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Marni
프란체스코 리소
박경진 모델
매 시즌, 브랜드의 옷과 내 이미지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캐스팅에서 떨어졌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이 결과만 봐도 브랜드 수장의 취향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다양한 패턴이 들어가 한층 더 화려해진 마르니를 경험할 수 있다.
박태일 온라인 매거진 <벨보이> 편집장
마르니의 남자 옷이 ‘마르니’라는 여자애의 남동생이라면, 그 남자애는 항상 귀엽고 단정한 도련님이었던 것 같다. 이젠 좀 반항기가 생겼다. 특유의 재기 발랄함이 더 진득하고 묵직해진 덕분이다. 마무리가 거친 것도 뭘 좀 아는 남자 같달까?
이광훈 <아레나> 디지털 디렉터
콘수엘라 카스틸리오니가 20년 넘게 만들어온 마르니는 패션 브랜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특유의 패턴과 색감은 보는 것만으로도 시각적 포만감을 줬으니까. 후임자 프란체스코 리소의 첫 컬렉션도 마르니 팬들에게 어느 정도 충족감은 줬다고 생각한다.
남호성 10 꼬르소 꼬모 서울 남성복 바이어
오랫동안 다져온 브랜드의 정체성을 새로운 디자이너가 한 시즌 만에 뛰어넘는 건 어려운 일. 프란체스코 리소가 완성한 마르니는 절묘한 균형이 무너진 느낌이다. 색상 조합도, 추장 모자 같은 것도, 엉뚱하게 붙인 퍼 장식도 ‘마르니’라고 말하기엔 아직 어색해 보인다.
▼
2 Berluti
하이더 아커만
박경진 모델
캐스팅 때도 하이더 아커만은 강한 워킹를 원했고, 나에게 펑키한 헤어스타일을 제안했다. 그의 요구대로 벨루티는 더욱 강렬해졌다. 물론 캐스팅에선 탈락했지만.
박태일 온라인 매거진 <벨보이> 편집장
벨루티가 상징하는 것. 취향이 고급스러운 파리 남자. 그의 격식, 재치, 상상, 욕망, 과시, 교양, 그리고 타락. 벨루티가 표현할 수 있는 다채로운 감정이 복식에 묻어나기 시작했다. 하이더 아커만에 의해, 비로소.
이광훈 <아레나> 디지털 디렉터
알레산드로 사르토리의 벨루티와 하이더 아커만이 만든 벨루티 옷을 단순 비교했을 때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제한적인 신발 아카이브를 바탕으로 옷을 만들기란 쉽지 않았을 거다. 현재는 신발과 어울리는 옷을 만드는 정도라 생각한다.
남호성 10 꼬르소 꼬모
서울 남성복 바이어 알레산드로 사르토리는 의류가 없던 브랜드의 정체성을 나름 잘 다져왔다. 다양한 색과 고급스러운 소재를 필두로 새롭게 자리 잡았으니까. 바통을 이어받은 하이더 아커만은 브랜드의 의류 부분을 확고히 하기 위해 새로운 걸 더하기보다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냈다. 간결하고, 균형 잡힌 색 조합이 그 증거다. 특히 클래식한 핏에 그의 개성이 담긴 바지는 바로 사고 싶을 정도로 완벽했다.
▼
3 Ermenegildo Zegna
알레산드로 사르토리
박경진 모델
브랜드가 지닌 고유 영역이 탄탄하다는 증거일까? 한 시즌만 보고 변화를 속단하긴 이르다. 변화의 폭이 미미해 다음 시즌까지 지켜봐야겠다.
박태일 온라인 매거진 <벨보이> 편집장
에르메네질도 제냐가 Z 제냐스러워졌음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오랜 역사를 이어온 정숙한 남성 브랜드의 컬렉션은 시시각각 변하는 패션 산업에서 여전히 건재하다는 증거를 던져야 한다. 스테파노 필라티의 청사진이 지나치게 원대했다면, 알레산드로 사르토리의 비전은 아직 조금 가벼워 보인다.
이광훈 <아레나> 디지털 디렉터
개인적으로 스테파노 필라티가 만드는 제냐를 워낙 좋아했다. CD와 브랜드 간의 궁합도 이보다 좋을 순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알레산드로 사르토리가 만드는 제냐 옷에 대한 평은 당분간 보류하고 싶다.
남호성 10 꼬르소 꼬모 서울 남성복 바이어
스테파노 필라티와 제냐는 닮았다. 세련된 실루엣과 쿠튀르 감성이 그렇다. 완벽한 균형 속에서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동시대성의 부재다. 젊은 세대를 공략하기엔 다소 고전적이었고, 장년층이 입기엔 다소 어려웠으니까. 이런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알레산드로 사르토리가 돌아왔다. 첫 모델부터 야구 모자를 쓰고 나왔으니 말 다 했다. 신선한 변화는 일단 환영이지만 브랜드의 전통을 얼마나 동시대적으로 해석하느냐가 과제의 핵심일 듯.
▼
4 Calvin Klein
라프 시몬스
박경진 모델
라프 시몬스의 캘빈클라인에서 가장 돋보인 점은 데님의 부활이다. 게다가 여성복까지 맡았다는 것도. 깃이 날카롭게 바짝 올라선 데님 재킷은 탐날 정도로 신선하고 아름다웠다.
박태일 온라인 매거진 <벨보이> 편집장
‘캘빈클라인스러움’이란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결국 ‘청춘의 상징’ 아니었을까? 어리거나 치기로 가득 찬 게 아닌, ‘지금’과 ‘시대’를 투영하는 것으로 캘빈클라인 컬렉션의 남자 옷은 다시 청춘을 되찾았다.
이광훈 <아레나> 디지털 디렉터
이탈로 주첼리의 캘빈클라인은 틀 안에서 예상 가능한 옷을 만들었다. 반면, 라프 시몬스는 그 틀의 안과 밖을 넘나드는 느낌이다. 이것은 보수와 진보처럼 성향의 차이다. 그래서 무엇이 좋고 나쁘다 단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지금 캘빈클라인에는 진보가 더 맞아 보인다.
남호성 10 꼬르소 꼬모
서울 남성복 바이어 이탈로 주첼리는 브랜드의 미니멀리즘을 강조했었다. 하지만 라프 시몬스는 과감한 색과 회화 같은 프린트, 실험적인 소재를 더했다. 미니멀리즘에 예술을 더한 느낌. 역시 라프 시몬스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