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트·피케 셔츠·벨트는 모두 구찌, 멀티컬러 선글라스는 마르니 by 한독 제품.
프로듀싱한 곡들이야 그간 종종 발표했지만, 본인의 앨범은 꽤 오랜만이지 않나?
2년 만인데, 앨범 낼 생각을 하기 까지 2년이 걸린 셈이다. 그전까지는 동기 부여가 되지 않아 못 만들었다. 실제 작업과 제작에 걸린 시간은 고작 3개월이다.
이번 앨범 <신인류>에 분명한 동기가 있었다는 이야기네.
어느 날 훌쩍 뉴욕에 갔다. 내가 굉장히 늘어져 있는 것 같더라고. 어떤 자극도 없고. 뉴욕에서 별 계획 없이 지내다 오려고 했다.
성공적으로, 별 계획 없이 지냈나?
아니, 뉴욕 가자마자 음반 작업을 요청해와 일만 하다 왔다. 하지만 엄청 재미있었다. 작업을 해야 하니 스튜디오를 빌렸는데, 언제 뉴욕에서 그런 경험을 해보겠나. 케빈 오의 앨범을 작업했다. 그 친구가 뉴욕 사람이라 롱아일랜드에 있는 그의 집에 가서 같이 작업했다. 맨해튼의 작은 아파트를 빌려서 지냈는데 오래된 건물이라 방음이 훌륭하지 않더라. 옆집, 윗집 소리가 다 들렸다. 작은 독서실 같은 원룸에서 헤드폰 쓰고 작업했다. 그런데 정말, 너무 좋았다. 집중도 엄청나게 잘됐다. 낮에는 아파트에서 작업하고 밤에는 놀았다. 새로운 친구들도 만났다. 그 시간에서 뭔가를 얻은 것 같다. 뉴욕에서 돌아오니, 내 음반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신인류>에 뉴욕에서 작업한 곡을 일부 실었나?
<신인류>에는 뉴욕에서 만든 음악을 담지 않았다. 뉴욕에서는 색다른 장르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일했는데 그러다 플러스논을 만났다. <신인류>를 나와 함께 프로듀싱한 친구다. 본명은 페드로. 한국계 미국인이다. 플러스논을 처음 만난 날, 내가 바로 꾀었다. 한국에 가서 나랑 같이 작업해보자고.
첫눈에 반했네.
어리다. 22세다. 그런데 굉장히 잘한다.
당신에게는 사람에게서 얻는 자극이 중요한 동력인가 보다.
맞다. 특히 나보다 어린 친구들. 지금 내 스튜디오에서 함께하는 친구들은 모두 이번 뉴욕 행에서 만났는데, 다들 어리다.
그들의 에너지에 자극을 얻는 건가?
어렸을 때는 다들 열심히 일하지 않나. 그러다 어느 순간 안정감이 찾아오면 그때부터 느려진다. 하나를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 하는데, 나이가 들면 자기 선에서 ‘될 것’과 ‘안 될 것’을 판단하고 그만두거나 포기한다. 나도 그랬던 것 같더라. 그런데 이 친구들과 함께하면서부터는 달라졌다. 일단 끝까지 하고, 속도도 빨라졌다.
이번 앨범 타이틀인 ‘신인류’와 피처링 군단을 떠올리니, 지금의 이야기가 더욱 와 닿는다.
이번 앨범은 주제에서부터 다음 세대의 음악을 말하고 싶었다. 대중적인 색깔에 압박받기는 싫었고. 그래서 앨범을 2가지로 분리해 발매하자고 생각했다. 하나는 대중적인 색깔을 아예 염두에 두지 않은 것, 또 하나는 완전히 대중적인 것. <신인류>는 전자다. 판매는 생각하지 않았다. 유명한 사람과 함께하면 그 이름만으로 잘 판매되기도 하는데, 그런 요소를 완전히 배제하고 싶었다. 곧 또 하나의 EP를 낼 예정이다. 완전히 대중적인 것으로. 그땐 모두가 아는, 이들과 함께한다.
자신의 앨범을 낼 때에도 대중적인 음악에 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되나?
사실 내 앨범을 낼 때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좀 다른 걸 하자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다 작년 여름에 희한한 작업을 하게 됐다. 최자와 함께 낸 앨범
“대중성은 당연히 유행을 탄다. 나는 유행 안 타고 계속 회자되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 음악이든 음악의 이미지든 시대를 타는 것이 싫다. 특히 내 앨범 만들 땐 ‘트렌디’한 것을 안 하려고 한다. 네모난 상자를 이미지로 내세웠던 이유도 그래서다. 캐릭터는 시대를 타지 않으니까.”
프라이머리 앨범의 피처링 군단을 보면 젊고 유능하지만 많이 알려지지 않은 뮤지션들이 가득하다. 비결이 뭔가?
내가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하는 걸 워낙 좋아한다. 사실 좋은 목소리, 음악적 센스가 뛰어난 뮤지션과는 원하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 마음을 열고 귀만 열면 다 보인다. 마음에 드는 목소리를 찾았는데 그의 인지도, 포트폴리오 등을 훑어보기 시작하면, 당연히 숨어 있는 매력적인 뮤지션을 만날 수 없겠지.
숨은 아티스트들이 당신의 앨범에 참여하면서 이름을 알리면 어떤 기분이 드나?
좋은 일이지만, 당연하게 여긴다. 그 친구들이 잘했으니 이름을 알리는 것이다. 나와 함께해서 유명해진 게 아니다.
그들에게 프라이머리는 중개인일 뿐이다?
그렇지. 사실 그 역할을 오래도록 하고 싶다. 그러니 이 기사를 보시는 전국에 계신 꿈나무 분들. 제게 언제든지 이메일 보내주세요. 회사 이메일 말고, 제 개인 이메일이요.(웃음)
이번 앨범에서 주의 깊게 들어봤으면 하는 목소리가 있나?
모두 매력적이고 좋은데, 수민이라는 친구가 충격적이었다. 알려진 이름 중에서는 샘김. 지금 샘김은 정말 미쳤다. 사람들의 생각 이상으로 잘한다. 처음에는 그의 목소리가 좋아서 피처링 제안을 했는데, 작업하며 그의 음악적 센스에 굉장히 놀랐다. 거의 잼을 하듯이 작업했는데, 음악에 접근하는 방식이나 시선이 확실히 다르더라. 에스나라는 친구도 엄청나다. 그 친구가 지금껏 만든 음악을 들어봤는데 진짜 ‘대박’이다. 아름답다.
재능 있는 사람들의 능력, 장점을 접하면 크게 감동하고 받아들이는 편인 것 같다.
맞다. 감동 잘한다.
사람 자체를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음악적으로는 그렇다. 음악이 주제일 땐 낯도 안 가린다. 하지만 그 외의 관계나 만남에서는 눈 마주치며 대화하는 걸 잘 못한다. 응시를 하면 부담스럽다. 그나마 내가 술을 좋아해서, 술 먹으면 말도 조금은 많아지고, 관계 맺기도 나아지는 것 같다.
프라이머리의 새 앨범을 접한 청자는 앨범 전체를 한 곡씩 주의 깊게 들어본다. 타이틀 곡 이외에 자신이 좋아하는 곡을 ‘디깅’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바탕이다.
타이틀 곡은 가장 대중적인 곡으로 선택한다. 만날 주변에 의견을 물어보고 정한다. 대중성은 당연히 유행을 탄다. 나는 유행 안 타고 계속 회자되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 음악이든 이미지든 시대를 타는 것이 싫다. 특히 내 앨범 만들 땐 ‘트렌디’한 것을 안 하려고 한다. 네모난 상자를 이미지로 내세웠던 이유도 그래서다. 캐릭터는 시대를 타지 않으니까. 그 시절 유행하던 패션이 드럼 바지였는데, 만약 내가 드럼 바지 입은 사진으로 재킷을 만들었다면 훗날 얼마나 촌스럽겠나.
이쯤 되면 잘 팔리는 음악과 덜 팔리는 음악이 당연히 보일 텐데, 계속해서 그런 것에 구애받지 않는 것이 어디 쉬운가.
굳이 나까지 그럴 필요 없다. 그런 걸 감안한 음악은 다른 사람들이 이미 잘하고 있다.
이제 프라이머리는 ‘여유로운’ 뮤지션처럼 보인다. 만든 음악도, 앨범도, 히트 곡도 많다. 그럼에도 혹시 지금, 당신을 초조하게 하는 것들이 있나?
현재 위치를 유지하는 게 진짜 힘든 일이라는 생각을 요즘 한다. 그게 나를 긴장시킨다. 그래서 항상 초조하다. 음악을 한다는 건 늘 불안을 안고 사는 일 같다. 느슨해지면 동떨어지게 될 테니까. 내가 계속해서 새롭게 시작하는 친구들과 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20대에는 이런 생각 안 했다. 돈은 없고 행복했던 기억만 있고 하고 싶은 거 그냥 했다.
결코 타협하고 싶지 않은 것이 있다면?
그보다 그냥, 내 것을 만들 때는 굳이 타협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머릿속에는 이미 어떤 거대한 프레임이 그려져 있는 것 같다. 최근에 해외 뮤지션들 많이 만났거든. 예를 들어 솔렉션의 스타로. 내가 정말 좋아하는데, 그가 내 작업실 와서 같이 작업하기도 했지만 막상 앨범에 실으려니 ‘이거 진짜 아무도 안 들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더라. 아마 세상의 빛을 못 보지 않을까.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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