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기어VR
오큘러스는 가장 탄탄한 VR 관련 플랫폼이다. VR의 토대와 가능성을 만든 게 오큘러스고, 그 오큘러스의 VR을 쉽게 볼 수 있는 게 기어VR이다. 오랜만에 다시 만져본 기어VR과 오큘러스 앱의 콘텐츠는 꽤 새로워졌고, 또 많아졌다. 대부분은 직접 촬영한 영상 콘텐츠였고, 그래픽으로 만들어낸 콘텐츠도 늘어났다. VR 체험의 단골손님으로 꼽히는 콘텐츠인 <롤러코스터>도 재미있지만 VR의 강점은 역시 얼굴을 맞대는 장면이다.
<쥬라기월드>의 데모 버전은 가상 공간으로 이용자를 데려간다는 가상현실의 기본을 제대로 보여준다. 또 <태양의 서커스>는 공연장의 제일 좋은 자리를 전세 낸 듯 체험할 수 있다. 360도 카메라인 기어360을 가지고 있다면 직접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해 기어VR로 즐기면 된다. 무엇보다 기어VR의 강점은 갤럭시 스마트폰 이용자가 많은 국내 환경에서 가장 쉽고 저렴하면서 제대로 VR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
물론 몇천원이면 살 수 있는 구글의 카드보드나 2만~3만원짜리 중국판 VR 기기들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오큘러스라는 ‘원조’ 콘텐츠와 그에 맞춘 VR 기기라는 장점과는 비교 불가. 고개를 돌렸을 때 반응성도 좋아서 멀미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기어VR은 아직 그 ‘가능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상이다. 갤럭시 S7은 TV보다 화면 해상도가 더 높지만 가상현실을 보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이는 스마트폰이 4k 디스플레이를 장착하면 조금 달라질 이야기이긴 하다.
오큘러스의 콘텐츠 역시 ‘맛보기’라는 인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VR로 검색하면 쏟아지는 콘텐츠들도 마찬가지다. 오큘러스 리프트처럼 PC와 연결하지 못하는 것도 안타깝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봤을 때, 자주 꺼내서 볼 수 있는 콘텐츠만 늘어난다면 기어VR은 충분히 재미있는 장난감이라는 결론이다. 가격은 13만원.
소니 PSVR
가상현실도 결국 콘텐츠를 보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보는 방법이야 많으니 무엇을 보느냐의 문제가 남아 있다. 게임은 가장 가까이에 있고, 동시에 강력한 가상현실 콘텐츠였다. 한밤중에 PSVR을 쓰고 시작한 게임, <바이오하자드7>은 나를 공포 영화 현장 속에 던져 넣었다.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면 10분에 한 번씩 PSVR을 벗어던지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켜야 한다는 점이랄까.
이 시리즈에 익숙하고, 공포 영화를 그리 무서워하지 않음에도, 그걸 화면 밖에서 보는 것과 화면 안에서 진행하며 느끼는 감정은 차원이 달랐다. <바이오하자드7>의 예고편 격인 <키친>은 약 3분가량인 짧은 콘텐츠고, 그 사이 자리에 묶여 있기 때문에 두리번거리는 것밖에 할 일은 없다. 하지만 1인칭 시점과 공간에 정확히 매치되는 소리는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순간을 그대로 체험하게 해준다.
혹시라도 1인칭 슈팅 게임(FPS)를 떠올린다면 완벽하게 헛다리를 짚는 셈이다. 물론 아기자기하고 예쁜 게임들도 많다. 화면의 물리적 해상도는 기어VR보다 낮은 편이지만 화면의 픽셀이 튀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일단 콘텐츠가 시작되면 금세 몰입되기 때문에 해상도에 대한 생각은 잊게 된다. PSVR에는 성능이 높아진 ‘플레이스테이션4 프로’가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급하게 바꾸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다만 플레이스테이션 주변이 엄청나게 어지러워지는 건 감수해야 한다.
플레이스테이션4를 VR 프로세스 시스템에 연결해야 하고, 거기에 다시 VR 안경을 붙인다. TV 아래에 카메라도 달아야 한다. 이어폰도 연결해야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선이 주렁주렁 달린다. TV에서 적절히 떨어질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다. 하지만 PSVR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역시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다는 점. 폭발적인 인기로 매진됐다. 그래서 PSVR 자체가 실존하지 않는 ‘가상현실’이라는 농담이 농담이 아니다. 가격은 49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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