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따시옹(Tentation). 프랑스어로 ‘유혹’이라는 의미다. 아마도 와인을 잔에 따를 때 꽃처럼 피어오르는 매혹적인 향기 때문에 붙은 이름일 테지. 장 클로드 라팔뤼(Jean-Claude LAPALAU)는 보졸레 지역에서 이미 스타인, 내추럴 와인메이커다. 보졸레는 말하자면 매우 상업적이고 현대적인 느낌의 와이너리들이 가득한 지역이다. 어떤 와이너리에는 스테인리스 탱크가 가득하고, 또 어떤 곳은 주 고객인 영국인의 실용주의적 성격에 맞춰 코르크 대신 ‘스크루’ 타입으로 와인 병 입구를 막는다고 자랑한다.
이러한 보졸레 지역에서 장 클로드 라팔뤼는 1996년부터 가족의 와이너리를 물려받아 양조를 시작했다. 포도밭을 유기농으로 관리하고 완전히 익은 상태의 포도를 직접 손으로만 수확한다. 양조 과정에서도 이산화황 등 화학물질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내추럴 와인만을 생산해왔다. 발효 과정에서도 야생 이스트를 사용하는 등 최대한 화학물질이나 기계의 개입 없이 자연주의 와인을 생산하는 일에 집중한다.
보졸레의 비주류를 자처하며, 뚝심과 고집으로 묵묵히 내추럴 와인을 만들던 그는 양조를 시작한 지 15년째 되던 해인 2011년에 와인 잡지 〈와인 어드보케이트(Wine Advocate)〉에서 90점대의 점수를 받으면서 슈퍼스타가 됐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이 하나 있다. 장 클로드 라팔뤼의 90점대는 포도원에서 로버트 파커 쪽에 테이스팅용 샘플을 제공하여 얻은 점수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보통 〈와인 어드보케이트〉는 샘플을 제공하지 않은 와인에게는 점수를 주지 않는 편이다. 그런 경우가 매우 드물다. 하지만 장 클로드 라팔뤼의 와인은 〈와인 어드보케이트〉에서 직접 테이스팅했다. 그리고 90점대의 점수를 줬다. 상업적인 와인 생산지에 속하는 보졸레라는 지역, 장 클로드 라팔뤼가 쓰는 ‘가메’라는 포도 품종을 감안한다면 이것은 여러모로 매우 흥미로운 사건이다.
가메 품종은 와인 시장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한 종이었다. 한때 부르고뉴에서 사용되던 품종이긴 하지만 가메로 빚은 와인은 품질이 좋지 않다고 여겼다. 1395년에는 급기야 부르고뉴 공국 군주가 부르고뉴 지역 내에서 가메를 재배하지 못하도록 제재하기까지 했다. 부르고뉴에서라면 가메는 자취를 감춘 품종인 것이다. 그랬던 가메가 보졸레에서 매력을 발하기 시작한 거다.
보졸레의 토양의 토양은 화강암을 기반으로 화산재와 진흙이 섞여 있는 땅이다. 이곳에서 가메는 재해석되어 다시 태어났다. 아이러니하게도 장 클로드 라팔뤼의 땅따시옹은 부르고뉴의 피노 누아 와인이 연상될 만큼 화려한 아로마를 품는 동시에 가메 품종의 특징인 감칠맛 있는 산미도 들었다. 흡인력이 굉장하다. ‘유혹’이라는 그 이름처럼, 병 마개를 열고 1~2시간 정도 지났을 때 훨씬 더 좋은 퍼포먼스를 즐길 수 있는 와인이기도 하다. 길고 긴 밤에, 연인과 마주 앉아 사랑을 말하며 천천히 음미하기에도 매우 좋다. 이번 밸런타인데이에는 이 유혹적이고 매혹적인 내추럴 와인과 함께 보내볼 생각이다. 현재 한국의 와인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땅따시옹의 2014년 빈티지는 바로 지금이 시음의 적기다. 비밀스러운 정보통에 따르면 수량도 얼마 남아 있지 않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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