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르치발 제품.
2 세인트 제임스 제품.
초기 브레통 톱은 전문 선원들을 위한 특별 매장에서 판매되기 시작했지만, 유명 인사들이 즐기기 시작하면서 점차 대중의 일상복으로 자리 잡았다.
머릿속에 ‘전형적인 프랑스 남성상’을 그려보면 이러하다. 자기주장이 뚜렷하고 삶의 낭만을 즐기는 여유로운 태도와 예술적인 면모를 갖춘 남자. 이 남자들은 낙낙한 핏의 브레통 톱을 입고 있을 것이다. 하얀 바탕에 올곧은 직선 21개가 그려진 이 옷의 출신지는 당연히 ‘메이드 인 프랑스’여야 할 것. 이것이야말로 프랑스 그 자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저 줄무늬 티셔츠에 지나지 않는 이 티셔츠가 ‘브레통’ ‘바스크’ ‘보더 티’로 불리며 프랑스를 상징하게 된 역사는 1850년대로 거슬러 간다. 당시 프랑스 북서부의 노르망디 지역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대규모 원사 직물을 짜고 재단하는 것으로 이름을 떨쳤는데, 르갈레 일가는 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1871년 최초로 프랑스 해군의 유니폼을 납품한다. 바로 이때 21개의 줄무늬가 탄생한 것이다. 각각의 줄무늬는 나폴레옹 함대의 승리를 의미했고, 또 한편으론 선원들이 배에서 추락했을 때 이 줄무늬가 눈에 잘 띄어 도움이 된다고 믿었다. 이 티셔츠가 브르타뉴 지방에 처음 소개되면서 ‘브레통’이라는 명칭을 얻었고, 1889년 본격적인 생산을 위해 ‘세인트 제임스’에 방적 공장을 세운 것이 시초다.
후발 주자라고 할 수 있는 브랜드 ‘오르치발’ 역시 프랑스 중부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한 브랜드로, 일반 니트보다 정교한 가공법으로 해군 티셔츠를 만들어냈다. 두 브랜드 모두 태생지가 곧 브랜드 네임이 된 셈인데, 현재까지 프랑스에 자체 공장을 보유, 공정을 거치는 것이 이 브랜드들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브레통은 해군복이라는 실용적인 아이템에 그치지 않고 예술적인 면모를 갖추며 점차 패션으로 발전했다. 장 폴 고티에, 커트 코베인, 앤디 워홀, 그리고 파블로 피카소와 헤밍웨이의 공이 컸다. 가로 줄로 말끔히 수놓은 이 옷은 찬찬히 살펴볼 필요도 없이 명료한데, 그런가 싶다가도 도톰하고 유연한 저지 소재와 둥글게 파인 보트넥을 다시 보면 여유로움마저 느껴진다. 그러니 예술을 사랑하고 지성인의 면모를 갖춘 인물들이 자신들의 시그너처로 삼기에 손색이 없는 아이템이었을 거라 점쳐본다. 참고로 피카소는 세인트 제임스를, 헤밍웨이는 오르치발을 즐겼다.
이렇듯 브레통 톱은 ‘머린 룩’을 대변하는 역사와 시원스러운 디자인 덕에 여름에 더 빛을 발한다. 그렇다면 시중에 많고 많은 줄무늬 티셔츠 중에 괜찮은 옷을 고르는 방법은 무엇일까? ‘Classic & Quality’, 우선 이 두 단어에 부합하는 옷을 선택할 것을 권한다. 여름 한철 입고 버리는 티셔츠 말고, 이왕이면 역사 깊고 ‘잘’ 만든 옷 말이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