 특정 시점부터 음악이 시작할 수 있도록 설정도 가능하다. 말하자면 더 이상 사운드클라우드를 고집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유저들의 사용 편리성이 가장 본능적으로, 그리고 신속하게 적용되는 곳이 요즘 디지털 미디어 세계다. 사운드클라우드는 이제 추억이 되고 있는 걸까?
WORDS 훈조(뮤지션, <더모노톤즈> 보컬)
 

“유저들의 사용 편리성이 가장 본능적으로, 그리고 신속하게 적용되는 곳이 요즘 디지털 미디어 세계다. 사운드클라우드는 이제 추억이 되고 있는 걸까?’”

 6  Tech


미세 먼지와의 전쟁
겨울에는 지구 온난화로 이상 저온이 지구를 강타하더니 이제 다시 미세 먼지의 계절이 왔다. ‘헬조선’보다 위험한 ‘헬지구’ 시대다. 미세 먼지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까? 미봉책은 있다. 지구상에서 미세 먼지를 가장 싫어하는 다이슨 같은 기업이다. 다이슨은 핸디 청소기 ‘다이슨 싸이클론 V10’과 공기청정기 ‘다이슨 퓨어쿨’을 새로 출시했다. 다이슨은 청소기에 헤파 필터를 도입해 초미세 먼지의 배출을 막았고, 선풍기에도 헤파 필터를 단 최초의 회사다. 영국 기업 다이슨이 미세 먼지에 강한 이유는 뭘까? 영국의 주거 환경에서 기인한다. 영국은 오래된 목조 주택이 많고 이층집이 흔하며 고양이나 개 등 반려동물을 많이 키운다. 먼지와 알레르기 물질이 많을 수밖에 없다. 환경이 비슷한 일본에서 다이슨이 특히 인기를 끈 이유도 비슷한 주거 환경에서 비롯된다. 목조 틈 사이에 낀 먼지를 없애려면 강력한 모터를 개발해야 하고, 먼지를 공기와 효과적으로 분리해야 하며, 촘촘한 필터를 달아야 한다. 가전제품에서 흡입과 배출 시스템을 최초로 효과적이고 과학적으로 구현한 회사가 다이슨이다. 집 안 먼지는 그렇다 쳐도 자동차에서는? 지구상에서 온난화를 가장 싫어하는 테슬라에는 재미있는 기능이 있다. 지난 2월에 국내 론칭한 전기차 테슬라 모델S P100D는 ‘생화학 방어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테슬라답게 거창한 네이밍의 이 기능은 생화학 무기가 터지더라도 자동차 실내는 보호할 수 있도록 외부 공기를 완전히 차단하고 거대한 헤파 필터를 통해 깨끗한 공기를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일론 머스크 말로는 수술실보다 공기가 깨끗하다고 한다. 다만 불행히도 1억8천만원짜리 테슬라를 우리 모두가 구입할 수는 없다. 대안으로는 차량용 공기청정기가 있다. 지난해 큰 인기를 끈 필립스, 샤오미 외에도 3M과 불스원, 기타 중소기업에서도 수많은 차량용 공기청정기를 새로 론칭했다. 그런데 온 사방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할 바에는 코에다 헤파 필터를 다는 게 낫지 않을까? 물론 있다. ‘노스크’를 검색해 보라. 콧속에 부착하는 미세 먼지 필터 제품이 수두룩하게 출시돼 있다. 이런 제품이 있다면 미세 먼지를 막을 수 있을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어떻게든 미세 먼지의 발생 자체를 줄여 나가는 수밖에 없다. 방법은 모두 알고 있다. 되도록 대중교통이나 자전거 등을 이용해야 한다. 질소산화물을 대거 방출하는 디젤차 대신에 하이브리드차나 경차를 선택해야 하고, 되도록 전기차를 구입해야 한다. 그리고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지지해야만 한다. 미세 먼지와 지구 온난화의 습격은 인간이 손쉽고 편한 생활을 누린 대가다. 이제 누렸으니 견뎌야 한다. 좀 더 오래 견디고 싶으면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바꾸어 나가야 한다. 조만간 헬지구 시대가 열리면 태양광 발전소가 경제성이 있느니 없느니, 디젤차가 미세 먼지를 더 배출하는지 안 하는지에 대한 논쟁 자체가 의미 없어진다. 1g의 미세 먼지, 1g의 이산화탄소 배출도 줄이도록 지금부터 노력해야 한다.
WORDS 김정철(<더기어> 편집장)
 

 7  Food


한식 다이닝, 불안의 시간
의외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 편 스타 셰프 A는 레스토랑의 장래를 걱정하고 있다. “당장은 괜찮지만 미래가 보이지 않아. 셰프들이 다들 그런 얘길 해.” 국내외적인 명성과 예약하기 힘든 식당이라는 악명을 동시에 갖고 있던 그곳이 왜. 원인은 다층적이다. 김영란법이 있고, 사드 배치 이슈가 있고,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도미노식 인건비 인상 영향도 있다. 또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한식 다이닝 간의 경쟁 심화도 있다. 그런데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결국 하나다. 한국의 고급 외식 시장이 빈약하다는 것. 학동사거리를 중심으로 도산공원 일대와 청담동에 분포한 고급 외식 시장을 향유하는 건 결국 ‘5백 명 정도’로 꼽히는 매우 적은 숫자다. 이들이 한국의 고급 외식 시장을 먹여 살린다는 것이 업계에 오랫동안 떠돈 속설이다. 생각해보면 그 많은 식당을 먹여 살리는 것이 고작 5백 명이라는 것 자체가 ‘도시괴담’이지만, 이들이 한식 다이닝 신에 열광했다. <미쉐린 가이드> 유치 소식이 들려오고 11월에 첫 스타 레스토랑을 발표했던 2016년이 절정이었다. ‘거품이 빠졌다’는 의견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아직 진행 중인 일이지만 셰프 A의 불안은 실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식 다이닝이 발명되기 전부터도 이미 고급 외식 시장은 이분화돼 있었다. 코스 요리를 내는 레스토랑과 호텔 출신 스시 셰프의 ‘하이엔드’ 스시야(일본 음식 문화에 영향을 받은 한국 감성의 파인 다이닝)가 이 시장을 나눠 먹는 그림이었다. 최근엔 하나가 더 생겼다. ‘프리미엄 한우 오마카세’로 통칭되는 부류다. 좋은 소고기를 몇 인분씩 쌓아놓고 구워 먹는 데서 벗어나, 하나의 완결성 있는 코스 요리 형태로 소고기를 부위별로 순서대로 가장 적합하게 조리해 다채롭게 맛보는 콘셉트다. 한국에서 토착화된 형태의 독특한 파인 다이닝 부류다. 마장동 ‘본앤브레드’에서 시작된 이 장르는 마치 하이엔드 스시야나 한식 다이닝 붐이 그랬던 것처럼 빠르게 세를 넓혀가고 있다. 수린, 현담원 그릴, 모퉁이우, 소꿉, 우텐더, 한아람, 꿰뚫 등이 기다렸다는 듯이 일시에 등장했다. 금방 사그라질 유행으로 보기엔 한국인의 소고기 사랑이 든든한 지지층을 이루고, 외식업 ‘선수’인 양 스타일과 캐릭터를 명확히 고급화, 차별화하고 나타나 사라지기가 더 쉽지 않아 보인다. 여전히 5백 명이다. 파이는 잠자코 부풀어 오르지 않고 있는데, 다이닝 레스토랑과 하이엔드 스시야, 프리미엄 한우 오마카세 등 음식 엔터테인먼트만 양적, 질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굳이 ‘한식 세계화’를 들먹이지 않아도 한식 다이닝 장르는 한국의 고유한 음식 문화로서 충분히 뿌듯했다. 하지만 ‘애정 어린 시선에 부응하는 매력적인 콘텐츠를 꾸준히 개발했는가’ 역시 함께 돌아봐야 할 지점이다. 한식 다이닝, 텅 빈 놀이공원이 될 것만 같은 불안은 진실이다.
WORDS 이해림(푸드 라이터) 

 8  Car


자동차와 사랑에 빠질까?
정말 자동차와 ‘교감’하는 순간이 다가온다. 지금 수많은 자동차 회사가 그 기술에 집중한다. 운전자와 자동차가 대화하고 반응하는 시스템을 구현하려고 한다. <전격 Z작전>의 키트 정도는 아닐지라도. 아니, 진짜 키트 같은 자동차가 등장해도 이상하지 않다. 요즘 미래 자동차 업계가 어떤 그림을 그려낼지 아무도 예측하기 힘들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모습을 최근 몇 년 동안 자주 봤으니까. 자동차와 교감하는 건 즉, AI(인공지능)이 탑재된다는 뜻이다. ‘뭘 자동차에 그렇게까지 할까’ 싶지만, 자율주행 시대에 AI는 변속기처럼 당연한 부품이다. 모든 차가 알아서 움직이기까진 시간이 걸린다. 기술을 떠나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그전에 다채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단계로 볼 수 있다. 최근 모터쇼를 비롯해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공개한 기술도 대체로 그런 쪽이다. 얼마나 운전자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까 고민한다. 영화 <그녀>의 사만다처럼 똑똑하고 친근하다. 아직 그 수준은 안 되지만, 역시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신형 A클래스를 공개하며 음성인식 AI를 탑재했다. 쉽게 말해 A클래스용 ‘시리’다. 이름도 있다. 벤츠가 붙여 더 극적인 ‘메르세데스(Mercedes)’다. 방식은 비슷하다. 이름 불러 깨우고, 이름 불러 일 시킨다. 물론 그것만이면 교감이라고 하긴 부족하다. 보다 능동적으로 진보했다. 자주 듣는 음악이 있다면 틀어줄지 물어보는 정도는 해낸다. 덥다고 하면 알아서 에어컨도 틀어준다. 현재는 그렇다. AI가 프리미엄 브랜드만의 기술은 아니다. 국산 차인 현대자동차도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 시스템을 발표했다. ‘사운드 하운드’사와 제휴해 개발한다. 역시 이름도 있다. 간지럽지만 ‘하이, 현대’라고 불러야 한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인공지능 서버가 질문에 답한다. ‘웰니스케어’ 기술도 색다르게 교감하게 하는 기술이다. 레이더와 스티어링 휠 센서를 통해 생체 신호를 측정해 운전자 상태를 파악한다. 물론 대처하기도 한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반응하는, 정말 교감하는 셈이다. 아직 양산 차에 적용된 기술은 아니다. 최근 수준은 벨로스터에 사운드 하운드 시스템을 탑재한 정도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뭔지는 알려준다. 아직 자동차 AI와 사랑에 빠질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자동차 브랜드가 AI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자동차 회사에는 자본과 기술이 있다. 본격적으로 움직이면 가속도가 붙는다. 목표 의식도 높다. 점점 똑똑해지는 AI와 만나는 일이 잦을 건 빤하다. 앞으로 자동차는 동력 성능보다 교감 능력을 먼저 꼽을지 모른다. 이왕이면 인공지능 목소리는 스칼렛 요한슨이 맡길.
WORDS 김종훈(<아레나> 컨트리뷰팅 에디터)
 

 9  Art


<유령팔>, 인터넷 이후의 달라진 미술을 살핀다
대부분 사람은 매일 눈을 뜨고 잠들기 전까지 인터넷을 사용한다. 작가라고 다를까. 동시대 미술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최근 각종 매체에서 ‘포스트 인터넷 아트’와 같은 용어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미국 보스턴현대미술연구소에서 2월에 개최한 <인터넷 시대의 미술, 1989년부터 오늘까지> 전은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달라진 미술의 변화와 양상을 추적한 전시로 화제를 모았다. 출발점인 1989년은 팀 버너스-리 박사가 ‘월드와이드웹’을 발명한 해. 이때 만들어진 작품부터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받거나, 그 기술 자체를 탐구한 작업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오는 4월, 한국에서도 동시대 미술과 인터넷 환경의 관계를 살피는 흥미로운 전시가 열린다. 북서울시립미술관의 <유령팔>(4월 3일~7월 8일)은 한국에서 인터넷이 보급된 시기에 성장한 1980년대 출생의 한국 작가에 주목한다. 궁금증을 유발하는 전시 제목은 의학 용어 ‘환각지(phantom limb, 幻覺肢)’의 영단어에서 착안했다. 전시를 기획한 홍이지 큐레이터는 “환각지는 신체 일부가 절단된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는 부위가 마치 존재하는 것 같은 감각을 느끼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는 여러 현실적 이유로 가상 공간에 작업 환경을 설정한 젊은 한국 작가의 활동을 잘 은유한다”라고 설명한다. 김정태, 강정석, 김동희, 람한, 박아람, 압충과팽창 등 6개 팀의 신작을 선보일 예정. 큐레이터는 전시를 준비하면서 이 작가들에게 ‘만약 컴퓨터가 없다면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봤다고 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앞선 세대와 달리 인터넷을 일종의 작업실로 활용하고, 물리적 공간보다 컴퓨터 서버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 이제 작품은 작가가 게임의 설계자처럼 고안한 각종 프로그램이나 방법론에 따라 만들어진 결과물이 됐다. 그렇다면 전시장을 찾은 관객의 작품 감상 태도도 달라져야 하는 것 아닐까.
WORDS 김재석(<아트인컬처> 편집장)
 

                   

 

10 Sports


올 시즌 프로야구단 감독의 임무는?
정규 시즌 5연속 우승과 한국시리즈 4연속 우승. 프로야구 감독 류중일의 과거는 화려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삼성 라이온즈라는 항공모함에 올라타 비교적 여유롭게 거둔 전적이기도 하다. 이번 시즌 지휘해야 할 LG 트윈스는 사정이 다르다. 박용택과 김현수 외에는 상대에게 위협이 될 만한 타자가 보이지 않으며, 마운드의 높이 또한 다른 팀과 비교해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엎친 데 덮친다더니 차우찬과 류제국의 부상 소식까지 들려온다. 개막도 하기 전부터 맞이한 이 난국을 류중일 감독은 어떻게 헤쳐 나갈까? 물론 지난 시즌은 더했다. 4번 타자와 마무리 투수가 존재하지 않았고 한때는 1선발조차 없었다. 그럼에도 완전히 무너지지 않은 것은 트윈스의 줄무늬 유니폼에 보이지 않는 저력이 숨어 있음을 증명한다. 류중일은 그 무형의 힘을 유형의 성적으로 뒤바꿔놓아야 한다. 이번 시즌은 감독으로서 그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진정한 시험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한용덕 감독이 받아 든 숙제는 더 난해하다. 완전히 망가진 팀을 추스려야 할 뿐 아니라 성적까지 끄집어 올려야 한다. 팀 재건의 핵심은 역시 선발 투수진. 현재로서는 외국인 선수 두 명(키버스 샘슨과 제이슨 휠러)에 윤규진, 김재영, 김민우가 선발 리스트를 메울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은 나름대로 그럴듯해 보이지만 문제는 시즌 초 구상이 부상이나 부진 등의 이유로 틀어졌을 때. 지금껏 한화 이글스는 ‘플랜 B’가 없기로 유명했던 터라 신임 한용덕 감독이 그런 전통 아닌 전통을 어떻게 불식시키느냐가 이번 시즌의 관건이 아닐까 싶다. 류중일, 한용덕 감독이 새로운 얼굴로서 관심을 끈다면 트레이 힐만은 서 말이나 되는 구슬을 과연 꿸 수 있을까 하는 점에서 주목되는 감독이다. 지난 시즌 이 외국인 감독은 자못 당당했다. 에이스가 부상으로 시즌을 통째 날렸음에도 ‘홈런 타선’이라는 실로 매력적인 팀 컬러로 SK 와이번스를 (말석이나마)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다. 올해는 지난해 빠졌던 에이스 김광현이 돌아온다. 단 하나 빠져 있던 퍼즐 조각이 맞춰진 셈으로, 그 결과 SK는 디펜딩 챔피언 기아 타이거즈나 박병호가 돌아온 넥센 히어로즈 등과 비교해도 결코 빠지지 않는 전력으로 올라섰다. 자타 공인 우승 후보로, 지난 시즌 정도의 성적으로는 도저히 성에 차지 않을 게 분명하다. 프로야구 감독 10명 중에서도 연봉이 가장 비싼 힐만이 계약(2년 총액 1백60만 달러) 마지막 해인 올해 이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지, 이번 시즌의 흥미진진한 구경거리 가운데 하나다.
WORDS 김유준(야구 칼럼니스트)

 

“지금껏 한화 이글스는 ‘플랜 B’가 없기로 유명했던 터라 신임 한용덕 감독이 그런 전통 아닌 전통을 어떻게 불식시키느냐가 이번 시즌의 관건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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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GUEST EDITOR 김민수
EDITOR 서동현, 조진혁, 이경진
COOPERATION 게티이미지 코리아

2018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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