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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완의 반전

임시완은 꽤 많은 반전이 있는 남자다. 군 입대를 며칠 앞둔 어느 여름에 만난 그는 생각보다 까무잡잡했고 생각 외로 남자다웠다. 그날의 임시완과 발렌시아가는 꽤 잘 어울리는 조합이기도 했다. 이 또한 그가 반전의 묘미를 아는 남자라는 증거이다.

UpdatedOn September 04,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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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더블브레스트 롱 코트·모터사이클 부츠 형태의 빈티지 라이더 부츠 모두 발렌시아가 제품.

회색 더블브레스트 롱 코트·모터사이클 부츠 형태의 빈티지 라이더 부츠 모두 발렌시아가 제품.

쿠튀르 애티튜드를 스포티하게 그린 C 커브 형태의 패딩 재킷·샤이니 화이트 타이·베이지 셔츠·맥시 스트라이프 파자마 팬츠·구조적인 형태의 트리플 S 스니커즈 모두 발렌시아가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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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튀르 애티튜드를 스포티하게 그린 C 커브 형태의 패딩 재킷·샤이니 화이트 타이·베이지 셔츠·맥시 스트라이프 파자마 팬츠·구조적인 형태의 트리플 S 스니커즈 모두 발렌시아가 제품.

C 커브 구조의 블로킹 파카·옴므 엠브로이드 셔츠·그레이 타이·코튼 트랙수트 팬츠 모두 발렌시아가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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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커브 구조의 블로킹 파카·옴므 엠브로이드 셔츠·그레이 타이·코튼 트랙수트 팬츠 모두 발렌시아가 제품.

임시완이 큰소리로, 쾌활하게 인사를 건넸다. 막연하게 그가 내성적이거나 수줍음 많은 성격일 거라고 생각했기에 조금 놀랐다. 아마 너무 <미생> 속 ‘장그래’로 그를 마주한 까닭일 거다. 생각해보면 임시완은 아이돌 그룹의 멤버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부산에서 공대를 다니다 서울로 와 춤추고 노래했고, 연기자로도 성실하게 경력을 쌓아왔다. 2010년에 데뷔했으니까 소위 말하는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쌓일 법도 하다. 오랫동안 아주 많은 사람들을 대하면서 몸에 밴 친절과 여유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러니 그 쾌활한 인사는 전혀 낯선 것이 아니었다. 그는 군 입대를 불과 며칠 앞두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술 한잔하자’고 청하는 이들이 많아 무척 바쁘게 지내는 때였다. 송강호, 설경구 등 큰 형님들과 함께하는 술자리는 생각만 해도 헛개수가 간절해진다. 얼마 전 영화 <불한당>으로 한국형 누아르에 새로운 획을 그은 그는 여러모로 반전이 많은 남자였다. 사실 그에게서 미소년의 모습을 더 많이 떠올렸는데 테이블 하나를 마주하고 앉은 임시완은 꽤나 선명한 남자의 느낌이 있었다. 취미라곤 그저 집 청소하고 혼자 술 마시는 것뿐이라는 무뚝뚝한 부산 사나이는 오랫동안 숙제처럼 미뤄둔 ‘군대’를 이제야 해치울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어쩐지 군대도 ‘진짜 사나이’처럼 재미있게 잘 다녀올 것 같았다. 알고 보면 훨씬 남자답고 생각보다 쿨한 임시완이라면 1년 9개월쯤이야, 뭐.

 

 

샤이니한 카프스킨 워블 레더 재킷·베이지 슬림 팬츠·구조적인 형태의 트리플 S 스니커즈 모두 발렌시아가 제품.

우븐 스트라이프 패턴의 헤링본 재킷·같은 패턴의 팬츠·인터랙티브 http 스트라이프 패턴 셔츠·웨이브 로고 커프링크스·구조적인 형태의 트리플 S 스니커즈 모두 발렌시아가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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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븐 스트라이프 패턴의 헤링본 재킷·같은 패턴의 팬츠·인터랙티브 http 스트라이프 패턴 셔츠·웨이브 로고 커프링크스·구조적인 형태의 트리플 S 스니커즈 모두 발렌시아가 제품.

몇 달 전 <불한당> 홍보차 설경구를 만난 적이 있다. 그때 칸 영화제에 초대받아서 좋겠다고 했더니 ‘그냥 가서 사진 몇 장 찍고 오는 것뿐이다’라며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막상 칸에서 찍힌 사진 보니까 엄청 신나 보이더라고. 본인은 어땠나?
일단은 칸 영화제와 나는 동떨어진 것이라 생각했다. 나와는 상관없는 영화 축제라고 늘 생각해왔다. 그래서 초청받는 건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지금 내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라고 중얼거릴 정도였으니까. 그저 재미있게 촬영한 영화니까 사람들이 딱 그만큼만 재미있게 봐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 예상보다 더 큰 반응을 얻었고 그래서 무척 신기했다.

영화제 시사회 때는 기립박수가 엄청 길게 이어지지 않나. <불한당>도 7분 정도 박수가 터져나왔다고? 울컥하는 기분이었을 것 같다.
울컥이라는 개념과는 좀 다르다. 처음엔 에스코트를 받고 극장에 들어가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영화제 관계자는 내가 누구인지, 기초 지식이 전혀 없었다. 그런 상태에서 오롯이 영화만 놓고 평가를 내리고 박수를 쳐준 거라 정말 감개무량했다. 아마 가장 잊지 못할 순간일 거다.

임시완이라는 배우가 연기하면 관객은 그 인물에 연민의 감정을 느끼는 것 같다. 그런 점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 있나?
내가 체격이 작아서 그런가? 하하. 약자를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드나 싶기도 하고. 뭐, 잘 모르겠다. 또 그게 마냥 도움이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언젠가는 나도 보호받는 입장 아니라 누군가를 보호해주는 듬직한 역할도 해내고 싶은데, 그게 내 숙제지 뭐.

그래도 <불한당>에선 ‘싸나이’다움을 보여줬다.
그랬다면 더 바랄 게 없고.

칸 영화제 초청 이런 거 다 떠나서 <불한당>은 어떤 의미의 작품인가?
영화 촬영을 마치고 나서 몇 개월 뒤 칸 영화제 초청 발표가 났다. 그러니 칸과 상관없이 이미 그전부터 나에게는 특별한 영화였다. 왜냐하면 일단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연기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감독님이 워낙 나를 믿어주시고 카메라 안에서 거의 방생하셨다. 그래서 잘 만들어놓은 무대 위에서 자유롭게 내 방식대로 연기를 할 수 있었다. 그런 식으로 작업하다 보니 더 애착이 갈 수밖에 없었다.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작품 하나를 온전히 끝낸 유일한 작업이었던 것 같다.

임시완이 연기를 잘한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다. 아마 <원라인> 때부터였던 것 같다. 뭔가를 열어놓고 자유롭게 연기하는 느낌이 들더라고. 어떤 계기가 있었나?
<미생> 때까지만 해도 수능 공부하듯이 연기를 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까 나 자신을 갉아 먹고 내 정서를 해치는 것만 같았다. 그런 고통을 겪다 보니 연기를 얼마 하지도 않았는데 오래하지 못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래서 연기 방식을 바꿔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여러 가지로 바꿔보려고 노력했다. 더 오래 연기하고 싶어서.

그랬더니 연기가 훨씬 더 재미있어지던가?
그렇다. 연기를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인고의 시간이었는데 이제는 그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캐릭터 자체가 자유롭게 연기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기 때문인가? 아니면 캐릭터와 상관없이 자신의 태도가 달라졌기 때문인가?
아무래도 캐릭터의 영향도 있는 것 같다. 지금 다시 ‘장그래’를 하라고 하면 과연 이렇게 풀어놓고 연기할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은 있다.

난 사실 <미생>도 그렇지만, <적도의 남자>를 굉장히 인상 깊게 봤다. 집에서 TV 채널을 돌리다 자신의 옛날 작품을 보게 되는 경우가 있나?
TV 자체를 잘 보지 않아서 그런 일은 없다. 하하.

 

 

발렌시아가 웨이브 로고 티셔츠·후드 디테일의 스트라이프 셔츠·재킷과 셔츠 겸용 패디드 체크 셔츠·베이지 컬러 슬림 팬츠 모두 발렌시아가 제품.

발렌시아가 웨이브 로고 워블 보머·레드 스트라이프 셔츠·남색 슬림 팬츠 모두 발렌시아가 제품.

 

“당시를 복기해보려고 <미생> 대본을 다시 보고 있다. 그때를 기점으로 연기 스타일이 스스로 달라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스트레스를 덜 받고 재미도 느끼고 있지만 연기 접근 방식에 있어서 초심을 잃는 것은 아닌지 자문하게 된다. 내가 혹시나 잃어버린 게 있지는 않은지 궁금하다.”


PARIS 로고 패디드 숄·패디드 오버사이즈 트렌치코트·그레이 터틀넥 티셔츠 모두 발렌시아가 제품.

PARIS 로고 패디드 숄·패디드 오버사이즈 트렌치코트·그레이 터틀넥 티셔츠 모두 발렌시아가 제품.

PARIS 로고 패디드 숄·패디드 오버사이즈 트렌치코트·그레이 터틀넥 티셔츠 모두 발렌시아가 제품.

예전에 연기한 캐릭터를 지금 다시 연기한다면 더 잘할 수 있을까?
똑같지는 못할 것 같다. 그리고 그때만큼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건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 당시에 내가 느낀 정서를 또다시 재현할 순 없을 테니까. 5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니까 말이다.

최근 활동은 연기에 많이 집중되어 있다. 그런데 가수로 데뷔한 만큼 노래도 욕심이 있을 것 같은데?
당연히 앞으로 활동 계획 중에 노래가 포함되어 있다. ‘노래에 대한 욕심은 정말 많다’고 적어 달라. 하하. 내가 입대를 하고 난 뒤에 방송될 드라마 <왕은 사랑한다>의 OST도 직접 녹음했다. 아마 팬들에게 먼저 내 목소리를 들려드릴 수 있을 거 같다. 근데, 사실 되게 부끄럽다.

너무 오랜만에 노래를 하는 거라서?
아니, 노래를 좋아하는 데 비해서 잘 못한다. 좋아하는 거랑 잘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 확실히.

어떤 가수처럼 노래하고 싶나?
김광석 씨를 되게 좋아한다. 그분이 들려주는 감성과 정서를 사랑한다. 아마 나는 정통 발라드를 주로 부를 것 같다, 앞으로도.

촬영이 없고 꼭 해야 할 일이 없는 일상은 어떻게 보내나? 만약에 <나 혼자 산다> 섭외가 들어오면 방송에서 뭘 보여줄 건가?
나도 상상해본 적이 있다. <나 혼자 산다>에 내가 나가게 된다면?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큰일이 난다는 거다. 방송 분량이 도저히 안 나올 것 같다.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거든. 일단 잠을 많이 잔다. 그리고 혼자 술을 먹는다. 그것도 아니면 집안 청소를 하다 잠이 오면 또 잔다. 잠에서 깨면 밤이 되는데 예능 프로그램 보면서 또 술 한잔한다. 이게 방송이 될까? 하하. 보는 사람은 정말 재미없을 거다. 그렇다고 해서 방송이기 때문에 내 본모습이 아닌 모습을 억지로 보여주고 싶지도 않다. 출연 자체가 민폐가 될 거다. PD님을 위해서 안 하는 것이 좋다.

근데 언제부터 이렇게 술을 즐기게 됐나?
송강호 선배님을 만나면서부터다. 영화 <변호인> 때부터였다. 그렇게 시작한 술이 이제는 일상이 됐다. 주종에 상관없이 즐기는 편이다.

<불한당> 촬영을 하면서 더 가속도가 붙은 것 같은데?
맞다. 그런데 나는 원래 술을 싫어하지 않았다.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그냥 ‘못 마시지는 않는다’ 정도였다. 딱 그 정도였는데 <변호인> 촬영을 하면서 술과 인연이 시작됐다. 영화 얘기하면서 술 먹는 게 제일 재밌다, 맛있고.

술 마시면서 다시 보고 싶은 작품이 있나?
술 마시면서는 아니고, <미생>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보고 싶긴 하다. 그때 내가 어떻게 했는지 궁금하다. 당시를 복기해보려고 <미생> 대본을 다시 보고 있다. 그때를 기점으로 연기 스타일이 스스로 달라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스트레스를 덜 받고 재미도 느끼고 있지만 연기 접근 방식에 있어서 초심을 잃는 것은 아닌지 자문하게 된다. 내가 혹시나 잃어버린 게 있지는 않은지 궁금해서 <미생>을 다시 한번 제대로 복기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며칠 뒤에 군대로 떠난다. 그래서 선물로 와인 한 병을 샀다. 근데 이렇게 매일 술 마시는 줄 몰랐는데, 지금 괜히 샀나 싶기도 하다. 계속 술 약속이 있다며?
사람들을 매일 만나고 있다. 만나면 다들 매우 좋은 사람들이지만, 너무 매일같이 약속이 있어서 얼른 군대를 가고 싶다. 하하.

정말, 군대를 빨리 가고 싶었다고?
빨리 해치우고 싶었다. 계속 해야 할 걸 못하고 있는 느낌이라 마음이 찝찝하더라고. 드디어 갈 수 있게 돼서 홀가분하다. 제대하고 나면 해외여행도 좀 더 자유롭게 갈 수 있을 거 같다. 솔직히 되게 기대된다.

1년 9개월 후엔 지금과 이미지가 달라지겠지?
지금이랑은 아무래도 다르겠지. 일단 다녀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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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

CREDIT INFO

FEATURE EDITOR 서동현
FASHION EDITOR 안주현
PHOTOGRAPHY 신선혜
STYLIST 구동현
HAIR&MAKE-UP 이소연
COOPERATION 발렌시아가, 가림(허먼밀러 블랙 오피스 체어)

2017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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