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성 재료로 조립한 거대한 물체가 유영하듯 움직인다. 정교한 마디마디를 움츠렸다 편다. 숨을 쉬는 것 같다. 간혹 아가미를 뻐끔거리기도 하면서. 생명체는 각종 기계 부품과 부속, 모터들로 구성된다. 그것은 때로 물고기이며 곤충이기도 하고 꽃이며 파충류다. 금속 꽃은 흐느끼듯 핀다. 금속성의 표면을 비집고 새어 나오는 찬란한 빛에 멍해지기도 한다.
최우람이 만든 거대 생태계다. 차가운 기계 부품들로만 이루어진 작품들은 마치 온기를 품은 생명체로 느껴진다. 모두 금방이라도 뭉근하게 데워진 심장을 꺼내놓을 것 같다. 유기적으로 완벽하게 작동해 아름다움을 넘어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최우람은 기계와 모터,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해 움직이는 조각을 만든다. 그는 이를 ‘기계생명체(Anima-Machine)’라 부른다.
최우람의 기계생명체 한 점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상설 전시 중이다. 이름은 ‘오르페르투스 루눌라 움브라’. 최우람은 과학자처럼, 독특한 미학적 상상력에 컴퓨터 프로그램 기술을 과학적으로 결합한다. 각각의 생명체에 유기적이며 마땅한 운동 방식, 동력, 재료를 쥐어준다. 그러고는 고고학적인 상상력을 바탕으로 가상의 이야기를 더한다. 유사-라틴어 학명을 붙이기도 한다. ‘오르페르투스 루눌라 움브라’라는 이름처럼 말이다. 그렇게 태어난 거대한 금속의 ‘기계생명체’는 고요한 공간 속에서 존재를 증명한다. 작가 최우람에게 움직임은 곧 살아 있음이다.
이번 전시 이름은 <스틸 라이프(stil laif)>다. 전시에서는 지난 2002년 만든 초기 기계생명체부터 2016년의 신작까지 20점을 소개해 그의 작품 전반을 만날 수 있다.
최우람은 2006년 도쿄 모리미술관의 개인전 <도시 에너지-MAM Project004>와 제6회 상하이 비엔날레를 통해 국제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도쿄 스카이 더 배스하우스, 뉴욕 비트폼 갤러리, 뉴욕 아시아 소사이어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 상하이 비엔날레, 맨체스터 트리엔날레, 싱가포르 아트 뮤지엄 등 국내외 주요 미술관 그룹전과 비엔날레에 참여했다.
전시 <스틸 라이프(stil laif)>는 2017년 2월 12일까지. 대구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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