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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부르는 영화 10

뒷목을 스쳐가는 바람이 감미롭다. 바람의 유혹에 못 이기는 척 따라 나서고 싶다. 그 용기에 힘을 주는 영화 10편.

UpdatedOn October 13, 2016

  • 01 <그랑블루> 1988

    1990년대 초, 국내 카페들을 장악한 영화 포스터 중에 최고는 단연 <그랑블루>였다. 주인공 자크(장 마크 바)의 고향 그리스가 많이 등장하지만, 잠수 대회가 열리는 곳은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 타오르미나다. 이 지중해 최대의 섬에서 자크는 조안나(로잔나 아퀘트)와 만나 사랑에 빠진다. 자크가 이상향을 향해 잠수하고 에릭 세라의 음악이 돌고래 음파처럼 울려 퍼질 때, 푸른 바다의 유혹에서 도저히 벗어날 수 없다.

  • 02 <리플리> 1999

    천재적인 거짓말쟁이 리플리(맷 데이먼)는 자유로운 영혼 딕키(주드 로)를 찾으러 간다. 리플리가 딕키를 만나는 곳은 이탈리아 나폴리의 화산섬, 이스키아였다. 일찍이 알랭 들롱이 리플리를 연기한 <태양은 가득히>(1960)에서도 장소는 동일한 이스키아였다. 리플리라는 캐릭터 덕분에 세계적 여행 명소가 된 곳으로, 욕망과 쾌락을 즐길 수 있는 신화적 공간처럼 섬이 뜨겁게 불타오르는 인상을 남긴다.

  • 03 <다즐링 주식회사> 2007

    문명의 근원지에 대한 동경이 없다 해도, 인도 여행은 뭔가 영감을 줄 것 같은 기대감이 있다. 특히 프랜시스(오웬 윌슨)를 비롯한 삼형제가 이용하는 인도 기차 ‘다즐링 리미티드’ 안이라면 더욱 그렇다. 영화 속 유머는 잠시 잊어도 좋을 정도로, 다즐링 리미티드를 타고 인도를 장기 여행하는 장면은 그 자체로 심장박동을 빠르게 재촉한다. 삼형제가 기차에서 티격태격 싸울 때, 사실상 주인공은 그들이 아니라 ‘환상열차’ 다즐링이었다.

  • 04 <치코와 리타> 2010

    자타가 공인하는 쿠바 열풍의 주인공은 빔 벤더스의 다큐멘터리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1999)이었다. 애니메이션 <치코와 리타>도 그에 못지않은 감동을 준다. 장소는 쿠바의 아바나. 야망에 찬 작곡가 치코는 가수 리타와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들의 환상적인 재즈를 듣다 보면 쿠바행 티켓을 예약하고 당장 떠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날 정도다. 쿠바의 재즈 클럽에 가는 것이 로망이자 인생의 버킷 리스트가 된다.

  • 05 <디센던트> 2011

    하와이에 사는 맷(조지 클루니)은 서핑을 15년 전 마지막으로 했을 정도로, 휴양지의 삶과는 무관한 사람이다. 맷이 가족을 지키려 고군분투하는 이 이야기에 하와이안 유토피아는 없다. 하와이의 낭만을 즐기겠다면 전형적인 애덤 샌들러 멜로드라마 <첫 키스만 50번째>(2004)를 보는 것이 좋다. 하지만 <디센던트>는 하와이 카우아이의 일상을 꾸미지 않고 드러냄으로써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굳이 하와이안 칵테일이 필요 없다.

  • 06 <럼 다이어리> 2011

    카리브 해 연안의 지역 신문기자 폴(조니 뎁)은 술의 황제다. 명함만 기자일 뿐, 광적으로 럼을 마시며 무위도식을 즐기는 것을 보면 건달이 따로 없다. 그의 천국은 푸에르토리코로, ‘부유한 항구’라는 뜻을 지닌 곳에서 말 그대로 인생의 부유함을 향유한다. ‘캐리비안의 해적’에게는 제격인 곳이다. 해안가에서 즐기는 일광욕도 19금 파티도 좋지만 폴처럼 해안 도로를 따라 달리고 싶어진다. 바닷바람과 함께 드라이브를 꿈꾸게 한다.

  • 07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2013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백만 번은 상상해본 것이 있다. 사표를 던지고 멀리 여행을 떠나는 일. 그런 일이 현실이 될 수 있다면, 당장 월터(벤 스틸러)처럼 아이슬란드로 모험을 떠나야 하지 않을까. 청명한 하늘과 아름다운 산이 빚어낸 자연의 곡선미가 춤추는 이곳은 트레킹에 안성맞춤이다. 물론 월터처럼 보드를 타고 세이디스피외르뒤르의 공기를 마음껏 흡입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 08 <어바웃 타임> 2013

    최고의 로맨스 영화를 위해선 아름다운 히로인(로코퀸)과 기상천외한 연애담이 있어야 하지만, 그에 걸맞은 아름다운 공간도 필수다. <어바웃 타임>은 모든 것을 갖춘 영화지만, 잉글랜드 콘월이 무대라서 더욱 완벽했다. 멋진 해안 절벽과 눈부신 해안가, 더욱이 고풍스런 별장이 어우러진 곳에서 인생의 호우 시절을 만끽하는 팀(돔놀 글리슨)이 부러울 뿐이다. 이곳으로 피크닉을 떠나고 싶어진다. 잠시, 오수도 좋으리라.

  • 09 <비포 미드나잇> 2013

    ‘비포’ 시리즈의 제시(이선 호크)와 셀린느(줄리 델피) 커플은 언제나 여행을 부르는 곳에서 사랑을 (재)확인해왔다. 즉 <비포 선라이즈>(1995)의 빈, <비포 선셋>(2004)의 파리에 이어 그리스다. 여행에 일가견 있는 이 커플이 휴가를 보내는 곳은 그리스 남부 메시니아 주의 해변 마을 카르다밀리다. 언제나 산토리니 섬이 답은 아니다. 소박하지만 여유로운 이곳은 인생의 낭만을 와인 잔에 담아 즐기기에 적당하다.

  • 10 <벨과 세바스찬> 2013

    한마디로 동물과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다. 주 무대는 프랑스와 스위스 국경을 이루는 알프스 언덕으로, 착한 떠돌이 개와 양치기 소년의 우정을 다루었다.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듯 형언할 수 없는 알프스의 절경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특히 하얀 개 벨과 소년 세바스찬이 알프스의 눈길을 걷는 모습을 보면, 함께 알프스를 거니는 느낌이다.

Must See

  • 어카운턴트 감독 개빈 오코너 | 출연 벤 애플렉 | 개봉 10월 13일

    알고 보니 고수인 한 남자가 무림을 평정한다. 무협지의 흔한 설정이지만, 통쾌하기에 자주 등장한다. 이 영화 또한 비슷한 구도를 다른 배경으로 펼친다. 자폐아로 취급당했지만 알고 보니 천재이자 킬러인 한 남자가 자기를 건드린 거대 권력을 박살내는 이야기.

  • 인페르노 감독 론 하워드 | 출연 톰 행크스, 펠리시티 존스 | 개봉 10월

    <다빈치 코드>는 아직도 이어진다. <천사와 악마>를 거쳐 <인페르노>에 도달했다. 세계의 미스터리는 아직 건재하다. 시리즈의 주축인 론 하워드 감독과 톰 행크스 역시 건재하다. 이번에는 단테의 신곡에 얽힌 미로를 더듬어간다.

  • 디시에르토 감독 조나스 쿠아론 | 출연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 개봉 10월 5일

    밀입국을 시도하려는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아들을 만나야 하는 눈물 어린 사연도 있다. 국경 지대를 넘던 그는 무자비한 킬러의 표적이 된다. 사막은 도망자에겐 비정한 곳이다. 생존이라는 처절한 단어를 움켜쥐기 위해 남자는 납작 엎드린다. 절로 숨죽이게 된다.

  • 비틀스: 에잇 데이즈 어 위크-투어링 이어즈 감독 론 하워드 | 출연 존 레넌 | 개봉 10월

    누구나 비틀스를 안다. 안다고 한다. 정말 알까? 그들의 대표곡이나 찬양하는 글을 걷어내면, 솔직히 잘 모르겠다. 이 영화 또한 다 알려주진 않는다. 하지만 비틀스가 한창 공연하던 1963년부터 1966년을 발췌했다. 그 시절을 그냥,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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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words 전종혁(영화 칼럼니스트)
EDITOR 김종훈

2016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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