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한 살의 에드 시런은 아마 지금보다 더 머리카락이 붉고 주근깨가 많았을 거다. 만화책과 장난감에 손이 많이 갈 나이에 에드는 이미 데미언 라이스를 영접했다. 공연장에서 데미언이 수많은 사람들과 교감하던 그 장면을 목도한 이후 에드 시런의 꿈은 ‘데미언 라이스처럼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열여섯 살이 되던 해 그는 무작정 런던으로 떠났다.
차가운 현실은 하나도 안 보였고 뜨거운 꿈만 보이던 시절이었다. ‘스웨거’들이 넘쳐나는 힙합 공연장에서 후줄근한 티셔츠 차림으로 기타 메고 노래하던 우직한 소년은 싱어송라이터로 훌쩍 자랐다. 스스로 만든 EP 앨범과 3백 회가 넘는 공연 등을 통해 그는 LA로 건너갈 기회를 얻는다. 마침내 열아홉 살과 스무 살 사이, 2011년에 발표한 데뷔 앨범 <+>는 영국 앨범 차트를 가볍게 석권했다. 2014년 두 번째 앨범 <X>부터는 ‘힙스터’의 조짐이 보였다.
‘힙합의 신’ 퍼렐 윌리엄스가 프로듀서로 등장한 첫 번째 싱글 ‘Sing’부터 변화가 시작됐다. 힙합과 R&B 비트를 마음대로 주물러 에드 시런만의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2016 그래미 어워드에서 ‘올해의 노래’를 차지한 ‘Thinking Out Loud’ 같은 명곡도 이때 탄생했다.
존 메이어나 제이슨 므라즈 등의 기타 ‘훈남’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도, 힙합 비트가 없으면 귀를 닫는 이들에게도, 에드 시런은 괜찮은 답이 된다. 동시에 노래를 들으면 들을수록 동글납작한 그의 얼굴이 잘생겨 보이는 놀라운 경험도 하게 된다. 에드 시런은 2017년 벽두부터 깜짝 선물을 준비했다. 세 번째 정규 앨범의 타이틀은 <÷>다. ‘나누기’처럼 상반된 느낌의 두 곡 ‘Shape Of You’와 ‘Castle On The Hill’을 선공개했다.
전혀 다른 느낌의 두 곡을 동시에 선보인 이유에 대해 그는 “새 앨범을 통해 상반된 두 가지 음악 성향을 꼭 보여주고 싶었다. 둘 다 똑같은 열정을 담고 있는 장르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완성된 앨범이 공개되고 나면 에드 시런이 또 한 번 세계 최고 미남처럼 보일까봐 벌써부터 겁난다.
기타 사나이들
기타만 들었다 하면 5배 정도 잘생겨 보이는 싱어송라이터들.
John Mayer <Love On The Weekend>
존 메이어로 말할 것 같으면 기타 한 대로 전 세계 여자를 홀린 도깨비 같은 남자다. 감질나게 신보를 내겠다는 뉘앙스만 풍겨온 그가 새 노래를 발표했다. 일곱 번째 앨범의 첫 싱글 ‘Love On The Weekend’는 두말할 것 없이 낭만적이고 감미롭다.
Beck<Wow>
‘너드 감성’ 가득한 벡이 기타를 들고 노래하는 순간 분위기는 반전된다. 스튜디오에서 장난 삼아 만든 곡을 다듬어 새 싱글 ‘Wow’를 발표했다. 장난도 이렇게 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Damien Rice<My Favourite Faded Fantasy>
데미언 라이스 새 앨범이 언제 나오나 기다리다 목 빠진 이들이 벌써 여럿이라 들었다. 좀 더 기다려야 할 듯하다. 그때까지는 가장 최근 앨범의 ‘The Box’ ‘The Greatest Bastard’ 등을 반복 청취하자. 가슴 아픈 이별을 겪은 후 들으면 훨씬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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