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 난 1년간 가장 잘했다 싶은 일이 있나?
콘서트다. 솔로 콘서트는 처음이었거든. 또 뭐가 있을까. 여행도 안 해서… 아, 가게 연 거.
‘너드 바’ 말이지? 연예계 젊은이들이 자주 출몰한다는.
하하. 맞다. 옥탑방도 있는데 작업실로 꾸몄다. 사실 처음부터 바를 만들려던 건 아니었다. 그냥 작업실로 쓸 공간을 찾고 있었는데, 음악 하는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미니 바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부동산 문제로 어쩌다 2개 층을 쓰게 됐고, 규모가 커졌다.
공공연한 임슬옹의 공간이다. 본인의 취향을 고스란히 담았나?
그렇다. 음악 바를 열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 유명한 ‘밤과 음악 사이’를 비롯해 음악 바는 이미 많지만 내 나이대의 친구들, 음악 하는 친구들이 자유롭게 오가며 놀 수 있는 공간은 별로 없는 것 같았다. 바의 음악은 그때그때 내가 듣는 것으로 선곡한다. 음악 취향이 확실한 사람들이 오면 좋아할 거다. 술은 맥주, 위스키, 칵테일, 보드카 등 많다. 소주는 안 판다. 내가 소주를 안 마셔서. 술 잘 못하거든.
그렇다면 이름은 왜 ‘너드 온 얼스(Nerd on Earth)’라 했나? 거칠게 해석하면 ‘지구상의 지질이’라는 뜻인데. 스스로 ‘너드’라고 여기나?
‘오타쿠’처럼 보이는 이름을 짓고 싶었다. 하하. 너무 멋있는 이름을 붙이면 오히려 구릴 것 같았다.
잘한 건 콘서트와 바 오픈이고, 아쉬웠던 건 없나?
음. 없는 것 같다. 하나도 없다.
스물아홉에 한 인터뷰에서 비슷한 말을 했다. 일도 노는 것도 지겹도록 해봐서 아쉬운 게 없다고.
맞다. 원래 돌이켜보거나 후회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 성격이 아니다.
늘 그렇게 덤덤한가?
좀 그렇다. 이렇게 멋 부리고 화보 찍는 일도 그냥 덤덤한 마음으로 한다. 많이 해봤으니까. 이제는 그냥 ‘잘 나오면 좋고’라는 마음이다. 20대 때와 지금의 나는 정말 다르다. 뭔가 많이 바뀌었다.
이제 서른하나가 됐다. 1년 새 무엇이 그리 많이 바뀌었나?
일단 예전에는 매일 밤새워 방송하며 살았다. 이젠 그렇게 못한다. 꼬박꼬박 잘 자야 한다. 점점 내 몸에 맞는 패턴을 찾는다. 일에도 패턴을 만들고. 이게 맞는 수순인 것 같다. 언제까지 불규칙하게 살 순 없으니까.
데뷔한 지 10년 차다. 생각해보면 임슬옹에게는 딱히 스캔들이란 게 없었다. 큰 과오 없이 지금껏 왔다.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자기 관리를 철저하게 했다는 뜻 아닐까?
문제될 일을 억지로 안 했다기보다, 성격상 그럴 일이 없었다. 그럴 수 없는 유형이랄까. 그렇다고 내가 무척 긍정적이고 건강하고 바른 이미지를 갖고 싶어 한 건 아니고. 중도에 변덕이 나서 뒤엎을 만한 일이면 애초에 싫다고 한다. 참고 해야 하는 일이라면 그냥 하고.
일상이 건강하고 탄탄할 것 같다.
노력하는 중이다. 나는 호오가 분명하다. 놀 때도 그렇다. 어설프게 불편한 자리라 나가기 싫으면 핑계 안 대고 그냥 얘기한다. “미안해, 나는 안 갈게. 좀 불편할 것 같다.” 친구들이 클럽 가자고 해도 귀찮으면 딱 자르는 편인데… 가끔 홀린 듯 설득당해서 나갈 때도 있다. 이번 신정 때에도 그랬다. 친구들이 꼬드겨서 IAB 애들이랑 몇몇이 재미있게 놀았다. 술을 못 마시니 술자리에서 놀아도 매니저가 걱정을 안 한다.
뭔가에 꽂혀 극단적으로 휘말릴 땐 없나?
노래 만들 때? 튜닝부터 엄청 심하게 한다. 다들 손사래 칠 정도로. 이번에 발표한 곡은 사실 굉장히 일찍 만들었다. 여유롭게 발표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결국 마지막까지 계속 작업했다. 시간이 주어진 만큼 더 수정하는 거다.
그렇게 물고 늘어지는 부분이 곧 본인이 생각하는 ‘자신의 영역’인 걸까?
맞다. 그 영역에 음악이 있는 거다. 소속사를 싸이더스HQ로 옮기고 나서는 모든 프로듀싱을 내 손으로 한다. 뮤직비디오, 앨범 재킷, 수록곡까지 다 내가 한다. 바빠 죽겠다. 하하.
JYP에서와는 너무 환경이 다르다.
처음 혼자 할 때는 ‘여태껏 내가 뭐했지?’ 싶었다. 이전에는 그냥 노래만 부르는 보컬리스트였던 것 같고. 혼자 하기 시작하면서 이제야 정말 음악을 공부하는 것 같다.
보컬리스트 이상의 어떤 뮤지션이 되고 싶나?
궁극적인 모습은 없다. 때마다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 요즘은 잘 팔릴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
잘 팔려야 된다는 생각을 하니, 뭐가 달라지던가?
일단은 대중적인 멜로디를 조금이라도 더 쓰게 된다. 이게 정말 중요하다. 잘 팔린다는 건 그만큼 사람들이 많이 듣는다는 이야기니까.
대중적으로 먹히는 멜로디를 분명히 아나?
딱 들으면 안다. 그런 멜로디가 체화된 상태다. 그렇다고 대박 날 멜로디를 안다는 건 아니고. 그냥 사람들이 좋아하는 멜로디를 알아채는 감은 있는 것 같다. 이런 점은 아카데믹한 관점에서도 분명히 존재하는 부분이다. 사람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코드 진행과 멜로디 같은 게 있거든.
간혹 연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자신의 영역을 무리해서 넓히려 하지는 않았다. 때마다 할 수 있는 일을 조금씩 찾아온 것에 가까워 보인다.
이 시장에서 살아남기에도 바빠 죽겠는데 무슨 시장에 더 뛰어들겠나.
‘시장’이라고 표현하는구나.
시장이라 생각한다. 하하. 장사를 하다 보니 이런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나 보다.
스스로 “듀엣 타율이 좋다”고 말할 정도로 여자 파트너와 감성적인 노래를 부를 때 대중에게 큰 반응을 얻었다. 그런데 솔로로 작업한 ‘노멀’이나 ‘멜라토닌’은 그와 다른 맥락의 음악이었다.
내가 듣는 음악과 불러야 하는 음악이 다르다는 건 분명하다. 그건 확실히 안다. 솔로 앨범은 내가 듣던 음악 스타일로 작업해봤다.
이번 싱글 ‘그 순간’은 또 다르다. 원하는 음악을 맘껏 구현한 것 같지는 않다.
그런 건 이전 앨범에서 원 없이 다 해봤다. 이번 싱글은 지금 이 시절에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이다. 대중이 내 솔로 음악을 더 많이 들어줬으면 했거든. 그래서 꼭 팝 발라드를 하고 싶었다.
커버 아트는 빈지노의 아트 크루인 IAB 스튜디오, 뮤직비디오에는 배우 최우식이 힘을 보탰다. 좋은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친구를 많이 둔 것 같다.
주변에 마음 맞는 사람들이 많다. 만나서 수다 떨면서 같이 일하는 거다. 아이돌계에는 친구가 거의 없다. 친구들 대다수가 모델, 배우, 힙합 하는 아티스트다. 어쩌다 자연스럽게 가까워진 이들이다.
관심사가 반영된 인맥 아닌가? 살다 보면, 좋아하는 영역 안으로 들어가게 마련이니까.
그렇다. 최근 알게 된 친구들 중에는 미술 작업하는 이들이 많다. 나는 음악을 하지만, 사실 우리 집안이 모두 미술 쪽에 관련이 있다. 집안에 화가도 있고 사진가도 있다. 그리고 다 음치다. 노래 진짜 못한다. 나는 그림을 전혀 못 그리고. 그래서 미술 분야에 대한, 뿌리 깊은 동경이 있다.
서른이 되면서 버렸다고 생각한 게 있나?
옷 욕심? 이제는 꾸미고 멋 부리는 거 귀찮아서 못하겠다. 부질없는 것 같다.
스물아홉에는 달리 생각했나?
달랐다. 서른이 되면서 정말 많이 변했다. 그때만 해도 패션 화보를 앞두고는 몸을 만들었다. 예쁜 옷 입고 나가 노는 일도 좋아했다. 이제는 아니다. 옷을 볼 땐 질만 따진다. 촬영 앞두고 살도 안 빼고. 하하. ‘포토샵’ 할 거 아니까.
그렇다면 지금, 가장 가치 있게 여기는 건 뭔가?
나의 일, 나의 작업, 무조건 ‘내 것’을 만드는 일. 실력을 더 키워서 잘해낼 수 있으면 좋겠다. 그걸로 충분하다.
응원하겠다. 그런데 정말 이번 촬영 앞두고는 아무 신경도 안 썼나?
그래도 아까 보니까 얼굴 예쁘게 나오던데.
맞다. 좋았다.
좋을 줄 알았다. 다 계산한 거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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