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정규 앨범 〈MOVEMENTS〉를 2014년에 발매한 이후 싱글 앨범과 페스티벌을 통해 꾸준히 활동했지만, 방송이나 매체 쪽에서 보이지 않더라. 어떻게 지냈나?
박솔 정규 2집 이후에 유럽 투어와 미국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 뮤직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다. 마이애미에서 지미 더글러스랑 작업도 했다. 활발하게 방송 활동을 한 건 없지만 마냥 놀지는 않았다.
해외에서 기억에 남는 무대가 있나?
박솔 작년 10월 한 달간 LA에서 클럽 투어를 한 게 기억에 남는다. 비록 한 달이었지만, 미국에서 팝 음악이 나오는 이유를 조금은 알겠더라. 도시의 분위기, 날씨, 사람들 태도가 우리와는 많이 다르다. 평상시 생활을 들여다보면 우리처럼 빡빡하지 않다. 풀어져 있는데, 할 땐 확실히 한다. 무엇이든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있는 거다.
무대를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다르던가?
박솔 유럽이나 미국, 멕시코 사람들은 모르는 팀이 나와도 음악과 그 순간을 즐기더라. 각자 나름 춤도 추고 박수도 치며 편하게.
권오경 나도 멕시코가 기억에 남는다. K-팝의 힘을 느낄 수 있었거든. 우리가 누군지 몰라도, K-팝이란 것만으로도 좋아하더라.
나루 유럽이 좋았다. 공연도 공연이지만, 풍경 그 자체가 너무 좋았다. 섬세하게 조성된 도시도 그렇지만, 작은 시골 마을만 봐도 생활 속에 문화적인 요소가 자연스레 녹아 있더라. 한국에서 문화적 요소는 일부러 일상을 벗어나 찾아 나서야 하지 않나? 성탄절을 한 달 정도 앞두고 작은 마을에 간 적 있는데, 온 동네를 축제장처럼 꾸몄더라. 알고 보니 마을 사람들이 즐기기 위해 꾸민 거라고. 억지가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와 즐기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요즘 국내 페스티벌을 다니다 보면 무대를 보며 멀뚱히 서 있는 사람이 많다. 아쉽더라 전에는 방방 뛰는 사람이 많아서 다 같이 망가졌는데.
나루 요새 몸으로 노는 거에 대해 낯설어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예전보다 할 수 있는 건 더 많아졌는데 오히려 더 수동적으로 된 것 같고. 받아들이는 거에만 익숙해져서 그런 걸까? 컴퓨터나 스마트폰이 그러니까.
박한솔 라이브 공연장에서 나를 내려놓고 남 의식 안 하고 놀면 다른 거랑 비교할 수 없는 시원한 쾌감을 느낄 수 있는데, 그걸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한다.
힐링이란 단어만 봐도 해외와 한국의 쓰임새가 다르다.
나루 해외에서 힐링을 일상 속 휴식과 릴랙스의 뜻으로 쓴다면, 한국에서는 평소와 달리 구태여 찾아 나서는 것,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올릴 만큼 남들이 보기에도 좋아야 하는 것을 누린다는 의미 같다.
새 앨범 얘기를 해보자. EP 앨범 〈Thumps Up〉은 전작들과 많이 다르다. 첫 곡 ‘Thumps Up’에서는 비트도 있다.
박솔 자기 복제를 하는 게 싫었다. 솔루션스라고 하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음악들. 그간 우리가 해왔던 영미권 팝 밴드 음악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또 LA에서 보낸 한 달이 멤버 전부에게 영향이 컸던 것 같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여러모로 유연해졌고 그러면서 음악에서 힘을 많이 빼게 됐다. 그리고 이번 앨범부터는 본래는 두 명이었던 멤버가 넷이 돼서 다 같이 곡 작업을 했다. 이런 변화가 앨범 작업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이번 앨범에서 드러나는 변화에 대해 모두 동의했나? 그리고 만족하는가?
나루 자연스러운 변화였다. 다들 조금씩 기존에 하던 걸 안 하더라도 편하게 다른 걸 만들어보면 어떻게 나올까 하는 마음이었던 거지.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기분을 느끼고 싶을 때 찾아 들을 만한 음악인 것 같아 나름 만족스럽다. 예전부터 쭉 좋아하던 음악이 아닌, 필요할 때 자극제가 되어주는 음악 말이다.
박솔 자연스러운 변화에 거부감이나 부담을 느끼는 멤버는 없었다. 작업을 하는 게 사실 마냥 즐거운 일은 아니지만, 이번 앨범 작업은 극적인 변화 때문인지 재밌었다. 사실 우려도 없지 않았다. 다만, 반응이 극단적으로 나뉘더라도 우리가 정체돼 있지 않고 변화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예전 느낌이 더 좋다는 사람도 있는데, 예상했던 반응이라 오히려 반갑다. 어쩌면 우리가 그런 얘기를 듣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박한솔 변화의 첫 단계 앨범이라 만족스럽다기보다는 솔루션스가 이렇게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결과물이라는 의미가 크다. 일종의 실험이랄까. 물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
권오경 처음으로 내가 작곡한 노래가 실려서 나는 만족도가 굉장히 높은 편이다. 4번 트랙 ‘Mr. Lover Boy’다.
앨범이 하나의 분위기에 치우치지 않고 곡마다 하나하나 다채롭게 색깔이 있더라.
나루 그게 우리 팀 특징이자 스타일이다. 하나만 붙잡고 있지 않는 것. 간혹 수록곡이 전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앨범이 있는데, 잘된 걸 거의 본 적 없다. 우리는 하나하나 개성을 살리는 걸 선호한다. 그만큼 곡 하나에 더 집중한다는 얘기고. 그래서 사람들이 흘려듣지 않았으면 한다.
확실히 요즘은 힙합이 대세다. 비트가 깔린 곡 ‘Thumps Up’은 이를 어느 정도 염두하고 만든 건가?
나루 대세라서 따라간 건 아니다. 나도 즐겨 듣는 힙합 음악이 있다. 요즘은 DJ 칼리드 음악 좋던데.
박솔 중·고등학교 때부터 우탱 클랜을 좋아해 즐겨 들었다. 힙합이 싫었다면 ‘Thumps Up’ 같은 곡을 불렀을까? 또 우리는 대중음악을 한다. 방구석에서 혼자 음악을 하는 게 아니니까, 사람들이 듣는 것에 관심을 갖기도 하고 주변에서 자주 흘러나오는 곡에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는다.
멤버 넷을 보면 각각 분위기나 성격이 완전히 다른 것 같다. 자주 어울려 노는 편인가?
박솔 놀 때는 사실 따로(웃음). 주로 일할 때 보는데, 앨범 작업만 하더라도 몇 달을 계속 붙어 있어야 하고 해외 나갈 때는 매일 붙어 있으니까, 많은 시간을 함께한다고 봐야겠다. 그 이외에는 각자 시간을 보내는 게 서로 좋지 않을까?(웃음)
나루 성향도 다르다. 오히려 그래서 상호보완이 되기도 한다.
정규 앨범 계획은?
박솔 아직 정확한 계획은 없다. 멤버마다 생각이 다를 텐데 나는 EP를 하나 더 낸 뒤 정규 앰범을 내고 싶다. 아무래도 요즘 시장 분위기가 정체돼 정규 앨범을 낸다고 해도 대다수 곡이 묻힌다. 요즘에는 앨범의 전체 구성과 흐름에 관심 있는 사람이 없으니까. 우린 진짜 곡 하나하나에 정성을 들이거든. 그래서 이제 정규라는 게 의미가 있나 싶다.
나루 그럼에도 정규 앨범을 낸다면 완성된 느낌을 최대한 살리고 싶다.
앞으로는 이번 EP처럼 다양하게 발표할 예정인가?
나루 1, 2집을 자세히 들어보면 이미 우리 음악에는 다양한 장르가 녹아 있다. 다만, 우리가 세워둔 울타리 안에 다양한 느낌을 담으려고 했다. 이번에는 방향을 달리해 울타리 자체를 키운 거다. 정해진 건 없다. 다만 우리 음악이 한곳에 영원히 머물 일은 없을 거다.
이달의 신보
스타세일러 〈All This Life〉
스타세일러가 돌아왔다. 2009년 정규 4집 앨범
이후 8년 만의 일이다. 는 총 11곡으로 구성돼 있으며 초반의 밝은 분위기는 후반부로 갈수록 무겁고 웅장해진다. 물론, 저돌적이면서 특유의 쥐어짜는 창법과 분위기는 여전하다. 약 8년간의 휴식 기간이 절대 헛되지 않았음을 절감할 수 있는 앨범. 피제이 〈WALKIN’ Vol.2〉
VMC 프로듀서 티케이에게 국내 최고의 힙합 프로듀서가 누구냐고 물은 적 있다. 그는 피제이라 답했다. 동의한다.
를 듣고 더욱. ‘동시대의 미학을 밀도 있게 담은 곡과 연주, 통찰력 있는 프로듀서의 기획과 역량, 타협이나 모방이 아닌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어내는 스타일과 방향성의 교집합.’ 디제이 소울스케이프의 소개글 중 일부다.
낫싱 벗 티브스 〈Broken Machine〉
낫싱 벗 티브스가 첫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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