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PLYS의 디자이너 이승준
이번 SFDF 수상을 축하한다.
영광스럽다. 수상자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를 계기로 브랜드를 좀 더 성장시킬 수 있을 것 같아 기쁘고 좋다.
컬렉션이 니트 중심으로 구성된다. 왜 니트인가?
군대 가기 전,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1년 동안 텍스타일만 공부했다. 그때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는데, 니트웨어가 참 매력 있더라. 우선 실부터 골라야 하는데, 이 선택에 따라 니트 소재가 천차만별이다. 원하는 니트가 있다면 어떤 실을, 어떻게 짤 건지 아주 촘촘히 정해야 한다.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내 작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 다른 이유는 내게 집중력 장애라는 크나큰 난관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디자이너들에 비해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이 훨씬 짧다. 나를 알기 때문에 내가 가장 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 걸 골라서 그것에만 집중하자 싶었다.
컬렉션을 보면 올이 굵은 니트는 없는 것 같더라.
맞다. 개인적인 취향인데, 할머니가 짜주신 것 같은 니트의 느낌을 별로 안 좋아한다. 니트웨어라도 스포티하고, 가볍고, 모던한 느낌이 좋다. 나는 가느다란 실을 여러 겹으로 짠다. 브랜드 이름에서도 드러난다. ‘PLY’가 한 겹을 의미하는데 ‘S’를 붙여 복수형으로 만들었으니까. 이렇게 하면 아주 탄탄하고 짱짱한 질감을 얻을 수 있다.
런던에서 오래 공부하고 생활했는데, 결국 브랜드는 베를린에서 냈다.
사실 졸업 후에 패션 브랜드를 낼 생각이 없었다. 평소 비디오 아트, 미디어 아트에 관심이 많아서 아트 매니지먼트를 공부하고자 베를린에 갔다. 그곳에서 생활하다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자전거를 주로 타고 다녔는데, 네온 컬러 풀오버를 입고 싶더라. 그래서 시장 조사를 시작해보니 컬러풀한 니트를 제대로 만드는 브랜드가 거의 없는 거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PLYS가 탄생했다. 내가 베를린에 살지 않았다면 이 브랜드를 시작할 수 있었을까 싶다.
창립자 입장에서 보는 PLYS의 가장 큰 매력은?
우선 품질이다. 대부분 니트를 착용할 때 안에 면 티셔츠 같은 걸 받쳐 입는다. 나는 그게 싫었다. 그냥 니트 하나만 딱 입고 싶었다. 그래서 까끌거리지 않는 촉감을 구현하기 위해 열심히 연구했다. 또 하나는 색감을 주제로 한 니트 브랜드라는 것. 파리에서 어떤 할머니가 정말 예쁜 핑크색 니트를 입은 모습이 기억난다. 그 핑크가 형광에 가까운 색이었는데, 좋은 소재로 제대로 만드니까 색채가 아무리 강해도 우아하고 멋지더라. 내게 영감을 준 순간 중 하나다. 캐리 오버 아이템이 있다는 것과 유니섹스라는 것 역시 PLYS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2018년 PLYS에게 기대해도 좋을 것은?
키즈 라인을 론칭하고 싶다. 초반 리서칭 과정에서 아동복을 참고하기도 했고, PLYS 옷을 아기한테 입히고 싶다는 주변의 목소리가 높다. 또 하나는 액세서리인데, 니트 브랜드에서 만드는 양말을 소개하고 싶다. 사실 100% 울로 만들면 땀 흡수가 전혀 안 되어 쓸모가 없다. 그 간극을 좁히는 연구를 통해 아이템의 범위를 넓힐 예정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컨템퍼러리 영 브랜드의 이미지를 클래식 니트 브랜드로 변화시켜 나가는 것.
2 달라진 질 샌더
질 샌더 여사가 돌아왔을 때, 모두 브랜드의 승승장구를 예상했다. 그런데 그녀는 생각보다 일찍 브랜드를 떠났고, 이후 질 샌더는 갈 길을 잃은 듯 보였다. 그런데 이제 긴 터널의 끝이 보인다. 2018 S/S 시즌부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은 부부 디자이너 루크 마이어와 루시 마이어 덕분이다. 일단 지난 9월 여성 패션위크에서 선보인 남녀 통합 런웨이 쇼부터 성공적이었다. 전체적으로 가볍고 쿨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풍긴 컬렉션은 이 새로운 수장들의 색을 드러내면서도 여전히 질 샌더다웠다.
기대의 이유가 비단 옷 때문만은 아니다. 그들은 질 샌더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의 방향을 바꾸고 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소개된 2018 S/S 시즌의 광고 이미지(마리오 소렌티가 작업했다)와 최근 공개한 캠페인 영상은 미니멀리즘으로 일관하던 질 샌더에 젊고 감각적인 스토리를 더해주었다. 얼마 전엔 마리오 소렌티의 사진을 프린트한 티셔츠 컬렉션도 소개했다. 슈프림의 전성기를 이끌던 루크 마이어의 전략이 슬쩍 겹치는 대목. 세일즈 같은 평가 수치들이 어떨지는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중요한 건 질 샌더의 변화가 시작되었고, 매우 긍정적인 방향이라는 거다.
3 모델 코헤이 타카바타케
2018 S/S 시즌 남성복 런웨이는 코헤이 타카바타케가 점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7년생,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이 청년은 지난 시즌만 해도 전혀 못 보던 얼굴이다. 그런데 단번에 프라다와 발렌시아가, 루이 비통, 보테가 베네타, 드리스 반 노튼, 캘빈 클라인 등의 빅 쇼를 비롯한 18개 브랜드의 캣워크를 접수해버렸다. 심지어 프라다 쇼에선 피날레 모델로 나섰다. 2017년 하반기의 가장 굵직한 협업으로 꼽히는 유니클로와 J.W. 앤더슨 컬렉션의 광고 모델 역시 코헤이였다. 외꺼풀의 큰 눈, 굵직굵직한 얼굴선, 완벽하게 어울리는 스포츠 머리. 담백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이 쉽게 잊히질 않는다. 그러니까 2018년의 가장 기대되는 모델을 꼽으라면 두말 없이 그다. 코헤이 타카바타케.
4 크레이그 그린의 데님 컬렉션
요즘 남성 패션 신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신인 디자이너가 별로 없다. 그래서 ‘신인’으로 분류하기에는 약간 연차가 있는 크레이그 그린이 여전히 돋보인다. 그는 자기만의 세계가 뚜렷하다. 독창적이고 아방가르드하다. ‘아방가르드’ 하면 주로 흐르는 듯한 얇은 소재들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그는 셀비지 데님이나 퀼팅 같은 딱딱하고 두꺼운 질감으로 그걸 구현한다. 혁신적이다. 그의 컬렉션 피스는 당연히 비싸다. 그런데 올해부터 합리적인 옵션이 생긴다. 크레이그 그린이 첫 데님 라인을 선보일 예정이니까. 너무 ‘패피’ 느낌일까 봐 걱정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이 클래식하고 단정한 실루엣이기 때문. 일본산 셀비지 소재로 만든 크레이그 그린의 데님, 게다가 가격은 30만원대부터. 벌써부터 입꼬리가 실룩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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