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시즌 뮤직 페스티벌이 우리 곁에 자리 잡은 지 10여 년이 훌쩍 지났다. 이로 인해 주변에 숱한 페스티벌 마니아가 생겨났고, 덩달아 뮤직 페스티벌은 여름 시즌 가장 트렌디한 연례 행사가 됐다. 이제 이 행사들은 지인과 어울려 신명 나게 노는 축제의 장이다. 만일 당신이 페스티벌 고어라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이미 ‘빠삭하게’ 알고 있을 테다. 그런데 말이다. 이제야 뮤직 페스티벌에 입문하는 사람이라면 대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그런 이들에게 작은 가이드라인을 전한다.
1. Music CD
듣지 않으면 놀기도 힘들다
페스티벌 티켓을 구매했다면 가장 먼저 라인업에 떠오른 뮤지션의 음악을 들어봐야만 한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옛말이 결코 틀리지 않았다. 올해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는 헤드라이너로 위저, 스웨이드, 패닉 앳 더 디스코, 투 도어 시네마 클럽, 낫싱 벗 시브즈, 런 리버 노스 등 굵직한 중견 밴드와 최근 록 신에서 무섭게 떠오르는 신예가 골고루 포진해 있다.
안산에서 지산으로 다시 보금자리를 옮기며 페스티벌명을 바꾼 ‘지산 밸리록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레드 핫 칠리 페퍼스, 티건 앤 사라, 제드, 디스클로저, 트래비스 등 신구 뮤지션을 골고루 초청했다. 만일 이들의 노래를 한 곡도 모른다 할지라도 그곳의 분위기가 당신을 들뜨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아직 한 달 이상 시간이 남은 지금, 어떤 방법으로든 라인업에 포함된 아티스트들의 노래를 들어라. 히트곡과 최근 발매한 그들의 신작 앨범만이라도 접하길 바란다.
2. Rain Boots
아끼는 신발을 버리지 않기 위해
과거부터 국내 뮤직 페스티벌 시즌은 여름 장마 혹은 태풍 시기와 맞물렸다. 이 말은 (올해는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언제든 장대비가 내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돌이켜보면 펜타포트든 지산 밸리든 단 한 해도 비가 내리지 않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가방 속 혹은 자동차 트렁크 속에 장화 한 켤레쯤은 준비하는 것이 좋다. 레인 부츠야 진흙이 묻어도 툭 씻어내면 그만이다. 만일 페스티벌 기간에 장화를 신어야 할 일이 생긴다면 무릎까지 올라오는 스케이트 양말 같은 걸 꼭 준비하길 바란다.
그렇지 않다면 당신의 종아리는 고무에 쓸리는 고문을 당할 것이다.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붕대를 장화와 살결이 닿는 부분에 감아주는 것도 방법이다. 그 어떤 ‘핫’한 브랜드의 레인 부츠보다 인근 철물점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장화’가 최고라는 사실도 알아두면 좋다. 덧붙여 굳이 비옷을 챙길 필요는 없다. 모든 페스티벌은 비가 올 경우를 대비해 관객에게 나눠줄 우비를 구비하고 있으니 말이다. 참, 플립플랍은 페스티벌에선 득보다 실이 많다. 음악에 심취한 관객의 성난 발에 한번 밟혀보면 금방 깨달을 거다.
3. Bandana
더위를 식혀줄 최상의 아이템
페스티벌 장소 내 머천다이징 숍에서는 가로 폭이 좁고 세로가 긴 타월을 판매한다. 뙤약볕 아래에서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내기에 이만큼 좋은 것도 없다. 하지만 오랜 경험에 비추어볼 때 이 수건은 간수하기도 힘들고, 목에 감고 있으면 무지하게 덥다. 그러니 반다나 정도가 최상의 선택이다. 얇고 가벼우니 물에 적셔 손목이나 목에 감고 있어도 되고, 또 시원한 수분 상태를 그대로 느낄 수 있어 상쾌하기도 하다.
다년간 페스티벌에 참석해본 필자로서는 이런저런 방법을 모두 강구해봤지만, 반다나만큼 유용한 아이템은 찾을 수 없었다. 식수대에서 충분히 물에 적셔 신체의 어느 한 부분에 감아두길 바란다. 동시에 반다나는 타월에 비해 페스티벌 룩을 완성해줄 썩 괜찮은 패션 아이템이기도 하다.
4. Music T-shirt
페스티벌 관객으로서 동질감
멋 부린답시고 살랑거리는 셔츠나 고가 브랜드 티셔츠를 입는 건 결코 권하지 않는다. 어차피 페스티벌은 시쳇말로 ‘땀에 절게 되는’ 청춘의 장이다. 뮤직 페스티벌에 가장 어울리는 룩은 쇼트 팬츠에 코튼 티셔츠 또는 슬리브리스 티셔츠다.
하지만 조금 더 멋을 내고 싶다면, 또 페스티벌에 참가한다는 동질감을 느끼고 싶다면, 라인업에 포함된 아티스트들의 공식 머천다이징 티셔츠나 페스티벌 공식 MD로 판매하는 티셔츠를 하나쯤은 구입해 입을 것을 추천한다. 등판에 이번 라인업이 모두 프린트된 티셔츠 정도면 적당할 거다. 가격으로 따지자면 페스티벌 공식 티셔츠가 조금 더 저렴하다.
5. Picnic Mat
강추는 아니지만 있으면 좋은 것
솔직히 말해 록 페스티벌에 가는 독자에게 돗자리, 그늘막 텐트, 캠핑 의자를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이유는 록 뮤직 혹은 댄스 뮤직 페스티벌은 주최 측이 마련한 그늘에서 잠시 체력을 비축하고, 공연 내내 뛰어놀아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것들은 사실 봄가을에 열리는 서울재즈페스티벌 혹은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에서나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들과의 베이스캠프가 필요하다면 이 장비를 가져가길 바란다. 어디서나 쉽게 구매할 수 있고, 한번 쓰고 버릴 수도 있는 은색 돗자리면 충분하다.
대형 의자보다는 잠시 엉덩이를 붙이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소형 의자를 추천한다. 일반적으로 대형 뮤직 페스티벌은 주차장 혹은 셔틀버스 승차장에서 본 공연이 열리는 스테이지까지 상당히 멀다. 그러므로 짐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페스티벌을 훨씬 더 잘 즐기는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조언을 덧붙이자면, 이와 같은 매트와 의자는 기술 스태프들이 있는 대형 콘솔 뒤쪽에 펼치는 게 다른 관객을 배려하는 매너라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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