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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것의 맥카시

폴 맥카시의 새 전시가 열린다. 72세의 나이에도 그는 여전히 논쟁적이다.

UpdatedOn October 1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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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의 두상을 묘사한 ‘White Snow Head’. 2012년의 작업이다.

백설공주의 두상을 묘사한 ‘White Snow Head’. 2012년의 작업이다.

  • 폴 맥카시 〈컷 업 앤드 실리콘 피메일 아이돌, WS〉
    주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54 국제갤러리 K2, K3관 문의 02-733-4879
연작 ‘Cut Up’. 폴 맥카시 자신의 나체를 본떠 만든 모형을 자르고 접붙여 변형했다.

연작 ‘Cut Up’. 폴 맥카시 자신의 나체를 본떠 만든 모형을 자르고 접붙여 변형했다.

연작 ‘Cut Up’. 폴 맥카시 자신의 나체를 본떠 만든 모형을 자르고 접붙여 변형했다.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속 백설공주의 거대한 두상 조각이 널브러져 있다. 뿌리칠 수 없는 힘에 의해 ‘뽑힌’ 듯한 모습으로. 낯설고, 기괴하게. 실리콘으로 주조된 이 두상 조각은 이마가 흘러내리고, 얼굴에는 절개선과 구멍이 난 채다. 폴 맥카시의 새 전시 <컷 업 앤드 실리콘, 피메일 아이돌, WS>는 이렇게 시작된다.


폴 맥카시는 지난 40년간 가장 논쟁적인 작가로 언급되어왔다. 흉포한 농담과 뒤틀린 욕망, 사회의 폭력성을 선연히 담은 그의 작품에는 언제나 논란이 따랐다. 2012년, 국제 갤러리에서 열렸던 맥카시의 전시에는 흉포하게 뜯긴, 불행한 아홉 난쟁이들이 도열해 있었다. 폴 맥카시는 주로 도처에 존재하던 어떤 형상을 차용해 낯설고 기괴하게 재단하고 접붙이는 방식으로 자신의 작업을 완성한다. 폴 맥카시의 작품 앞에 선 관객은 그가 던져놓은 물질들, 허구와 환상과 가학의 이미지들 앞에 꼼짝없이 시선을 붙들린다. 그가 표현하고 싶은 것은 자본주의를 비롯하여 현대 사회 현상이 지닌 이면과 그 뒤틀린 성질이다. 그중에서도 그가 가장 열을 올린 주제는 매스미디어가 인간의 욕망을 상업화하는 방식이다. 이번 전시도 마찬가지다. 그는 말했다. “미디어를 통해 지각한 세계의 폭력성을 작품에 투영했습니다. 실재하는 폭력이라기보다 폭력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거죠. 폭력의 이미지를 부인한다거나 돌려 표현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조각의 캐스팅 과정에서 쓰이는 ‘코어(core)’ 요소를 주제로 한 작품군. 점진적인 캐스팅 과정을 단계별로 보여주며 ‘코어’라는 개념을 작업의 ‘스핀오프’로 활용했다. 허구적 인물들의 이면 혹은 그 내면에 존재하는 불편한 시선을 드러낸다.

조각의 캐스팅 과정에서 쓰이는 ‘코어(core)’ 요소를 주제로 한 작품군. 점진적인 캐스팅 과정을 단계별로 보여주며 ‘코어’라는 개념을 작업의 ‘스핀오프’로 활용했다. 허구적 인물들의 이면 혹은 그 내면에 존재하는 불편한 시선을 드러낸다.

조각의 캐스팅 과정에서 쓰이는 ‘코어(core)’ 요소를 주제로 한 작품군. 점진적인 캐스팅 과정을 단계별로 보여주며 ‘코어’라는 개념을 작업의 ‘스핀오프’로 활용했다. 허구적 인물들의 이면 혹은 그 내면에 존재하는 불편한 시선을 드러낸다.

이번 전시에서 폴 맥카시는 자신이 즐겨 사용하는 독창적 기법이자, 스스로 ‘스핀오프’에 빗대어 표현한 조각 작품을 소개한다. 앞서 비디오, 설치, 조각 등 다양한 매체로 구현한 ‘White Snow(WS)’ 연작 중 실리콘을 재료로 백설공주의 두상을 묘사한 2가지 버전의 조각이다. 전시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맥카시가 새롭게 시도한 작업들인데, 이 중 하나는 폴 맥카시가 자신의 늙고 처지고 쪼그라진 몸을 형상화한 작품군이다. 동화적이고 신화적인 아이콘을 형상화하던 그가 아예 그 영역을 나이 든 자신의 몸으로 연장한 것이다. 자신의 나체를 본떠 만든 모형을 다시 3D 스캔한 후 모델링을 거쳐 실물 사이즈로 제작하고, 토막 내어 팔과 다리, 성기 따위를 기형적으로 재조합했다. 다른 하나는 ‘코어(Core)’ 요소를 활용한 작품군이다. 조각의 주조 과정에서 뼈대 역할을 하는, 완성된 조각 작품에서는 그 형체를 볼 수 없던 ‘코어’를 점진적으로 드러낸다. 형태라는 환상을 주조하여 이를 낯설고 기괴하게 펼치던 그가 도리어 형상을 걷어내며 ‘코어’를 드러내는 이 연작은 단계적으로 점차 더 수척하고 기괴한 모습으로 변해간다. 전시는 10월 29일까지, 국제 갤러리.


WATCH & SEE 이달 보고 느껴야 할 멋진 것.

  • <엘 아낫츄이: 관용의 토폴로지1> 바라캇 서울

    엘 아낫츄이는 아프리카 가나 출신의 미술가다. 대량 생산되고 폐기되는 공산품을 수공예적으로 조합해 빛나고 아름다운 것들로 만든다. 재활용 센터에서 구한, 무수히 많은 알루미늄 조각을 구리 끈으로 꿰고, 금속성을 띠는 천과 같은 모양으로 변형한 대형 태피스트리 작업이 그의 대표작. 그는 작가로서 절대적인 감독관이 되기를 거부한다. 작품의 제작 및 설치, 감상 등 모든 과정에 타인의 개입을 허용한다. 가나의 마을 사람들이 그의 작업에 참여하며, 관객 역시 그의 전시 공간을 구기거나 접어서 변형할 수 있다. 엘 아낫츄이는 조각에 대한 전통적 관습과 정의를 거부하는 예술적 실험으로 아프리카 현대 미술의 세계화를 이끌어 2015 베니스비엔날레 황금사자상 평생공로상을 수상했다. 전시는 9월 27일부터 11월 26일까지.

  • 〈All in All〉 갤러리 현대

    5년 만에 갤러리 현대에서 마이클 크레이그-마틴의 개인전이 열린다. 마이클 크레이그-마틴의 화면에는 고전적인 회화의 언어가 해체된 상태로 놓여 있다. 친숙한 사물은 단순한 이미지가 되고, 각각의 요소는 낯설게 재배치된다. 어울리지 않는 색이 병치되고, 그 의미가 배제된 오브제들은 점, 선, 면과 같은 기본 요소로 사용된 모습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2017년 전시를 위해 제작된 신작을 포함해 30여 점을 선보인다. 아이폰, USB, 노트북 등 현재 사람들이 소비하는 동시대적 오브제가 등장할 뿐 아니라, 높이 250cm에 달하는 새로운 포맷의 세로 작품들, 크기가 작은 사물들을 과감하게 클로즈업한 연작들이 등장한다. 전시는 9월 21일부터 11월 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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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이경진

2017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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