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갓세븐이 지닌 밝은 이미지를 굳혀가는 느낌의 음악을 들려드릴 거 같아요.
슬프지만 청량한 느낌의 곡을 준비하고 있거든요.”
갓세븐의 멤버이자 배우 진영에게는 애칭이 하나 있다. 일명 ‘첫사랑 기억 조작 아이돌’인데, 민망함을 무릅쓰고 설명을 해보겠다. 누구나 마음속에 간직한 첫사랑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의미를 조금 과장한 표현으로서 진짜 내 첫사랑은 진영이 아닌데, 그를 보면서 마치 과거 내 아련한 첫사랑인 양 기억을 조작한다는 얘기다. 물론 당사자인 진영은 ‘모든 아이돌 그룹에 한 명씩은 있는 별명 같은 것’이라며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자기 계발에 매진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가만 보니 왜 그에게 그런 애칭이 붙었는지 알 것 같았다. 호리호리한 체격에 검은 옷이 잘 어울리는 그는 캔버스 백을 메고 한 손에는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을 한 권 들고 스튜디오에 나타났다. 순간, 대학교 때 과에서 제일 인기 많았던 남자 선배가 저런 차림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갓세븐의 유닛인 JJ 프로젝트 활동을 했고, 갓세븐 완전체의 앨범 준비를 하면서 웹 드라마 <마술학교>에서 연기도 하고 있는 진영과 보낸 3시간은 생각보다 즐거웠다. 무대 위 아이돌 말고, 카메라 앞의 연기자 말고, 홍콩 영화와 독서를 좋아하고 시끄러운 걸 싫어하는 24세 청년의 말간 얼굴을 볼 수 있어서 더욱 그랬다.
“남들의 시선이 그 사람을 결정하기도 하잖아요.
하지만 최대한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
지난달 <아레나>에는 마크 인터뷰가 실렸어요. 스스로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했던 게 기억에 남아요. 본인도 욕심이 많은가요?
욕심 없으면 이 일 못하죠. 우리 멤버들도 각자 욕심이 있을 거고 저 역시 그래요.
욕심이란 어떤 거예요? 지금보다 더 나아지자는 목표 같은 거?
괜찮은 사람이 되자. 이왕 하는 거 잘하자. 한 번 사는 인생인데 잘해야죠. 그렇지만 잘한다는 기준이 남들과 조금 다를 수 있어요. 저만의 기준에서 늘 지금보다 더 나아지고 싶다는 얘기예요.
7월 말부터였나, 갓세븐의 JB와 ‘JJ 프로젝트’ 활동을 했잖아요. 5년 전보다 훨씬 의젓한 느낌이더라고요.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지금은 편안하게 내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그때는 급했어요. JJ 프로젝트에서 막내였으니까 무조건 밝아 보여야 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게 있었거든요. 5년 동안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이제는 차분해질 수 있었어요.
지금 되게 자연스러워 보여요. 그냥 원래 모습인 것처럼.
그렇죠? 저도 지금이 훨씬 편해요, 훨씬.
요즘 <마술학교>라는 웹 드라마를 찍었죠? <해리 포터> 같은 건가요?
아, <해리 포터>는 마법이고 저희 드라마는 마술을 다루고 있어요. 실제로 한 달 넘게 마술을 배워서 어려운 거 빼고 드라마 속 시연은 대부분 직접 했어요. 한국 드라마에선 잘 다루지 않는 소재라서 신기하기도 했고, 등장인물들이 마술을 통해 각자 성장을 하는데 그 자체가 도전 아니냐는 말이 많았어요. 그래서 드라마가 잘되건 그렇지 않건 간에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았어요.
‘갓세븐 진영’을 검색해보면 이런 기사들이 보여요. ‘첫사랑 기억 조작 아이돌’이라고.
아, 모든 아이돌 그룹마다 다 있는 애칭 같은 거예요. 이 그룹에선 이 친구가, 저 그룹에서 저 친구가 그런 이미지를 맡고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런 말 절대 안 믿고 자기 계발 하려고요.(웃음) 아직 저 자신은 제가 어떤 이미지인지 잘 모르겠어요. 남들이 정의하는 것에 따라 제 모습이 판단되긴 하지만요. 남들의 시선이 그 사람을 결정하기도 하잖아요. 하지만 최대한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 예전에는 댓글도 되게 많이 봤는데 지금은 잘 안 봐요. 내 일을 열심히 해야 사람들이 좋아하겠다 싶거든요. 남 눈치 보면서 뭘 하는 건 아닌 거 같아요.
스스로는 어떤 이미지인지 모르겠다고 했는데, 그럼 갓세븐은 어떤 그룹인 거 같아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밝은 그룹이요. 제가 좀 차분하죠? 저희 멤버들은 되게 에너지가 좋아요. 그에 힘입어서 서로 열심히 할 수 있어요. 갓세븐의 최대 장점은 기분 좋은 활기예요.
주변에 오래 함께해온 사람들은 본인에 대해 뭐라고 하나요?
진지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그리고 또 장난스럽다는 얘기도 많이 듣고요.
정반대 이야기 아닌가요?
진지한 면이 있는데, 일단 친해지면 능글맞게 장난을 치거든요. 티 안 나게 장난치는 걸 좋아해요. 반면에 저를 처음 만난 사람들은 굉장히 진지하기만 하고 ‘노잼’으로 알아요. 물론 ‘노잼’은 어느 정도 인정하는데요. 하하. 최근에 어떤 분을 새로 알게 됐는데, 그분이 저에게 “너무 진지해서 당황스럽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친하지 않은 사이라 예의 바르게 행동해서 그렇게 보였나 봐요.
지난 인터뷰 기사들을 읽었는데 굉장히 심성이 착하고 올곧은 면이 보였어요. 사실 그런 점이 바르지만 ‘노잼’으로 보이긴 하잖아요.
그건 인터뷰의 힘이에요. ‘인터뷰를 한다’고 하면 멋지게 말해야 할 거 같아서 제 자신의 어떤 면을 좀 더 부각하게 되더라고요. 정확하게 보신 것 맞아요. 심성이 착하긴 한데, 무작정 착한 사람만은 아니에요. 하하.
“글을 많이 쓰고 싶지 않아요. SNS가 팬들과 좋은 소통의 도구이지만
만약 제가 작은 실수를 하면 또 그것에 불편함을 느끼는 분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최대한 짧고 간략하게 올리려고 해요.
‘감성스타그램’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요.”
매일 ‘안녕하세요, 갓세븐 진영입니다’ 이렇게 자신을 소개하잖아요. 그거 말고 자기가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걸 나열해보면 어떨까요? 예를 들면 저는 잡지사에서 일을 하고, 바다와 서핑을 좋아하고, 접영을 집중 훈련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싶어요.
저는 일단 갓세븐 진영이고, 본명은 박진영이에요. 그리고 JYP에 들어오게 됐고요. 시끄러운 걸 싫어하고 조용한 걸 좋아해요. 사람들이 많은 데보다는 소소하게 친구 두세 명과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카페나 조용한 바를 즐겨 찾는 편이고요. 그리고 영화 보는 걸 너무 좋아해요. 최근에는 홍콩 영화에 빠졌어요.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홍콩 영화의 황금기를 지금 맛보고 있는 중이라 다른 영화는 찾아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어떤 영화들이요?
<화양연화> <무간도> <첩혈쌍웅> <천장지구> <아비정전> <첨밀밀> 이런 것들이에요. 진짜 유명한 영화들이잖아요. 왕가위 감독의 <동사서독>을 너무 보고 싶은데 어디서 내려받아야 하는지 몰라서 못 보고 있어요. 아, 참고로 저는 불법 다운로드는 싫어해서 합법적인 사이트에서 돈 내고 보거든요.(웃음) 양조위 배우에게 푹 빠져서 그분의 출연작은 다 찾아보고 있어요. 전에는 제 인생 영화가 <여인의 향기>였는데 지금은 <화양연화>와 <무간도>가 싸우고 있어요.
양조위가 <화양연화>에서 앙코르와트 사원 벽에 속삭이는 마지막 장면이 생각나네요. 순례 한번 가셔야겠어요.
저는 양조위와 장만옥이 함께 식사하던 스테이크 집을 들러보고 싶어요. 실제로 맛집이라던데, 한번 꼭 가보려고요. 이번에 홍콩에 스케줄이 있어서 들르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 갔죠.
<중경삼림> 팬이라면 홍콩 소호의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에서 사진도 찍어야 돼요.
아, 저는 만둣집 가보고 싶어요. 양조위가 경찰 모자를 벗으면서 인사하는 장면이 너무 좋았거든요.
취미도 차분한 것 같아요.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고요?
JJ 프로젝트 활동 때 앨범 재킷 사진을 찍으러 일본에 갔어요. 우리가 필름 카메라로 직접 사진을 찍고 거기에 에세이를 적어서 전시회를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거든요. 그때 처음 접했어요. 찍어놓고 바로 보지 못하니까 애타는 마음도 있고, 재미있더라고요.
주로 뭘 찍어요?
풍경이요. 다른 사람들을 찍어주기도 했는데 다들 불만이 많더라고요.(웃음) 제가 인물 사진을 잘 못 찍나 봐요. 만족스럽지 못한지 ‘너 왜 나를 이런 식으로 찍냐’는 얘기가 많아서요. 자연은 나에게 뭐라고 하지 않으니까 그냥 풍경을 찍게 돼요.
인스타그램에도 성격이 묻어나더라고요. 잔잔하고 차분하게 포스팅하던데요?
그게 사실은 귀차니즘 같아요. 글을 많이 쓰고 싶지 않아요. SNS가 팬들과 좋은 소통의 도구이지만 만약 제가 작은 실수를 하면 또 그것에 불편함을 느끼는 분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최대한 짧고 간략하게 올리려고 해요. ‘감성스타그램’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요. 해시태그 사랑, 해시태그 운명. 이런 거 딱 싫어요. 하하.
갓세븐의 컴백 시기나 활동에 관해 힌트를 준다면요?
일단 컴백 시기는 ‘곧’이라고 말씀드릴게요. 말 그대로 ‘커밍 순’이에요. 그리고 지금 갓세븐이 지닌 밝은 이미지를 굳혀가는 느낌의 음악을 들려드릴 거 같아요. 슬프지만 청량한 느낌의 곡을 준비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멋진 작곡가와 작업했기 때문에 기대해도 좋습니다.
근데 갓세븐 노래는 들을수록 괜찮더라고요.
그러니까 말이에요. 숨겨진 좋은 곡들이 많은데 사람들이 아직 잘 몰라서 마음 아파요. 더 많은 분들이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노래는 결국 잊히지 않고 기억될 거예요.
그 말 잊지 않고 기억해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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