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도직입적으로 <브이아이피(V.I.P.)>는 박훈정 감독이 보여주었던 (<대호>를 제외한) 전작들의 총합이다. 가장 먼저 영화 초반부는 (그가 시나리오를 쓴) <악마를 보았다>를 떠올리게 한다. 이종석이 연기한 북한 귀순 VIP 김광일 일당의 잔혹한 행위를 극대화하여 보여주기 때문이다. 동시에 극 전체에서 표출되는 이종석의 눈빛은 종종 최민식의 그것을 연상케 한다.
영화 전체적으로 <브이아이피>는 박훈정의 두 번째 연출작 <신세계>의 확장판이다. 물론 대결 구도는 그의 데뷔작 <혈투>에서 그려낸 폐쇄적 공간의 확장이기도 하다. 국정원과 CIA가 합작해 북한에서 데려온 VIP가 연쇄 살인범이라는 설정에서 시작, 그를 잡으려는 경찰, 여기에 끼어드는 북한 보안성 요원까지 가세하며 영화는 대결이라는 구도를 넘어 사회적이며 외교적인 영역에서까지 치열함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복잡하게 내러티브를 설명했지만 영화는 대단히 장르적이다. 그것도 누아르와 스릴러 장르를 지극히 남성적 시선을 가진 박훈정 특유의 잔혹과 위트로 풀어낸다. 그 속에 감독은 국정원, 경찰청 등을 하나의 직업군으로 상정하고, 회사원이 겪어야만 하는 비합리적이며, 비논리적인 업무 지시와 그에 대한 직장인의 복종과 반항을 심어두었다. 이와 함께 한국이라는 특수한 정치 상황이 미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업무 외 변수까지 고려했다.
국정원의 장동건은 불의를 참지 못하지만 조직에 수긍한다. 경찰의 김명민은 그에 항거해 들이받지만 결과가 좋진 못하다. 북한의 박희순은 앞의 두 사람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다. 이종석이 북한 고위 간부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감독은 각자 상황에 처한 네 남자를 전면에 두고 흥미진진한 잔혹 누아르를 펼쳐낸다. 크게 말아먹은 <대호> 이전의, 얽힌 실타래를 매끄럽고 자연스레 풀어낼 줄 아는 이야기꾼 박훈정으로 돌아와서 말이다.
이제 배우 이야기를 해볼 차례다. 사실 장동건에 대한 우리의 기대는 그다지 크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부여된 오명을 완전히 떨쳐버릴 기회를 이 영화로 잡아낸 것 같다. 감정 과잉을 많이 보여주었던 김명민 역시 그걸 표출하면서도 억누르는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냈다. 박희순 역시 넘침 없는 자신만의 캐릭터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종석. 사실 많은 이에게 가장 큰 의문을 가지게 만든 배우다. 그런데 주연 배우 중 가장 어린 이종석은 선배들에게 결코 휘둘리지 않는 의연함을 지켜냈다. 특히 악역을 처음 맡은 이치곤, 소름 돋을 만큼 끔찍한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박훈정의 이야기와 연출은 탄탄하고, 우려했던 배우들의 부정교합 역시 없다. <브이아이피>는 남자 중심의 영화가 판치는 충무로에서 조금 더 진화한 남자 이야기를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세계>가 황정민, 이정재, 박성웅의 조합이 만들어낸 수작이었다면, <브이아이피>는 장동건, 김명민, 이종석에 의해 탄생된 또 다른 역작이라는 말이다.
<브이아이피>는 마치 소설을 읽는 듯, 번듯하게 소설처럼 다섯 개의 챕터로 나뉘어 전개된다. 프롤로그, 용의자, 공방, VIP, 에필로그로 완전하게 분리된 챕터는 보는 이로 하여금 사건을 재구성하게 만들기도 한다. 여기에는 캐릭터들의 감정적 변화도 작용하지만, 2013년 장성택 숙청을 중심으로 한 정치적 사건도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데 흥미로운 지점을 제공한다. 물론 북한 정세를 몰라도 관계없다. 어차피 박훈정은 그 시점을 가져와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했으니까. 관객이 그의 잔혹 스타일을 받아들여만 준다면 <브이아이피>는 또 다른 역대급 누아르가 될 확률이 높다. 그리고 우리는 이종석이라는 또 다른 배우를 건졌다.
MUST SEE
더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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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카페의 테이블 하나에 대한 하루의 기록이다. 김종관 감독의 영화는 감성적이다. 조금 ‘덜’ 감성적이어도 좋긴 하겠다. 좋은 여배우들이 각각 한 챕터를 장식한다. 이것만으로도 보는 눈이 즐겁지 아니한가.킬러의 보디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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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할리우드 코미디 장르가 흥행한 적이 별로 없다. 과거에 비해 말이다. 여전히 이 장르는 지속되고 있고 재미있다. 이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라이언 레이널스와 새무엘 잭슨이 펼치는 좌충우돌 슬랩스틱이 웃긴다. 하지만 킬링타임용 영화임은 분명하다.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
감독 뤽 베송 | 출연 데인 드한 | 개봉 8월 30일
이제 뤽 베송이 뭘 만들든 크게 관심이 없을 때가 되었다. 그는 <그랑블루>와 <레옹>을 만들었다. 그게 다다. 언제부터인가 그는 애니메이션적인 판타지에 관심을 가진 듯하다. 단지 데인 드한이 나온다는 건 조금 의외다.매혹당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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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 자살 소동> 때는 취미인 줄 알았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와 <썸웨어>를 보고 그녀를 인정했다. 소피아 코폴라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 그녀가 다시 신작을 내놨다. 칸국제영화제는 그녀에게 감독상을 쥐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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