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찾은 이유는 뭔가?
분더샵에서 진행하는 패션위크 기간에 두 가지 이벤트를 기획했다. 분더샵 1층에 아틀리에 브랜드 모디파이드의 팝업 스토어를 마련했고, 그리고 오늘밤 2018 S/S 시즌 컬렉션의 프리뷰라고 할 수 있는 퍼포먼스를 펼친다. 쇼에서 음악을 연주한 뮤지션 얀 앤 나오미(Jan&Naomi)의 라이브가 함께한다. 무엇보다 한국 대중과의 만남을 기대하고 있다.
분더샵과의 작업은 어땠나?
사실 양쪽 모두 시간이 부족한 가운데 준비가 빠르게 이뤄졌다. 이런 행사를 진행하는 건 처음인데, 꽤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인지 서로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수용하는 과정이 좋았다.
당신의 아틀리에 브랜드 모디파이드 이야기를 해볼까? 굉장히 실험적인 컬렉션이다.
모디파이드는 수작업으로 리메이크를 진행해 한 벌뿐인 작품을 만드는 브랜드다. 하지만 우리가 옷을 만들 때 늘 염두에 두는 건 입기 쉽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옷. 그리고 어떤 카테고리에 분류되지 않는 옷이다. 작업할 때 음악을 많이 참고한다. 록이나 힙합 등 어떤 장르의 음악이 들려오는 것 같은 옷들을 시도한다.
런웨이에 밴드의 라이브 공연을 함께 하는 걸 자주 봤다. 본인의 아이디어인가?
내 아이디어일 때도, 연출가의 의견일 때도 있다. 쇼에서 음악이 꽤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내가 만든 믹스 테이프나 CD로 음악을 트는 경우에는 백스테이지에서 지금 어떤 쇼가 벌어지고 있는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반면에 라이브를 하면 예상 밖의 일이 벌어진다. 모델을 비롯해 나 역시 긴장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이 쇼의 재미를 더하는 것 같다.
런던에서 진행한 2018 S/S 쇼와 비슷하면서도 아주 다른 분위기일 것 같다.
공연 장소도 그렇지만 많이 다를 것이다. 얀 앤 나오미가 그렇게 유명한 뮤지션이 아닌 데다 아직 한국에 도착하지 않은 상황이니.(웃음) 한국에서 공연은 처음이라 덩달아 나도 설렌다.
브랜드에 당신의 이름을 내건 지 20여 년이 됐다. 20년이라는 세월은 결코 가볍지 않다. 한국에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도 있다. 브랜드를 이끌어온 원동력은 뭔가?
첫 작품으로 구두를 만들기 시작한 게 23세, 대학생 때였다. 그 당시 지금 내 나이였던 윗사람들 중에서 나에게 고까운 시선을 보낸 이들도 있었다. 그들에 대한 반항심이랄까, 내 생각과 메시지를 작품으로 표현하려고 했다. 그땐 젊고 어렸으니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런 안티테제가 오히려 긍정적인 결과를 낳은 것 같다.
처음 시작점은 신발 브랜드였다. 어떻게 남성복에 도전하게 됐나?
신발을 만들 때 고객들이 종종 ‘이 신발에 어떤 옷을 입으면 좋을까’ 물었다. 그러다 보니 신발을 디자인하면서 자연스레 옷에 대한 상상이 따라 붙었다.
매 시즌 컬렉션 테마를 명확하게 정의해준다. 2018 S/S 시즌 테마인 #BLANK MIRRORS는 어떻게 해석하면 될까?
이번 시즌 가상의 밴드 #BLANK MIRRORS를 만들었다. 밴드 이름은 전원이 꺼진 상태의 디바이스 화면을 의미한다. 이들은 안티 SNS, 안티 인터넷을 외치지만 모든 메시지에 해시태그를 붙이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인다. 나는 항상 이런 모순이 인간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 모순을 밴드로 표현했고, 현실의 양면성에 대한 질문을 던져본 것이다.
당신의 주특기인 해체와 재구성이 돋보인 컬렉션이었다. 어디에서 영감을 받나?
나는 굉장히 현실주의자다. 아틀리에에서 동료들과 아이디어를 나눌 때도 현실성에 중점을 둔다. 리얼리즘을 철저히 추구했을 때 ‘판타지’가 나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이퍼 리얼리즘의 미술 작품들처럼 말이다. 현실성을 잃은 아이디어란 거짓처럼 들릴 뿐이다. 이런 아이디어들을 퍼즐 맞추듯이 조합해서 작품을 만들어낸다.
요즘 관심사는 뭔가?
11세 때부터 서핑을 해왔다. 34년 정도 됐으니 디자이너 경력보다 훨씬 오래된 셈이다. 일 아니면 서핑이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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