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을 위한, 취향에 의한
스피크이지샵
이 공간만을 뚝 떼어다 홍대나 이태원 어느 골목에 가져다놓아야 할 것 같다. 입구에서부터 나그참파의 진한 향이 훅 들어오는 이곳은 성북구 힙스터들이 자주 찾는 스피크이지샵. 벽에는 ‘보니와 클라이드’ 등 전설적인 미국 갱스터들의 현상 수배 포스터가 붙어 있다. 이 수배자들의 포스터를 기준으로 오른쪽에는 오래 쓸수록 멋이 나는 가죽 제품을 만드는 에이징CCC의 공방이, 왼쪽에는 바이크와 아메리칸 캐주얼웨어를 좋아하는 이들이 즐겨 찾을 만한 패션 아이템들을 골라 놓은 편집매장이 자리한다.
1930년대 미국에서 금주령을 내리면서 목소리 낮춰 몰래 술집을 찾는 이들이 많았는데, 문지우 대표는 당시의 비밀스럽고 은밀한 분위기를 담아 이곳을 ‘스피크이지샵’이라 이름 붙였다. 갱스터, 바이크, 스케이트 보드, 재즈처럼 그가 사랑하는 모든 취향을 한데 모았다. 이곳엔 항상 빌리 홀리데이, 세라 본, 엘라 피츠제럴드 등의 음악이 흐른다. 아메리칸 워크웨어나 빈티지한 ‘감성’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문 닫을 때까지 계속 머물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지금 트렌디하다고 하는 것들의 뿌리를 찾아 공간을 채웠다. 라이더 재킷, 코트도 다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시절 고유의 역사와 시대 상황을 반영한다. 이를테면 코트 뒤에 달린 끈의 위치라든가, 라이더 재킷의 지퍼라든가 하는 작은 디테일에도 이야기가 숨어 있다. 그런 문화와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뭔가 멋져 보이는데, 이 멋이 어디서 비롯됐는지를 알면 더 재밌게 착용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를 즐겨 타고, 그에 맞는 멋을 갖추고 싶은 사람들이 주로 이곳을 찾는다.
매장 안에 울려 퍼지는 재즈도, 세계 여기저기서 수집한 빈티지 소품들도 스피크이지샵을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쿨한 곳’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자신의 취향으로 가득한 공간을 만들고 또 일까지 할 수 있으니 즐거울 수밖에 없다. “요즘에는 인디언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 나바호 인디언이 즐겨 사용하는 패턴이 예뻐 다음 시즌 디자인을 준비하다 자연스레 호기심이 생겼다. 1900년도 초반 인디언 액세서리를 모으면서 메디슨 백을 만들어봤다.
디언은 유행한 패션, 음악, 스트리트 문화 등을 파고들던 그의 취미는 자연스레 일이 됐고, 또 자연스레 조금씩 규모를 키우고 있다. 지난 한 해는 성북구 동선동 힙플레이스로 자리매김하는 데 힘썼다면, 올해는 한남동 와인 바와 함께 새로운 공간을 선보일 계획이다. 멋쟁이 남성이라면 소홀히 할 수 없는 바버샵과도 공생을 구상 중이다.
“처음 시작할 때 결심한 게 있다. 쓰면 쓸수록 좋아지는 제품을 만들자는 것. 그래서 소재 연구에 가장 많은 공을 기울인다. 에이징CCC에서는 시간이 갈수록 더 멋있어지는, 그래서 제값을 할 수 있는 제품을 디자인하고 만들 거다.” 스피크이지샵은 취향이 확실한 문지우 대표가 좋아하는 모든 것들을 모아놓은 공간이다. 이토록 선명한 그의 취향에 ‘좋아요’를 누르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건 참 좋은 징조다.
힙스터 샌드위치
바이 미 스탠드
요즘 젊은이가 무엇을 먹고 어떤 것을 입고 뭐하고 노는지를 보려면 SNS를 둘러보면 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올라오는 민트색 공간이 눈에 띄는데, 이곳의 이름은 ‘바이 미 스탠드(Buy Me Stand)’다.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에게서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모두 매장 내부를 찍는 척하면서 주방에서 샌드위치를 만드는 두 대표를 앵글에 포함시킨다는 것이다.
구불구불 이태원 골목길에 난데없이 샌드위치 가게가 생긴 것도, 처음 보는 조합의 메뉴도 특이하지만 바이 미 스탠드에서 가장 특이한 건 역시 대표들이다. 아이돌 멤버처럼 곱게 생긴 노아준 대표와 <쇼미더머니>에 한번쯤은 나올 법한 이인규 대표는, 이곳을 SNS에 소개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특이 사항’이다. 두 사람 모두 강렬한 첫인상과 다르게 예의 바르고 수줍지만 친절했다. 눈이 시원해지는 민트 컬러, 1970년대 미국 문화를 반영한 공간 디자인, 그리고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메뉴 등이 이곳 바이 미 스탠드를 대표한다.
3개월 전 주말에 마실 나온 이태원 멋쟁이들이 빼먹지 않고 들른다는, 술과 음악과 문화가 있는 ‘믹스처’에서 브랜드 ‘선 오브 더 치즈(Son Of The Cheese)’의 팝업 스토어가 열렸다. 노아준, 이인규 대표는 그 브랜드를 이끌어가는 일본 젊은이들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우연히 만났다. 그들이 일본 도쿄에서 샌드위치 가게 ‘바이 미 스탠드’를 운영한다는 것을 알고 두 대표는 곧장 도쿄로 날아갔다.
샌드위치 레시피를 전수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바이 미 스탠드 이태원점이 탄생했다. 점심 12시부터 밤 9시까지는 샌드위치 가게지만 주말 밤에는 모습이 좀 달라진다. 음악과 술이 함께 흐르는 바로 변신하는 것이다. 재미있는 여러 가지 요소 덕분에 오픈한 지 3개월 만에 SNS에서 가장 뜨겁게 떠오르는 공간이 됐다. 젊은 대표들은 또래의 젊은 고객과 쿨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즐겁게 일한다. 노아준 대표는 “보통 샌드위치 하면 구성이 비슷비슷한데, 바이 미 스탠드에서는 아마도 처음 먹어보는 조합이 많을 거다.
시금치와 아보카도, 사과 혹은 오렌지와 소고기 같은 독특한 메뉴를 선보인다. 낯선 조합에 다들 겁을 먹지만, 일단 먹어보면 감탄할 것”이라고 자랑했다. 그의 설명대로 샌드위치라면 응당 이래야 한다는 공식을 깬, 창의적인 메뉴들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독특한 헤어스타일과 달리 누구보다 수줍고 상냥한 이인규 대표는 “지금 메뉴들은 거의 도쿄 매장에서 가져온 것이지만, 앞으로는 한국만의 시그너처 메뉴도 개발할 거다. ‘샌드위치’ 하면 생각나는 대표적인 가게로 키우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인스타그램만 보면 20대 여성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 가게 같지만 실제로는 이태원, 보광동 인근에 사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부터 중학생까지 고루 찾아온다고. 출출할 때 아무 때고 와서 먹을 수 있도록 브레이크 타임 없이 운영 중이다. 점심부터 저녁까지 쉴 새 없이 샌드위치를 만들고 또 재밌게 놀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자유분방한 ‘스웨그’에 이끌린 팬들이 생겨났다.
“샌드위치를 먹고 난 다음에 행복해졌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우리도 행복해진다. 멋있는 공간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게 별것 아닌 일 같아도 큰 기쁨이라는 생각을 한다.” 성실하고 건실하게 샌드위치를 만드는 두 명의 ‘스웨거’ 대표들은 어느새 바이 미 스탠드의 시그너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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