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이진우 <모터 트렌드> 기자
보편타당한 것은 재미없다고 여기는 못된 생각을 하는 자동차 저널리스트.
+ Look 여느 패밀리 세단이 그렇듯 혼다 어코드도 심심한 디자인이다. 뚜렷한 아이덴티티가 보이지 않으며 특색도 없다. 가족 모두가 수긍해야 할 패밀리 세단이니 이런 디자인이 됐을 것이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그런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그런데 너무 과했다. 앞모습이 복잡하다. 단정하고 점잖은 패밀리 세단의 이미지를 벗어버리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어떻게든 공력 성능을 높이기 위한 디자인인지 모르겠지만, 과한 번쩍거림과 과장된 그릴은 마치 눈을 공격하는 것 같다. 혼다는 예나 지금이나 디자인으로 사람들의 눈을 희롱하고 마음을 동하게 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
+ INSIDE 참 일관성이 있다. 앞모습에 맞춰 센터페시아도 복잡하게 만든 것일까? 왜 센터페시아를 매끄럽게 만들지 않고 이렇게 단을 두어 조작하는 손이 이리저리 움직이도록 했을까? 또 굳이 두 개의 모니터가 필요한 이유가 있나? 운전자의 시선만 나뉠 뿐이다. 게다가 아래 모니터는 터치 방식이다. 꼭 눈으로 보고 조작해야 한다는 말이다. 조작감도 반응도 떨어진다. 실내 색감은 고루하고 재질은 비루하다. 최첨단 기술이 들어간 차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실내다. ★★★
+ Performance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출발하는 순간부터 미끈하고 매끄럽게 노면을 구른다. 동력 계통에서 전달되는 소음과 진동도 아주 잘 차단했다. 폭신한 타이어의 질감과 서스펜션의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승차감이다. 바닥 전체에 깔린 묵직한 안정감도 빼놓아선 안 된다. 이런 진중하고 차분한 움직임은 어코드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다. 세계가 사랑하는 패밀리 세단의 품격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동력계는 구동계의 품격에 미치지 못한다. 2.0리터 엔진과 전기모터 그리고 두 유닛을 잇는 무단변속기 조합은 약간 이질감이 느껴진다. 변속이 없으니 속도에 따라 엔진 소리만 계속 커지고,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제동 에너지를 회수하기 위해 앞에서 이질적인 소리가 들린다. 그래도 감수할 만하다. 이 동력계 덕분에 리터당 19.3km라는 훌륭한 연비를 달성했으니까. 가솔린 엔진 중형 세단을 타면서 디젤 엔진보다 높은 연비를 누린다는 건 상당히 매력적이니까. ★★★
+ Attraction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하이브리드의 장점을 더욱 부각시킨 모델이다. 위에서 말한 연비에도 경제적 이득이 많다. 우선 이 차는 배기량이 2,000cc 미만으로 한국에서 하이브리드 혜택을 받는다. 차를 살 때 1백만원 깎아주고 최대 2백70만원가량 세제 혜택도 챙길 수 있다.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는 배기량이 2.5리터여서 이런 혜택을 받지 못한다. 배기량이 낮으니 세금도 낮다. 그런데 출력은 캠리 하이브리드(203마력)보다 높다. 경제적 이점이 많다는 뜻이다. ★★★★
+ UP 중형 패밀리 세단이 갖춰야 할 모든 걸 넘치게 갖췄다.
+ DOWN 그런데 가격도 넘친다. 더 크고 조용하면서 잘 달리는 현대 그랜저를 사고도 남는 가격이다. 아! 그랜저 하이브리드도 올해 출시된다.
김종훈 <아레나> 에디터
모든 차는 저마다 태어난 이유가 있다는 걸 탐구하려고 노력하는 박애주의자.
+ Look 오랜만에 자세히 봤다. 의식적으로 보려고 했다. 그릴과 전조등을 연결해 넓게 보인다. 요즘 차가 다 그렇듯. 큼직한 에어덕트가 역동성도 내비친다. 좌우 하나씩, 중앙에는 큼직하게 툭, 뚫려 있다. 요즘 차가 다 그렇듯. 각 부분은 선을 이리저리 꺾어 강렬하다고 웅변한다. 역시 요즘 차가 다 그렇듯. 최신 유행을 받아들이긴 했는데, 딱히 티 나지 않는다. 전 세대라 해도, 심지어 다음 세대라 해도 그냥 끄덕일 만하다. 해서 멋있지도, 그렇다고 고루하지도 않다. 어떻게 보면 패밀리 세단에는 나쁜 평가가 아니다. 유행과 취향에서 멀어질수록 덜 질릴 확률이 높으니까. 단지 이렇다 할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 건 아쉽다. 아, 무던함이 방향성이려나. ★★☆
+ INSIDE 외관 특징인 층층이 쌓인 각을 실내에도 적용했다. 공조기 버튼, 메인 디스플레이, 대시보드 모니터를 3층 석탑처럼 쌓았다. 각기 다른 크기로, 양쪽으로 각을 세웠다. 멋있으라고 만든 구조라는 건 알겠지만, 자랑하고 싶지는 않다. 유려해 보이기보다는 그냥 산만하다. 메인 디스플레이는 터치식이다. 역시 요새는 터치식이지, 하고 흡족한 마음으로 눌러본다. 반응이 느리다. 요즘 추세에 맞춰 다 되는데, 마무리가 아쉽다. 에코 모드와 스포츠 모드 버튼도 마찬가지다. 다 있는데 버튼 위치가 서로 술래잡기하듯 떨어져 있다. 이것저것 있어서 좋긴 한데, 잘 그러모으지 못했다. ★★
+ Performance 일상에서 이 정도면 충분하지, 하는 딱 그 수준이다. 에코 모드로 달려도 답답하지 않고, 스포츠 모드로 달려도 소름 돋지 않는다. 무미건조한 차라는 건 아니다. 대신 어떤 마음으로 운전해도 안락하게 ‘모시려고’ 노력한다. 서스펜션은 최대한 굴곡을 받아낸다. 핸들링은 날카롭진 않아도 선명하다. 가속할 때도 힘껏 요청에 부응한다. 가족을 대하는 가장의 마음처럼 책임감 넘친다. 매사 재미보다는 편안함을 중요하게 여긴다. 모든 면이 편안한데 엔진 소리는 조급하다. 조금 빨리 움직이려고 하면 엔진 소리가 실내를 덮친다. 기분을 고조시키는 소리가 아니다. 노고를 알아달라고 토로하는 가장의 외침처럼 애처로운 소리다. ★★★☆
+ Attraction 연애할 상대와 결혼할 상대를 나누기도 한다. 구태의연한 도식법이지만 명확하긴 하다. 재미와 안락, 흥분과 침착, 감성과 이성…. 차를 이 기준으로 나눈다면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확고하다. 연애보다는 결혼. 전자 쪽은 갈 생각도, 가고 싶은 마음도 없는 차다. 게다가 하이브리드여서 알뜰하고 성정도 차분하다. 오랫동안 동고동락할 상대로 제격이다. 나름대로 ‘스펙’도 꽉 채웠다.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대부분을 넣었으니까. 막 자랑하고 싶지는 않지만, 오랜 시간 싸우지 않고 함께할 상대로 제격이다. 평범한 듯 보인다고? 그런데 생각해보면 결혼 상대 찾기가 어디 쉬울까? ★★★☆
+ UP 오래 타도 질리지 않을 모든 면.
+ DOWN 오늘 처음 타도 떨리지 않을 모든 면.
장진택 <카미디어> 기자
포니부터 테슬라까지 하품하며 시승한 ‘무색무취’ 자동차 저널리스트.
+ Look ‘예쁘다, 안 예쁘다’라 말하는 것 자체가 의미 없다. 누구나 무난하게 탈 수 있는 중형 세단으로, 생긴 걸로 어필하기보다는, 숙성된 ‘완성도’를 내세운다. 그래서 독특한 조형으로 뽐내기보다는, 정중하고 단정하며 누구든 사용하기 편하도록, 오랜 시간 쓰기에도 불편하지 않게 디자인했다. 혹자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임에도 하이브리드적인 걸 내세우지 못했다”며 폄훼하지만,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누군가에게 내세우는 친환경 차가 아니다. 하이브리드적인 걸 일부러 내세우지 않은, 정중한 세단일 뿐이다. 근본적으로 멋을 내세우지 않는 차이니, 멋없다고 놀릴 필요 없다. ★★
+ INSIDE 넉넉한 공간을 쓰기 편하게 다듬었다. 모든 버튼을 큼직하게 디자인했고, 모든 글씨도 크고 명확하다. 시력이 예전 같지 않은 중·장년층이 타기에도 무리 없고, 펑퍼짐한 풍채의 거구가 타기에도 무리 없다. 멋지게 디자인하기보다는 쓰기 편하게 디자인했다. 넉넉한 수납공간을 곳곳에 배치했고, 스마트폰 무선 충전장치도 빼놓지 않았다. 뒷좌석도 넉넉해서 참 좋은데, 트렁크가 좀 문제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집어넣느라 트렁크가 꽤 좁아졌다. 뒷좌석이 접히지도 않고, 팔걸이 부분이 열리지도 않아, 사용할 때 다소 불편할 수 있겠다. 참고로 어코드 가솔린 모델은 뒷좌석을 접어 긴 짐을 넣을 수 있다. ★★★
+ Performance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효율 위주거나 파워 위주다. 효율 위주 하이브리드 대표는 토요타 프리우스, 성능 위주 대표는 인피니티 Q50 하이브리드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효율 쪽에 치우쳐 있지만 성능도 꽤 좋다. 효율과 성능, 모두 잡을 수 있는 핵심은 동급 최강의 ‘엔진, 전기모터와 무단변속기’ 덕분이다. 무단변속기는 기어비를 자유자재로 ‘쥐락펴락’할 수 있어서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돕는다. 동급 최강 215마력 발휘하는 파워트레인은 1.6톤 어코드를 힘차게 끌고 달릴 수 있다. 다만 무단변속기의 한계 때문에 질주 느낌이 그리 좋진 않다. 가속페달을 꾹 밟으면 엔진이 버어어엉~ 하면서 속도를 높인다. 가속력은 꽤 좋지만, 엔진 소리가 부담스럽다. 역시 무단변속기는 ‘질주’에 불리하다. ★★★
+ Attraction 어코드는 미국에서 현대 쏘나타, 기아 K5와 경쟁하는 중형 세단이다. 하지만 한국에선 ‘수입 차’라는 라벨이 붙으면서 한 등급 위로 격상한다. 혼다 코리아에서도 이런 점에 착안해 고급 장치를 듬뿍 넣은 ‘최고급’ 모델로 준비했다. 풀LED 헤드램프부터 휴대폰 무선 충전장치, 번쩍거리는 대형 휠과 질 좋은 가죽까지 넣었다. 게다가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및 포드 퓨전 하이브리드 등이 넘지 못한 환경부 규정도 통과하면서 정부 보조금 1백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연비도 좋아서 기름값을 꽤 아낄 수 있지만, 좀 비싸긴 하다. 4천3백20만원이다. 참고로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최고급 모델이 4천40만원, 기아 K7 하이브리드 노블레스(최고급 모델)가 3천8백80만원이다. ★★★
+ UP 미국서 인정받은 품질. 엉뚱한 걸로 말썽 부릴 확률이 적은 차라는 얘기다.
+ DOWN ‘수입 차 프리미엄’은 옛날얘기다. 요즘 국산 차도 꽤 ‘프리미엄’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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