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성
사진가
김현성은 패션 사진가다. 그런 그가 <오보이!>를 창간했다. 패션 잡지의 외피를 두르고 동물 복지에 대해 말한다. 자식 같던 반려견이 죽고 나서 행동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다 환경으로 생각을 확장했다. 자기 생각을 담은 ‘오보이 건물’도 지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면 뭐든 다룰 생각이다. 그는 남은 생을 그렇게 보내고 싶어 한다.
<오보이!>로 시작된 행동이 점점 확장해 공간이라는 형태로까지 발전했다.
나도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 동물 복지, 환경을 얘기하고 싶어서 잡지를 만든 건데 이제 오프라인 공간까지 생겼다. 게다가 공간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일을 진행하고 있다. 사실 난 게으르고 일하는 것 자체를 별로 안 좋아한다. 그런데 <오보이!>를 만들고 난 후부터 완전히 인생이 바뀌었다. 한 달에 한 권씩 책을 만들어야 하니까. 그렇게 7년 동안 만들면서 점점 성격과는 다르게 일이 커져갔다.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는 욕구가 생겼나?
궁극적인 인생의 목표는 내가 죽기 전에 한국에도 유기 동물을 보호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고 싶은 거다. 꼭 몇백, 몇천 마리를 보호하는 현실적인 시설이라기보다 동물 복지에 관해 교육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하는 공간을 만드는 게 꿈이다. 동물 복지가 가장 발달한 나라가 영국과 독일이다. 2백 년 전부터 동물 복지 개념을 이야기한 나라라서 그런 시설을 선진적으로 운영한다. 우리는 아직 역량이 안 되니 그런 공간을 만들기 전에 어떤 거점처럼 만들어놓은 거다. 작지만, 서울에다.
동물에 대한 애정이 보호 운동으로, 그런 마음이 점점 친환경까지 확장했다. 생각과 행동이 확장하는 과정을 거치니 어떤가?
사실 환경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동물에게 미안해서 관심이 생겼다. 사람들이 동물을 직접 괴롭히기도 하지만, 환경을 파괴하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주는 고통도 크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 변화 때문에 동물이 고통받는 상황이 너무 미안하더라. 물론 사람에게도 안 된 일이고. 그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생각과 행동이 변하더라. 나도 사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동물을 많이 좋아했지만, 좋아만 했지 그 이상으로 뭔가 하진 않았다. 점점 변화한 거다.
<오보이!>를 만들면서 동물에서 친환경으로 활동 범위가 확장되면서 부담감은 없었나?
전혀 없었다. 동물 복지에 대해서도, 환경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어떤 개념에 대해서 생각하면 부담을 느낀다. 예를 들어 채식을 한다고 하면 뭐는 되고 뭐는 안 돼, 하고 계속 물어본다. 힘들게 하다 보면 쉽게 포기하게 된다. 그러니까 가끔 고기 먹고 싶으면 먹으라고 한다. 덜 먹으면 좋다고 덧붙이면서. 고기를 너무 많이, 싸게 먹으려고 하니까 공장식 축산이 생겨서 환경 문제가 심각해진 거다. 그런 부분을 얘기해주면서 부담 느끼지 말고 평상시 먹던 고기보다 조금만 덜 먹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라고 한다. 그런 좋은 생각을 품으면서 완벽하지 않더라도 하나하나 행동으로 옮기는 게 조금이라도 도움된다고. 스스로 옥죄기보다 할 수 있는 만큼 해나가면 된다. 부담 느끼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생각하면 점점 태도가 바뀐다. 전과 다른 삶의 태도로 살아가니 어떤가?
이런 것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시기가 마흔 정도 됐을 때다. 마흔 전에는 별 생각이 없었다. 컵에 담긴 물을 바라보는 시선을 예로 많이 든다. 반이나 남았다느니 반밖에 없다느니. 어떻게 보면 내가 마흔 됐을 때, 인생의 반이나 남은 시점에 내가 뭔가 가치를 발견하고 어떻게 살아야겠다고 결심한 거다. 인생을 풍족하게 살 수 있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저런 활동으로 움직일 수 있는 동력도 됐고. 그때라도 느껴서 다행이다. 죽을 때까지 못 찾는 사람들도 많잖나.
<오보이!>를 비롯해 이 공간을 보면서 대중과 소통하는 지점에서 남다른 감각이 느껴졌다.
같은 이야기라도 잘 전달하는 방법을 택했다. 어떻게 보면 전략적인 면이 좀 있었다. <오보이!>가 겉보기에는 동물이나 환경과 상관없어 보이잖나. 만날 연예인이 표지 모델로 나오고. 물론 내가 이쪽에서 일했기에 접근 용이성이 있었지만, 어떻게 보면 반대되는 개념인 패션과 동물 복지를 접목해 잡지 안에서 얘기하려고 했다. 환경이나 동물 복지를 전면적으로 다루는 잡지가 있지만, 그 분야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잘 안 본다. 접근성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오보이!>는 겉에 연예인이 나오지만 일반 문화 콘텐츠에 중간중간 심각하지 않게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집어넣었다. 그래야 처음에는 환경과 동물 복지에 관심 없는 사람들도 보게 된다. 그런 과정을 원했고, 내 의도가 적중했다.
이 공간에서 물건도 판매하지만 전시나 공연, 영화나 다큐멘터리처럼 생각을 공유하려고 시도할 예정이라고?
한마디로 환경이나 동물 복지, 친환경적인 콘텐츠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그냥 놀러 오기 좋은 공간으로 만들 거다. 물론 물건도 파는데, 열심히 판매하려고 만든 공간은 아니다. 계산대에 써놓았다. 이게 꼭 필요한 것인지 한 번 더 생각해보고 사라고. 가능하면 소비하지 말라고 한다. 이왕 살 거면 좋은 물건을 사서 오래 쓰라고 한다. 그래서 여기에도 항상 좋은 제품을, 의미 있는 제품을 가져다 놓으려고 노력한다. 단지 이 제품을 사달라고 하는 게 아니라 이런 의미를 담은 제품을 삶에 제안하는 거다.
<오보이!>를 발간한 지도 7년여 지났다. 계속 같은 걸 하면 보통 지치는데 중간중간 새로운 부분과 단계를 잘 만드는 듯하다.
좀 벅차기는 하다. 이렇게 가도 되는 건가, 싶을 때도 많다. 어쨌든 여태까지는 주변에서도 아주 긍정적으로 말씀해주셨다. <오보이!>에 대한 평가도 독자나 브랜드, 화보를 찍는 연예인 친구들이 좋아해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오보이!>를 찍고 싶다는 연예인 친구들이 많아서 도움이 많이 됐다. 주변의 긍정적인 반응이 원동력이 되어 지금까지 잘 왔다.
호응이 있어야 확실히 흥이 난다. 특히 이런 생각은 주변과 소통할 때 더 의미가 생기니까.
실질적으로 변화가 느껴진다. <오보이!>에 아이돌 친구들이 많이 나오잖나. 그 팬들이 내게 글이나 이메일을 보낸다. 읽다가 동물 복지와 환경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또 팬클럽에서 행사를 진행해 돈을 모아 기부하고 싶다는 친구들도 있었다. 실질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니까 내가 <오보이!>를 잘 만들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잡지에서 공간으로, 표현하는 형식을 바꿔가면서 끊임없이 화두를 던지는 모습이 의미 있다.
걱정하는 부분도 있다. 친환경이, 말하자면 절대적인 문제잖나. 그런데 정치, 사회적 현안이 많아서, 어떻게 보면 환경 등의 이슈를 일회적인 유행처럼 받아들일까 걱정스럽다. 그냥 건들고 지나갈 문제가 아닌데도 사람들이 그렇게 받아들일까 봐서다. 솔직히 똑같은 얘기를 계속하면 재미없잖나. 환경도, 동물 보호도 많이 얘기하던, 최고조에 달했을 때보다 관심이 떨어졌지만 계속하려고 한다.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Live Amazing〉 시리즈 기사
자기 신념과 가치 있는 행동으로 큰 시작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Live Amazing - http://www.smlounge.co.kr/arena/article/32250
재생하는 가치 - http://www.smlounge.co.kr/arena/article/32253
공간의 힘을 믿다 - http://www.smlounge.co.kr/arena/article/3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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