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뉴 4시리즈 그란 쿠페 420i
류청희 자동차 평론가
자동차를 ‘길과 사람의 커뮤니케이션을 가능케 하는 미디어’라 생각하는 지적 낭만주의자.
+ Look 개성 있는 차를 원한다. 그렇지만 4도어 세단의 장점은 버리고 싶지 않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차가 이른바 4도어 쿠페다. BMW 4시리즈 그란 쿠페도 그중 하나다. 전형적인 4도어 세단인 3시리즈 세단과 닮았으면서도 더 날렵하고 시원한 느낌이 든다. 물론 패밀리 디자인을 철저하게 추구하는 브랜드라, 3시리즈 세단과 나란히 놓거나 자세히 들여다봐야 다른 점을 눈치 챌 수 있다. 분명한 사실은 옆모습이 확실히 스포티해 보인다는 것. 부분 변경 모델이어서 외모의 변화는 디테일에 집중된 탓에 전과 달라진 점을 찾을 때에도 눈을 부릅떠야 한다. 내 눈에는 범퍼 장식과 앞뒤 램프 안쪽이 조금 다르다는 정도만 들어왔다. ★★★☆
+ INSIDE 눈으로 봐서는 3시리즈와의 차이점을 좀처럼 알 수가 없다. 무심한 듯 가로로 뻗은 대시보드에 툭 튀어나온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을 감싸며 떨어지는 곡선, 간결하고 가지런한 각종 스위치 등 실내 전체에 흐르는 BMW 특유의 ‘투박한 고급스러움’은 여전하다. 조금 낮은 시트에 앉고 나서야 3시리즈와 다른 것을 느낄 수 있다. 스위치 주변 크롬 장식이 많아지긴 했어도, 장비나 기능이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새 5시리즈에 먼저 사용한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인터페이스 디자인과 공기조절장치와 함께 USB 포트,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 등 편의성을 높여주는 것들을 더했다. ★★★☆
+ Performance 420i 그란 쿠페에 올라간 2.0리터 터보 가솔린 엔진은 일상에서 쓰기에 무난한 힘을 낸다. 그럼에도 달리기가 스포티하다는 느낌이 드는 데는 차분하고 안정감 있게 조율한 서스펜션의 공이 크다. 거친 노면에서도 몸놀림이 좀처럼 흐트러지지 않고, 굽은 길에서는 제법 정직한 반응이 운전의 재미를 더한다. 오히려 힘이 넘치지 않는 엔진 덕분에 차가 지닌 잠재력을 더 알차게 뽑아낸다. 고르고 정확하게 페달에 반응하는 브레이크도 안정감을 더한다. 다만 편안한 승차감을 포기할 수 없었는지, 차가 머리를 돌릴 때에는 스티어링이 칼 같은 회전 감각에 느슨함이라는 양념을 살짝 친다. 물론 불쾌할 정도는 아니고, 운전 재미라는 대세에도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
+ Attraction 좋기는 하지만 대단하다고 느끼기는 어려웠던 420i 그란 쿠페에서 의외로 매력 있다고 생각한 곳은 뒷좌석이었다. 세단보다 공간 여유가 크지도 않고, 시트가 별로 푹신하지 않은데도 호감을 느낀 것은 승차감 덕분이었다. 무게중심도 낮고, 시트의 앉는 위치도 낮아서 심리적 안정감이 크다. 거기에 차체 위아래 방향으로 움직임이 크지 않으면서도 부드러움이 살아 있어 고속으로 달릴 때에도 편안하다. 또 하나의 장점은 크게 열리는 해치와 긴 적재 공간이다. 세단보다 뒷모습이 더 스타일리시하면서 실용성도 뛰어나다. 겉멋만 부린 차가 아니어서 매력이 더 크게 다가온다. ★★★★
+ UP 3시리즈 세단 대신 사도 후회할 이유가 없다.
+ DOWN BMW가 늘 그렇듯 실내는 그저 그렇다.
조진혁 <아레나> 피처 에디터
작지만 빨라야 하고, 연비는 출중해야 하며, 실내 공간은 넉넉한 차를 선호하는 실용주의자.
+ Look 잘생긴 차가 조금 더 잘생겨졌다. 하지만 그 변화가 너무 섬세하고 세밀해서 눈치 채기 쉽지 않다. 성형 부위를 꼽자면 헤드램프다. 신형 바이 LED 헤드램프와 LED 안개등을 기본 옵션으로 장착했다. 새로운 헤드램프는 기존 원형 헤드라이트를 육각형으로 다듬었다. 헤드라이트 상단의 눈썹처럼 자리한 LED 방향지시등도 기존보다 넓고 가늘게 잘라냈다. 눈매 교정만 살짝 한 셈이다. 4시리즈의 외모는 탄탄한 곡선미를 이루는 실루엣, 날카로운 측면 라인, 날렵한 인상의 전면 등이 준수하다. ★★★☆
+ INSIDE 차에 대한 인상은 운전석에 앉을 때 정해진다. 뉴 4시리즈 그란 쿠페의 시트 포지션은 낮다. 엉덩이를 시트 끝에 붙이고, 손에 착 감기는 부드러운 스포츠 스티어링 휠을 두 손으로 잡으면 달리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다. 인테리어의 대대적인 변화는 없다. 여전히 고급스럽고, 우아하다.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조금 달라졌다. 두 화면 페이지에 6개의 대형 아이콘을 배치했다. 자주 사용하는 아이콘 위주로 배치해놓으면 운전 중에 조작하기 편하다. 가장 마음에 든 부분은 무선 충전 패드다. 치렁치렁한 충전 잭을 연결할 필요가 없으니 깔끔하고 편하다. 무난한 실내에서 유일한 단점을 꼽자면 쿠페 특유의 낮고 좁은 뒷좌석이다. 앉은키가 크고 뚱뚱하면 불편하다. 내가 그렇다. ★★★
+ Performance 서스펜션이 단단하기 때문에 승차감이 부드러운 차는 아니다. 대신 고속 주행 시 정확하게 반응하고, 안정적으로 달린다. 속도를 올리면 엔진이 귀에 거슬리지 않을 정도의 소음만 내뿜는다. 외부 소음도 잘 차단했다. 안락함이 지겨워질 즈음 스포츠 모드로 변경했다. 그럼 2리터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이 본격적으로 힘을 쓰기 시작한다. 스포츠카다운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다. 무게중심이 낮기 때문에 가속 시 안정감이 있다. 직선 도로에서 차체가 흔들리지 않고 높은 접지력을 선보이며, 회전 구간에서는 차체가 원심력에 의해 바깥으로 밀려나는 것을 막아준다. 빨리 달려도 조용하고 안정감 있으니 운전하는 재미가 있다. 트윈파워 터보 기술의 엔진은 평소에 알뜰살뜰하게 기름을 아끼지만, 달려야 할 때는 역동성을 발휘할 줄 아는 기특한 면모가 있다. ★★★☆
+ Attraction 3시리즈는 뭔가 부족하고, 5시리즈는 너무 과하다고 생각한다면 4시리즈가 대안일 수 있다. 새로운 4시리즈는 세 종류다. 빨리 달리기에 초점을 맞춘 쿠페가 있고, 자유로움을 만끽하라고 만든 컨버터블이 있으며, 일상에서 편하게 타다 종종 드라이빙의 즐거움도 느끼라고 만든 그란 쿠페가 있다. 그란 쿠페는 달려야 할 때 달릴 줄 알고, 아껴야 할 때 연료를 아끼는 차다. 그렇다고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연비가 엄청난 것은 아니다. 준수할 뿐이다. 전통적인 쿠페 실루엣을 강조하다 보니 낮고 좁아진 뒷좌석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좁은 뒷좌석 대신 넓고 깊은 트렁크를 마련했다. ★★★☆
+ UP 잘생긴 외모, 우아한 실내, 든든한 터보.
+ DOWN 개성이 부족해.
장진택 <카미디어> 기자
포니부터 테슬라까지 하품하며 시승한 ‘무색무취’의 자동차 저널리스트.
+ Look 눈(헤드램프)이 좀 달라진 것 같다. 뒤 램프도 약간 바뀌었다. 이 정도가 신형 4시리즈의 새로운 변화다. 물론, “이게 뭐야?”라며 타박할 만하다. 명색이 ‘신형’인데, 새로운 게 없으니 그럴 만하다. 우리는 부분 변경 때마다 영업사원도 못 알아볼 정도로 ‘변신’하는 현대-기아차에 길들여졌다. 그래서 4시리즈의 이런 변경이 싱겁게 느껴지는 거고. 하지만 세상의 모든 차가 ‘부분 변경’ 때마다 확확 바뀌지 않는다. 디자인 반응이 좋았던 차는 안 바꾸는 게 옳은 전략이다. 물론, 디자인 반응이 안 좋았다면 많이 바꿔야겠지. BMW도 부분 변경 때 생김새를 확 바꾼 적이 있다. 출시되자마자 욕부터 먹은 4세대 7시리즈(2001년 출시)는 2006년 부분 변경을 통해 완전히 다른 차로 거듭난 바 있다. ★★★
+ INSIDE 겉모습도 바뀐 게 거의 없다. 실내는 눈을 비비며 찾아도 바뀐 게 없다. 계기반이 LCD 화면으로 바뀐 모델도 있다는데, 우리나라엔 안 들어온 것 같다. 그란 쿠페는 말 그대로 큼직한 쿠페다. 문짝 4개를 붙이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쿠페’다. 그래서 실내 공간이 넉넉하지 않다. 넉넉한 공간을 원한다면 3시리즈 GT를 선택하면 된다. 뒷좌석이 특히 넉넉할 뿐 아니라, 뒷좌석 등받이 각도도 조절되기 때문에 편안하게 가족을 태울 수 있다. 반면 4시리즈 그란 쿠페의 뒷좌석은 그리 편하지 않다. 지붕을 날렵하게 깎아서 머리 공간이 특히 부족하다. ★★★
+ Performance 시승했던 모델은 4시리즈 그란 쿠페 중 가장 약한 420i 그란 쿠페다. 184마력에 최대토크 27.6kg·m 내는 가솔린 터보 엔진으로, 요즈음 트렌드에 맞춰 ‘다운사이징’됐다. 엔진 타입이 N20에서 B48 타입으로 바뀌었다는데, 마력과 토크가 같고 회전 질감도 비슷하다. 다만 최대토크 영역이 좀 넓어지면서 고회전까지 활기차게 돌아가는 느낌이다. 이전 엔진보다 가속 및 고속 주행이 조금이나마 여유로워졌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있달까? 서스펜션 세팅도 이전보다 약간 단단해졌다고 하는데, 차이점은 딱히 모르겠다. 예전 4시리즈 그란 쿠페도 좋았고, 이번에 탄 그란 쿠페도 좋다. 적어도 핸들링에 대해선 4시리즈 그란 쿠페를 깎아내리기 힘들다. ★★★★
+ Attraction 쿠페는 낭만이다. 세단이 일하는 사람들의 차라면, 쿠페는 일 안 하는 사람들의 차다. 여유롭게 즐기며 달리는 차라는 얘기다. BMW는 이런 차를 참 잘 만든다. 어느 도로에서도 운전을 즐기고 싶게 만든다. 문짝 4개 달렸지만, 여전히 늘씬하고 여전히 관능적이다. 2리터 가솔린 엔진도 부족하지 않다. 7.6초 만에 시속 100km를 넘어서고, 격한 핸들링이나 고속 주행에도 두루 능란하다. 다만, 스타일을 중시하다 보니 실내 공간이 다소 좁긴 하다. 넓은 공간까지 원한다면 4시리즈 그란 쿠페와 비슷하면서 속이 훨씬 널찍한 ‘3시리즈 GT’로 선택하면 되겠다. ★★★☆
+ UP 2리터로도 충분하다. 터보 엔진이지만, 터보래그(터보가 지체되는 현상) 같은 거 없다.
+ DOWN 너무 안 바뀌었다. ‘기다린 보람’을 바라는 건 아니지만, 이건 좀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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