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츠는 캔버스였다. 2016 F/W 시즌의 프라다 런웨이 얘기다. 어떤 것은 ‘주말의 명화’를 연상시켰고, 어떤 것은 르네상스 시대 작품의 스케치 같았다. 시대를 가늠할 수 없는 그림들은 프랑스 작가 크리스토프 슈망의 작업이다.
그는 장르 불문의 작가다. 소설도 쓰고, 그림도 그리며 영화 작업도 하고, 사진도 찍는다. 프라다는 2016 F/W 시즌의 메인 프린트를 그에게 맡김으로써 과거와 현대를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총 네 점의 작품. 일단 모두 얼핏 보기엔 오래된 그림 같다. 영화 포스터를 화가가 직접 그리던 시절의 것 같달까.
원근법이나 사실성은 떨어진다. 그런데 의미를 뜯어보면 흥미롭다. 시대적 유명 인사를 그려 넣은 ‘The Important Ones’가 특히 그렇다. 영웅 혹은 선구자는 시간의 흐름과 관계없이 모두의 기억에서 산다는 의미를 담았다. 그런데 표현 방식이 유머러스하다.
헤라클레스는 헐크 장갑을 끼고 있고,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막대기를 들고 고대 여신 아테네와 맞서고 있으며, 잔 다르크는 악기를 연주 중이다. 오른쪽 아래엔 오스카 트로피를 들고 있는 체 게베라도 보인다. 크리스토프 슈망의 작품 곳곳엔 과거와 현대를 연결하는, 또한 풍자하는 장치가 숨어 있다. 그 의미를 찾는 과정도 이번 시즌 프라다를 현명히 즐기는 방법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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