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E 400 4MATIC 쿠페
류민 〈모터트렌드〉 기자
수동변속기가 최고라고 하면서 자율주행차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이중인격자.
+ Look 일단 차체가 커졌다. 플랫폼을 C클래스에서 E클래스로 바꿨기 때문이다. 길이 225mm, 너비 60mm, 휠베이스 180mm가 늘었다. 이 정도면 한 체급을 넘어서는 차이. 이제 웬만한 초호화 쿠페 못지않게 당당한 분위기다. 길이와 휠베이스가 벤틀리 컨티넨탈보다 크니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존재감도 꽤 뚜렷하다. 보닛의 주름과 그린하우스를 좁혀 강조한 어깨선 덕분에 남성미가 넘친다. 국내에 수입되는 모델은 AMG 라인이라 범퍼도 꽤 과격한 편이다. 분할된 쿼터 글라스 때문에 옆 창문 라인이 조금 지저분해 보이지만 창문을 열기 위한 조치란 걸 감안하면 눈감아줄 수 있다. ★★★★
+ INSIDE 메르세데스-벤츠의 4시트 2도어 쿠페는 대부분 B필러가 없다. 40년 가까이 이어온 전통이다. 신형 E클래스 쿠페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개방감이 뛰어나다. 뒷좌석 폭은 조금 좁은 편. 휠하우스가 크고 C필러가 안쪽으로 말려 있다. 하지만 불편하진 않다. 시트가 안쪽으로 모여 있어 실제 몸 닿는 면적은 넉넉하기 때문이다. 드나드는 과정이 조금 피곤할 뿐 막상 앉으면 세단과 별다를 게 없다. 앞좌석 구성 역시 세단과 거의 같다. 곡선이 너울진 대시보드에 와이드 디스플레이를 붙였다. 하지만 세단보다 훨씬 화려한 느낌이다. 송풍구를 2015 IAA 콘셉트카의 그것과 같은 제트 엔진 형상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송풍구가 뭐 대수냐 할 수도 있겠지만 앞쪽에만 무려 6개나 되는 데다 알루미늄처럼 정교하게 코팅했기 때문에 실내 분위기에 미치는 영향력이 굉장히 크다. 송풍구 교체만으로 이렇게 화려해질 수 있다니. 역시 디테일의 귀재 벤츠답다. ★★★★
+ Performance E 400 쿠페는 E 400 세단과 같은 3.0리터 V6 바이터보 엔진과 9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한다. 출력 역시 같지만 가속 감각은 한결 긴박하다. 최종 감속비가 짧고 배기 사운드가 한층 더 터프하기 때문이다. 스포츠 모드 이상에서는 ‘팝콘 노이즈’도 낸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 가속 시간은 5.3초. 스포츠카만큼 날쌔지는 않아도 어디 가서 주눅 들 정도는 아니다. 몸놀림 역시 세단보다 더 빠릿빠릿하다. 서스펜션과 차체가 더 단단해졌기 때문이다. 스티어링의 반응도 더 빠르고 뚜렷하다. 피드백이 생생하고 접지력이 높은 까닭에 코너를 자신 있게 들어갈 수 있다. ★★★☆
+ Attraction 이전 E클래스 쿠페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완성도에 불만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C클래스 2도어 버전에 E클래스의 디자인을 씌운 구성에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신형을 타보고는 생각이 달라졌다. 매끈한 디자인과 듬직한 차체, 그리고 화려한 실내까지. 이번 E클래스 쿠페는 C클래스 쿠페와 S클래스 쿠페 사이의 까마득한 공백을 말끔하게 메울 만큼 매력적이다. 이제야 E클래스 쿠페가 제자리를 찾았다. ★★★★
+ UP 섹시한 뒤태만으로도 지를 가치가 충분하다. 화사한 실내는 덤.
+ DOWN 왜 4매틱이 기본인지 모르겠다. 화끈한 엔진을 얹은 쿠페라면 후륜구동도 좋은데.
조진혁 〈아레나〉 피처 에디터
작지만 빨라야 하고, 연비는 출중해야 하며, 실내 공간은 넉넉한 차를 선호하는 실용주의자.
+ Look 벤츠라서 멋있다고는 안 하겠다. 색안경 빼고 봐도 E클래스 쿠페는 참 잘 만들었다. 날렵한 거 티 내지 않는다. 정면에서 보면 E클래스 세단과 큰 차이가 안 느껴진다. 넓은 프런트 그릴, 2개의 LED 라인이 들어 있는 헤드램프 등 고급스럽고 단단한 인상이다. 기교라면 보닛에 톡 하고 튀어나온 2개의 돔이 전부다. 옆으로 돌아서면 2도어 쿠페의 완벽한 비율이 보인다. 두툼한 보닛 라인을 타고 오른 선이
A필러를 기점으로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낮게 내려앉고, 트렁크 리드에서 살짝 튀어오르며 완벽한 마무리를 짓는다. 여기에 B필러 없는 창문이 여자친구의 예쁜 손톱처럼 박혀 있다. ★★★☆
+ INSIDE 껍데기가 기본에 충실했다면, 내부는 눈요기로 멋을 부렸다. 운전석에 앉으면 환영하듯 안전벨트가 어깨 근처로 다가온다. 세심한 배려다. 시동 버튼을 누르면 12.3인치 디스플레이로 구성된 와이드 스크린 콕핏이 운전자를 한 번 더 반긴다. 이 디스플레이로 차량의 모든 기능을 조작할 수 있다. 계기반 디자인을 바꿀 수 있고, 실내 조명 색상과 밝기도 자유롭게 고를 수 있다. 참고로 조명 색이 다채롭다. 실내는 E클래스 세단과 동일한데, 딱 하나 에어 벤트가 다르다. 터빈 블레이드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다고 한다. 전체적으로는 AMG 디자인 요소가 녹아 있다. E 쿠페의 역동성을 분위기로 먼저 체험한다. ★★★
+ Performance 단단할 줄 알았는데 부드럽다. E클래스 세단처럼 말이다. E클래스 세단과 동일한 엔진을 탑재해서 그렇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서스펜션에 있다. E클래스 쿠페에는 에어 서스펜션 방식의 에어 보디 컨트롤을 적용했다. 이게 무엇이냐면 한 단계 진보한 서스펜션으로, 주행 상황에 따라 즉흥적으로 서스펜션의 답력을 조절할 수 있다. 고속도로에서는 서스펜션을 낮추고, 턱 많은 골목에서는 서스펜션을 높인다는 것이다. 실제 차체가 떠오르고 가라앉는 게 느껴진다. 높은 턱이 있는 주차장이 더 이상 두렵지 않다. 또 다이내믹 셀렉트와 연계해 서스펜션은 4단계로 조절된다.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면 차고가 자동으로 낮아진다. ★★★☆
+ Attraction 외모는 완벽한 쿠페지만, 엔진은 E클래스 세단과 동일하다. 그렇다고 크게 아쉬운 것은 아니다. 가속 빠르고, 변속 정확하며, 짧은 휠베이스로 회전 구간에서도 안정적이다. 또 다이내믹 셀렉트로 스포티함도 맛볼 수 있으니 이 정도면 됐다. 첨단 주행 보조 시스템과 안전 시스템도 잔뜩 들어 있고, 편의 장치도 훌륭하다. 멀티미디어 시스템은 터치를 정확히 인식하고, 조작도 쉽다. 세단의 매력과 쿠페의 감성 모두 지녔다. 쿠페는 타고 싶지만 세단의 안락함을 포기하기 싫다면 쿠페처럼 생긴 E클래스를 타면 된다. 가격도 세단에 비해 4백60만원 저렴하다.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만은. ★★★☆
+ UP 세단과 쿠페의 매력을 한 번에.
+ DOWN 뒷좌석에 윈도 조작 버튼이 없다.
장진택 〈카미디어〉 기자
포니부터 테슬라까지 하품하며 시승한 ‘무색무취’의 자동차 저널리스트.
+ Look 독특하거나, 재미있거나, 기발한 형상이 아니다. 그저 ‘잘생긴 벤츠’다. 삼각별을 가운데 품은 ‘황금 비율’ 중심의 정중한 모습이다. 전반적인 분위기가 ‘정장’ 느낌인데, 문짝 2개 붙은 쿠페다. 주말 데이트에도 옥스퍼드 셔츠를 바지 안에 넣어 입는 모범생 느낌으로, 전 세계 중형급 쿠페 중에 가장 기품 있다. 깊은 광택과 높은 품질이 특별히 돋보이는 차다. 쿠페 같지 않은 쿠페이기도 하지만, 기능적으로는 가장 쿠페적이기도 하다. 옆 유리 전체가 활짝 열리면서 바람을 가장 많이 끌어들인다. 앞 유리와 뒤 유리 사이에 B필러 없이 제대로 열리기 때문에 오픈카 수준의 에어링이 가능하다. ★★★
+ INSIDE 문짝 2개 달린 쿠페 실내지만, 문짝 4개 달린 세단과 거의 비슷하다. 쿠페면 쿠페답게 역동적이거나 낭만적이었으면 좋겠는데, 벤츠 쿠페엔 그런 게 없다. 약간의 멋을 내긴 했다. 에어컨 송풍구가 비행기 엔진처럼 ‘쿨’하게 생겼고, 나무 장식 대신 탄소섬유 장식을 넣어 강한 느낌을 냈다. 두 명이 주로 타는 ‘쿠페답게’ 뒷좌석은 소홀하다. 좁고, 딱 2명만 앉을 수 있으며, 가운데 팔걸이도 따로 없다. 그 자리에 컵홀더 2개가 있다. 질 좋은 가죽으로 만든 시트 위엔 우아한 라인이 흐른다. 다른 건 너무 뻔해서 기억이 없는데, 시트가 너무 멋져서 침 흘렸던 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
+ Performance 어지간한 2리터 엔진 두 배의 파워인데, 전반적인 움직임은 생각만큼 자극적이진 않다. 터보가 붙은 엔진이지만, 거친 느낌은 거의 없다. 터보랙 같은 지체 없이 시종일관 단정하고 묵직하며 안정적으로 움직인다. 운전대를 막 돌려도 허둥거리지 않고 안정적이다. 세단을 기본으로 만든 쿠페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날렵하게 깎은 스포츠 쿠페와 확연하게 구분되는 ‘안정감’이 인상적이다. 기본으로 적용된 반자율주행 장치도 안전에 초점을 뒀다. 운전대에서 두 손을 놓고 달리면 운전대를 잡으라고 경고를 하다가 서서히 속도를 줄이며 멈추기도 한다. 운전자가 의식을 잃은 것으로 판단하고 서서히 정지하는 것이다. ★★★★
+ Attraction 세상의 모든 쿠페를 ‘안정감’ 순으로 늘어세우면, 첫 번째 자리가 E클래스 쿠페다. 까불면서 달리고 싶어도 좀처럼 까불지 않는다. 묵직하게 무게중심을 잡고 진중하게 움직인다. 그렇다고 굼뜬 느낌은 없다. 세차게 속도를 올리는 와중에도 안정감을 잃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것이 벤츠가 쿠페를 만들어온 철학이다. 남보다 빨리 달리려고 쿠페를 타는 게 아니라, 쿠페의 낭만과 자유를 아는 이들을 위한 차다. 누군가를 이기고 싶다면 AMG를 타면 된다. 또 AMG를 이기고 싶다면 AMG GT가 있다. E클래스 쿠페는 느긋하게 빨리 달리는 차다. 시속 200km를 넘는 차는 많아도, 시속 200km에서 손에 땀이 나지 않는 차는 이 차뿐이다. ★★★★
+ UP 문짝 2개 달린 쿠페임에도, 웬만한 세단보다 진중하다.
+ DOWN 너무 진중해서 ‘이럴 거면 왜 쿠페를 타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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