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파나메라 4S
류민 〈모터트렌드〉 기자
수동변속기가 최고라고 하면서 자율주행차를 애타게 기다리는 이중인격자.
+ LOOK 솔직히 사진만 봤을 땐 실망했다. 구형과 큰 차이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전보다 훨씬 더 날렵한 느낌이다. 어깨선을 끌어올리고 C필러에서 트렁크 리드로 떨어지는 부분을 판판하게 다졌다. 실루엣만 보면 911이 떠오를 정도. 차체 구석구석을 장식한 날카로운 선들과 납작한 테일램프도 이런 느낌에 한몫한다. 비율도 한결 근사해졌다. 특히 날 세운 해치 도어로 중심을 잡은 뒷모습이 인상적이다. 제 위치를 찾지 못한 듯 엉성하게 붙어 있던 테일램프와 해결하지 못한 곡선들이 흐리멍덩한 느낌을 내던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탄탄하다. 큰 틀을 유지하며 완성도를 높이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다. 이 분야에서 포르쉐만 한 실력자도 없다. ★★★☆
+ INSIDE 변속 레버 주위에 빼곡히 들어찼던 버튼들이 자취를 감추고 터치 패널이 들어섰다. 조작부에 터치 패널을 쓰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대부분이 ‘빛 좋은 개살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나메라는 차원이 다르다. 누를 때는 물론 뗄 때에도 짧은 진동과 작동음을 내기 때문에 기계식 버튼보다 손맛이 좋다. 힘을 주면 ‘딱’, 빼면 ‘깍’ 하는 소리를 낸다. 애플 아이폰 8의 터치식 홈버튼을 누를 때와 비슷하다. 인테리어 레이아웃은 이전과 비슷하다. 앞면을 판판하게 다진 대시보드에 높은 센터 콘솔을 붙였다. 하지만 커다란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와 기계식 태키미터 옆에 자리한 두 개의 디지털 계기반, 그리고 터치 패널 덕분에 분위기가 훨씬 더 화려하고 고급스럽다. 뒷좌석 역시 누군가를 ‘모시기에’ 부족함이 없다. ★★★★
+ PERFORMANCE 배기량이 약 0.1L 줄었지만 출력, 성능, 효율 모두 눈에 띄게 개선됐다. 이보다 큰 변화는 서스펜션이다. 핵심은 3챔버 에어 서스펜션. 공기량을 60%나 늘려 승차감을 다잡고 드라이브 모드 설정에 따른 변화 폭도 더 키웠다. 신기한 점은 스포츠 플러스에서조차 승차감이 아주 나긋하다는 것. 드라이브 모드를 한 단계씩 조이면 피드백이 민감해지는 동시에 롤이 줄어들고 스티어링의 반응 역시 빨라진다. 물론 이런 느낌에는 상황에 따라 스태빌라이저의 장력을 조절하는 가변식 스태빌라이저(PDDC)와 뒷바퀴를 비틀어 턴인 감각을 바꾸는 리어 액슬 스티어링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
+ ATTRACTION 스포츠카와 럭셔리 세단의 완벽한 조화. 포르쉐 코리아는 신형 파나메라를 이렇게 설명한다. 포르쉐 본사의 보도자료도 이와 비슷한 문구로 시작한다. 조금 의아했다. 스포츠카 브랜드가 럭셔리 세단이라니. 이게 대체 웬말인가 싶었다. 그들의 자신만만한 태도는 신형 파나메라를 겪고 나서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이번 파나메라는 스포츠 세단 시장을 넘어 럭셔리 세단 시장도 파고들기 충분할 만큼 포용력이 커졌다. 휠베이스를 150mm 늘린 신형 파나메라 이그제큐티브까지 데뷔하면 정말로 S클래스 일색인 럭셔리 세단 시장의 풍경이 달라질지도 모른다. ★★★★
+ UP 신형 파나메라는 짜릿하다. 겪어보면 ‘역시 포르쉐’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 DOWN 추가 옵션이 너무 많고 비싸다. 시승차는 무려 4천5백40만원을 더 썼다.
조진혁 〈아레나〉 피처 에디터
작지만 빨라야 하고, 연비는 출중해야 하며, 실내 공간은 넉넉한 차를 선호하는 실용주의자.
+ LOOK 가끔 외모만으로 기죽이는 차들이 있는데 신형 파나메라가 그렇다. 둥글둥글한 구형이 인자한 교장 선생님이라면, 신형은 장학관이다. 날카로운 인상이 보는 이들을 긴장하게 만든다. 하지만 신형 파나메라가 지향하는 것은 럭셔리 세단. 편안함과 강력한 성능을 동시에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편안함이야 시트에 엉덩이를 비벼야 아는 것이니, 외형에서 강조할 수 있는 것은 강력한 이미지뿐이다. 911 특유의 플라이 라인을 적용한 덕분에 차체가 기존보다 커졌음에도 날렵해 보인다. 리어 오버행이 더 길어졌고, 숄더 라인은 매끄럽게 다듬고, 전면의 긴 바와 스포티한 측면, 과감한 루프 라인이 스포츠카답다. 4포인트 브레이크등이 포함된 리얼 LED의 입체감도 기죽는 포인트. ★★★★
+ INSIDE 자, 우리 솔직해지자. 포르쉐는 다 좋은데 실내가 조금 아날로그했다. 그걸 고급스럽다고 마인드 컨트롤했지만 불편했던 것은 부정 못하겠다. 그래서 럭셔리 세단 신형 파나메라도 미래지향적인 인테리어를 적용했다. 블랙 패널 디스플레이와 인터랙티브 디스플레이는 탭틱 기능이 탑재된 태블릿 PC 같다. 크고 선명한 12.3인치 화면과 어드밴스드 콕핏까지 첨단미가 넘친다. 안락함의 정점은 뒷좌석이다. 뚝 떨어지는 루프 라인임에도 뒷좌석은 넉넉하다. 시트 포지션이 낮기 때문이다. 덕분에 넉넉한 레그룸과 여유로운 헤드룸이 생겼다. 럭셔리함의 정점은 사운드다. 부메스터 하이엔드 3D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은 약 20여 개의 스피커로 구성된다. 그러니까 운전석에 앉아 공연장에서나 느낄 법한 입체적인 3D 공간 음향을 체험하는 것이다. 라디오만 틀어도 비싼 소리가 난다. ★★★★
+ PERFORMANCE 스펙으로 설명한다. 변속기는 1단 더 추가된 8단 PDK 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이다. 사춘기 남학생의 혈관처럼 막힘이 없다. 출력은 20마력 증가한 440마력을 발휘하지만 주목할 점은 연비 소모량이 줄어든 것이다. 정체 구간과 고속도로를 모두 달렸음에도 연비는 9km/L 내외를 기록했다.
2톤이 넘는 5m짜리 6기통 4인승 스포츠카임에도 불구하고. 달릴 때는 아무리 가속페달을 밟고 운전대를 비틀어도 운전자 쏠림이 느껴지지 않는다. 전자식 섀시 관리 시스템과 3챔버 에어 서스펜션이 운전석을 밀려나지 않게 잡아준다. 와인딩에서는 뒷바퀴가 살짝 엇나가는 걸 느낄 수 있는데, 이는 50km/h 이하에서 뒷바퀴가 앞바퀴와 반대 반향으로 최대 2.8도까지 비틀어지기 때문이다. 안전에 신경 많이 썼다. ★★★★
+ ATTRACTION 새로운 파나메라는 주행 안정성을 높이는 데 공들였다. 리뉴얼한 실내는 새로 태어났다고 할 정도다. 스포츠 성능은 잘 달리고 잘 멈추며 안정감 있다. 스포츠 모드와 달리 컴포트 모드를 선택하면 차량 세팅이 달라진다. 가속페달은 무겁고 반 박자 느리게 움직인다. 각 모드의 특징이 또렷하게 다르다. 공통점을 찾자면 럭셔리함과 편안함. 목표에 충실하다. ★★★★☆
+ UP 달릴 때는 911, 쉴 때는 호텔, 만질 때는 스마트폰, 들을 때는 세종문화회관.
+ DOWN 비상등의 위치 선정 실패. 비상시에 누르라고 만든 버튼을 기어스틱 뒤에 넣었다.
장진택 〈카미디어〉 기자
포니부터 테슬라까지 하품하며 시승한 ‘무색무취’의 자동차 저널리스트.
+ LOOK 신형 파나메라의 ‘룩’은 한마디로 ‘멋없던 차가 멋있어졌다’라고 할 수 있다. 이전 파나메라도 꽤 멋진 차였는데, 신형이 나오고 나니 ‘건어물’로 전락했다. 파나메라는 911에서 따온 유연한 실루엣과 둥근 헤드램프 등을 내세우긴 했지만, 전반적인 비례와 라인이 어색하고 억지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신형에선 이런 억지가 없다. 면과 라인이 안정적이고 차분해서 보기 좋다. 특히 뒷문짝 뒤 C필러 부근의 처리가 매우 자연스럽다. 쿠페에 가까운 라인인데, 뒷좌석 머리 공간이 옹색하지 않다는 게 신기할 정도. 5m 넘는 대형임에도, 이렇게 스포티하긴 쉽지 않다. 파나메라의 디자인에 후한 평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
+ INSIDE 실내도 그렇다. ‘멋없던 차가 멋있어졌다’. 뭔가 너무 많았다. 버튼도 많고, 장식도 많고, 그래서 기능도 많아 보였다. 운전석에 앉으면 ‘뭔가 기능이 많은 차, 복잡한 차’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반면 신형 파나메라엔 뭐가 별로 없다. 매끈하고 말끔하다. 심지어 가운데 송풍구도 말끔하게 막혀 있다. 시동을 걸면 화면이 켜지면서 모든 기능이 깨어난다. 대부분 터치식인데, 누를 때마다 손가락 끝에서 ‘딸깍’ 소리가 난다. 날렵하게 뽑아낸 뒷부분 때문에 뒷좌석이 좁을 것 같았는데, 아주 좁진 않다. 넉넉하진 않지만, 좁다고 불평할 일도 없다. 트렁크는 그리 넓지 않은데, 널찍하게 전동식으로 열려 활용도가 높다. ★★★★
+ PERFORMANCE 정말 좋다. 이번에도 외계인이 만들어준 듯하다. 다른 차들보다 월등히 잘 만들어서 외계인 소리를 듣는 거다. 에코 모드에선 제법 고급 세단 느낌이 나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넘어가면 금세 격해진다. 5m 넘는 대형 세단인데, 날렵함이 지나칠 정도다. 2톤 넘는 중량은 믿어지지 않을 정도. 중·고등학교 때 머리 싸매고 배운 물리 법칙을 깔깔거리며 비웃는 움직임이다. 누가 관성은 무게에 비례한다고 했나? 누가 속도에 제곱 비례한다고 했느냔 말이다. 2톤 넘는 파나메라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고속도로 인터체인지를 물뱀처럼 빠져나갔다. ★★★★★
+ ATTRACTION 포르쉐를 구석구석 살피면서 “이 사람들, 어떻게 이렇게 만들었지?”라며 감탄했었다. 얼마 전까진 ‘이 양반들’로 불렀다. 그리고 어제는 “아, 이 새끼들, 어떻게 이걸 이렇게 만들었지?”라며 심술 부렸다. 그러다 가격표를 보면 심술이 폭발한다. 4S의 기본 가격이 1억7천3백70만원. 하지만 흰색과 검은색뿐이다. 은색으로 하려면 1백80만원 추가, 빨간색으로 하면 5백50만원이나 추가된다. 추가하다 보면 2억이 훌쩍 넘어가는데, 억만금을 줘도 선택하지 못하는 옵션이 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나 자동정지장치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파나메라는 선택할 수 없다고 한다. “이 양반들, 왜 이렇게 만들었지?” ★★★★
+ UP 가장 멋진 스포츠 세단. 5m에 2톤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 DOWN 국산 준·중형차에도 들어가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자동정지장치. 왜 못 넣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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