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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나예요

이런 옷, 이런 머리 모양으로 이런 춤을 추는 페이 말고, 진짜 페이.

UpdatedOn September 2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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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톱은 살롱드서울, 브레이슬릿은 모르곤 제품.

검은색 톱은 살롱드서울, 브레이슬릿은 모르곤 제품.

공교롭게도, 솔로 앨범의 첫 무대가 <엠카운트다운>이었다.
미쓰에이의 첫 무대도 <엠카운트다운>이었지. 데뷔를 다시 하는 기분이더라. 녹화도 미스에이 데뷔 무대와 마찬가지로 새벽에 했거든. 미스에이 데뷔 때 생각이 많이 났다.

마지막 무대는 어제였다. 생애 첫 솔로 앨범 활동을 마무리 지은 가수로서 어떤 생각을 했나?

힘들었다. 하지만 이것도 다 연습이고 훈련이다. 그런 생각? 처음이라 당연히 긴장했고, 모든 걸 다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목표는 스스로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잘할 것. 순위에 대한 욕심은 없었다.

혼자 선 무대에서 얼마만큼 해낼 수 있을지도 궁금했을 것 같다.
그랬다. 이만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큰 의미다.

분홍색으로 머리를 염색한 첫 무대의 페이부터 까만 머리로 등장한 마지막 무대의 페이까지 모두 봤다. 마지막 무대에서 가장 능수능란하더라. 기복이 없구나, 꾸준하구나, 열심히 한 만큼 꾸준히 느는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맞다. 나는 원래 그렇다. 처음은 긴장하지만 할수록 실력이 는다. 솔로 앨범 활동 곡으로 선택한 ‘괜찮아 괜찮아 Fantasy’는 퍼포먼스 하면서 라이브로 부르기에 힘든 곡이다. 호흡을 많이 섞어야 하고 목소리도 높은 음으로, 가늘게, 살살, 일정한 톤으로 불러야 하는데 퍼포먼스는 힘있게 움직여야 하는 동작이 많았거든. 다리 벌리고 앉았다가 일어나는 동작들. 신경 쓸 것이 많아서 꽤 머리가 복잡했다.

첫 무대 모니터링 때는 뭐가 보이던가?
오, 너무 많다. 하하. 일단은 앞머리. 눈빛이 제대로 살아 있길 바랐는데, 앞머리가 눈을 가리더라. 너무 긴장해서 춤에도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표정도 제대로 짓지 못한 것 같고. 뭐, 한두 가지가 아니다. 되게 많다.

아쉬운 점뿐이네. 자신을 냉정하게 보는 편인가 보다. 완벽주의자적인 성향이 있나?

냉정하게 봐야지. 스스로 100% 만족해야 다른 사람 눈에 그나마 괜찮게 보이더라. 또 무대에서 3분간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은 영원히 남는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을 남기고 싶지 않다. 완벽주의자, 맞는 것 같다.

 

흰색 셔츠 드레스는 살롱드서울, 이어링과 슈즈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첫 솔로 활동은 완벽주의자인 페이에게 어떻게 기억될까?
전반적으로는 만족스럽지만, 실은 부족하다. 나는 늘 성에 안 찼다. 지금도 그렇다.

그래도 100%에 가깝게 만족한 때가 혹시 있나?
미스에이가 ‘허쉬’로 활동할 때. 허쉬의 시크하면서도 섹시한 춤, 음악, 퍼포먼스가 다 좋았다. ‘배드걸’ 느낌도 나고. 그때의 나는 마음에 좀 들었다.

완벽하게 하려는 사람에도 여러 유형이 있다. 누군가의 칭찬을 갈망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스스로 정한 기준에 맞추려고 애쓰는 사람도 있다.

나는 후자다. 100%라고 생각하는 기준이 내 속이 있다. <댄싱 위드 더 스타>에 출연할 당시, “페이는 되게 욕심 부린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누군가의 칭찬이나 인정을 당근으로 삼는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노력하는 게 아니다. 내가 나에게 100% 만족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사람들이 칭찬을 할까? 내 기준은 언제나 이것이다. 나는 스스로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당당할 수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사전, 사후 모니터링을 꼼꼼하게 한다.

무대 위에서도 생각이 많겠다.
생각 많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느낌에 맡길 때도 있다.

한번쯤 솔로 앨범을 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것 같다. 가수니까. 어떤 식으로 내고 싶다는 생각을 구체적으로 해봤나?
일단 (박)진영 오빠랑 함께하고 싶었다. 진영 오빠가 나를 제일 잘 아는 프로듀서일 테니까. 게다가 음악 장르도 진영 오빠가 선호하는 스타일을 나도 좋아한다. 또 진영 오빠가 프로듀싱하는 여자 솔로 뮤지션의 섹시함이 좋았다. 그 느낌을 믿었고, 나도 그렇게 하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발라드 곡을 꼭 넣고 싶었다. 이번 솔로 앨범에 실린 3곡 중 1곡이 발라드다. 내가 무조건 넣고 싶다고 주장해서, 회사가 들어준 거다.

발라드 곡을 넣고 싶은 건, 페이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려주고 싶었기 때문이겠지?

맞다. 내가 노래를 기막히게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번쯤 내 진짜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었다. 이전의 페이가 어떤 옷을 입고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사람이었다면, 솔로 앨범의 페이는 어떤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사람인지 들려주고 싶었다.
 

톱은 H&M, 브레이슬릿은 하란, 슈즈는 레이첼 콕스, 보디수트·이어링·반지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톱은 H&M, 브레이슬릿은 하란, 슈즈는 레이첼 콕스, 보디수트·이어링·반지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톱은 H&M, 브레이슬릿은 하란, 슈즈는 레이첼 콕스, 보디수트·이어링·반지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톱과 스커트는 모두 푸시버튼, 브레이슬릿은 모드곤, 보디수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톱과 스커트는 모두 푸시버튼, 브레이슬릿은 모드곤, 보디수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톱과 스커트는 모두 푸시버튼, 브레이슬릿은 모드곤, 보디수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사실 이번 앨범 〈fantasy〉가 어디에도 없던, 아주 새로운 걸 말하진 않는다. 하지만 페이와 박진영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걸 했다는 느낌이다.
물론 새롭게 시도한 것도 있다. 음악 장르, 춤, 보컬의 느낌 등. 그래도 첫 번째는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었다. 처음이니까. 이게 페이다, 보여주고 싶었다. 진영 오빠의 목표도 마찬가지였을 거다.

박진영이 프로듀싱한 여자 솔로 가수는 엄정화, 박지윤, 아이비, 선미가 있다. 모두 다른 종류의 섹시함을 표현했다. 페이의 이번 앨범 역시 노골적으로 섹시하다. 본인은 어떤 섹시함을 말하고 싶었나?
음. 어렵다. 그런데 그렇게 물어주니 고맙다. 사실 그 부분이 나와 진영 오빠가 무척 중요하게 고민한 포인트였거든. 선미에게는 소녀 같은 섹시함이 있고, 박지윤 선배에게는 시크하고 날카로운 섹시함이 있었다. 나는 뭘까?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내기는 어려운 문제였다. 앨범 준비하면서 어둡고 몽환적인 이미지로 풀 수 있는 섹시함에 대해 이야기했다. 어떻게 봤나?

앨범 수록곡 중에 ‘스윗 섹시 페이’가 있다. 프로듀서 박진영이 페이의 섹시함을 관통하는 곡이라고 생각했다. 다정한 여자의 섹시함이랄까.
‘스윗 섹시 페이’를 두고 진영 오빠가 이렇게 말했다. “평소의 너는 요리도 잘하고 착하고 다정해. 친한 사람들은 그냥 남자애처럼 느낄 정도로 털털하고.” 평상시 나는 따뜻한 사람인 것 같다. 섹시한 모습은 좋아하는 사람 앞이나, 화보 촬영할 때, 무대 위에서나 보여주게 된다.

그런데 섹시함이라는 게 대체 뭘까?

섹시함이 무엇인지 아는 것. 스스로 섹시하다고 느끼는 것. 진영 오빠가 그런 얘기를 한 적 있다. 누군가에게 섹시하게 앉아보라고 말했을 때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이 있다고, 그런데 잘 못한 사람에게 섹시하게 앉는 법을 가르쳐줄 수는 없다고 말이다. 섹시함은 스스로 알고 느껴야하는 것이란 이야길 했다. 스스로 섹시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모두 세상에서 가장 섹시하다.

스스로 섹시하다고 생각하나?
가끔은?

페이의 다음은 무엇이 될까?

더욱 페이다운 페이. 내 안의 여러 가지를 조금씩 제대로 풀어헤쳐 보여주는 게 나의 로망이고 판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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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이경진
Photographer 장덕화
Stylist 박보라, 이아름
Hair 정미영
Make-up 정윤영
Assistant 김민수

2016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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