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터넥 튜브톱 원피스는 바네사 브루노 제품.
홀터넥 튜브톱 원피스는 바네사 브루노 제품.
보라는 명랑하게 웃었다. 밝고 쾌활했다. 드물게 슬펐던 지난 일을 이야기해야 하는 순간도 있었지만, 먹구름을 드리운 건 아주 짧은 찰나였다. 태생이 밝고 씩씩해서인지, 드라마에서도 줄곧 ‘가난하지만 당차고 귀여운’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서른 살을 2년여 앞둔 지금, 남보라는 자신의 밝은 온도를 낮춰보기로 했다.
닭살스럽기만 한 멜로 연기에 진지하게 도전해봐야 하고, 알고 보면 어른스러운 모습도 보여주고 싶어서다. ‘어쨌거나 앞으로 10년 정도만 해봐야지’ 하고 시작한 배우 생활이 올해로 꼭 10년이 됐다. 여전히 가장 자신 있는 역할도, 가장 많이 들어오는 역할도 ‘어려운 환경 속에서 씩씩하게 자란 소녀’다.
그래도 괜찮다. 남보라는 아직 경험하지 못한 무수히 많은 경우의 수를 향해 성큼 발을 내디뎠다.
레이스 원피스는 페이우 제품.
레이스 원피스는 페이우 제품.
프린지 카디건과 흰색 하이 웨이스트 쇼츠 모두 아주레,레이어링한 반지는 모두 마리아쿠르키, 스트랩 슈즈는 레페토 제품.
프린지 카디건과 흰색 하이 웨이스트 쇼츠 모두 아주레,레이어링한 반지는 모두 마리아쿠르키, 스트랩 슈즈는 레페토 제품.
시스루 니트 톱과 레이스 장식의 롱스커트 모두 문희 제품.
시스루 니트 톱과 레이스 장식의 롱스커트 모두 문희 제품.
최근에 활동이 조금 다채롭다. 작년과 올해 연극 <택시 드리벌>에 출연했다.
작년부터 내가 기계처럼 돌아간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큰 감흥 없이 찍어내듯 연기를 하지 않았나 하는 슬럼프에 빠졌다. 돌파구를 찾기 위해 여행도 다녀보고, 생각을 비우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그 시점에 연극을 만난 거다. 처음 연기를 배운 고3 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무대에서 열연하는 선배님들을 보면서 그간 내 노력이 노력이 아니었구나, 반성했다. <택시 드리벌>은 정말 고마운 작품이다. 다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줬고, 앞으로 10년 동안 연기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되어줬다.
와, 이거 굉장히 준비한 멘트다. 수상 소감 같았다.
하하. 인정한다. 그렇지만 진심이다.
얼마 전 〈SNL 코리아〉에서 호스트를 해서 놀랐다. 생각보다 웃기던데?
다들 그렇게 생각했을 거다. 나에게서 착하고 동생 같은 이미지를 많이 떠올리겠지만, 잘 놀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생방송에 대한 긴장감이나, 망가지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진짜 재미있게 연기했다. 전에는 시상식 때 많은 이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도 힘들었는데, 엄청난 발전인 셈이다.
어떤 계기로 출연한 건가?
〈SNL 코리아〉 패널인 김민교 오빠와 연극에 함께 출연했다. 연습 기간까지 포함해 6개월 정도를 함께하다 보니 내가 생각보다 웃긴 애라는 걸 알아버린 거다. 하하. 그래서 언제 한번 꼭 나와보라고 해서 구두로 약속해놓은 상태였는데, 절묘한 타이밍에 딱 출연 제의를 받았다.
제일 좋아하는 에피소드는?
내가 친구 누나로 등장한 ‘3분 누나’. 대본도 재미있었고 촬영 전부터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억지로 웃기려고 하지 않고 대신 자연스레 재미있는 상황에 몸을 맡겼다.
최근에는 <스파크>라는 웹 드라마 촬영을 마쳤다. 관련 기사를 읽었는데 씩씩하고 명랑한 캐릭터 같더라.
늘 그렇듯이 가난하지만 밝은 태도로 열심히 사는 캐릭터다. 항상 비슷한 성향의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그렇지만 뭔가 다른 점이 있기에 출연을 결심한 것 아닌가?
대놓고 ‘로맨스 드라마’라는 점이 다르다. 사실 인물의 성격은 여태껏 보여준 것과 비슷해 별 어려움 없이 연기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가장 취약한 부분이 멜로다. 나름대로 잘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노력했는데 주변에서 ‘아직 부족하다’는 피드백이 있었다. 여전히 고민 중이다. 어떻게 해야 달달한 느낌을 잘 살릴 수 있을까?
혹시 평소 오글거리는 걸 못 견디는 성격인가?
굉장히 담백한 편이다. 로맨스는 달콤함이 생명인데, 그걸 자연스럽게 표현해내기엔 너무 털털한 성격이다.
상대역은 누구였나?
나종찬이라는 ‘애기’, 아니 신인 배우다. 하하. 나보다 나이가 많이 어려서 ‘애기’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극 중에서 오빠처럼 챙겨주기도 하고, 호흡이 잘 맞았다. 친구처럼 친하게 지내 연기하기도 참 편했다. 그래서 너무 친구처럼 보이진 않을까 걱정되기도 하고.
아직 어려 보이기 때문에 그렇게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어린 남자 배우와 커플 연기를 할 수 있는 거다. 소녀 같은 외모가 연기하는 데 제약을 주진 않나?
그게 늘 고민이다. ‘나이를 먹으면 저절로 해결되겠지’라고 막연하게만 생각했다. 스물여덟 살이 된 지금 와서 보니 노력 없이는 안 되는 문제더라. ‘학생’보다 ‘아가씨’처럼 보이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그래도 다행스럽게 대화를 해보면 나이가 느껴진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는 거다. 역시 세월은 속일 수 없다.
‘스웨덴 세탁소’와 앨범을 한 장 내기도 했고, <댄싱 위드 더 스타>를 통해 춤 실력도 보여줬다. 흥이 많은 여자인가 보다.
늘 에너지를 발산할 무언가를 찾고 있다. 노래도 잘하지 못하고, 춤도 좋아하는 정도이지만 대신 흥이 넘쳐난다. 어떤 일을 겪든 잘 이겨낼 수 있는 비결도 ‘흥’이다. 실력을 보강해 언젠가 뮤지컬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앞서 말했지만 ‘가난한 환경에서도 씩씩하고 명랑한 소녀’를 가장 많이, 잘 연기했다. 휴 그랜트가 로맨틱 코미디 속 철없는 남자 연기로 제왕이 되었듯 씩씩한 캔디 캐릭터로 장인이 되어볼 생각은 없나?
데뷔 이래 가장 많이 연기한 인물이 가난하지만 씩씩한 소녀다. 이제는 그런 캐릭터를 제안받아도 늘 해왔던 거라 편안하다. 그런데 〈SNL 코리아〉나 연극 무대를 봤다면 알겠지만 나에겐 그 외에 다른 모습도 많이 있다. 그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라면 고민 없이 선택할 것이다. 아직은 만나질 못해서 기다리는 중이고.
데뷔 연도가 2006년이었지?
처음부터 하고 싶은 일은 아니었다. 주변에서 연기해보라는 권유를 많이 받아서 고민했다. 일단 시작해서 딱 10년만 해보기로 했다. 그러고 나서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벌써 10년이 된 거다. 늘 고민하면서 보냈다. 이 길이 내 길이 아니라는 생각에 좌절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면 또 좋은 작품이 들어와 연기를 하게 됐다. 이제는 이런 고민조차 내 삶의 일부로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다 관둘까 싶을 때 결정적으로 마음이 돌아선 계기가 있었나?
최근에는 사람들 때문에 연기를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일을 그만두고 싶게 만드는 것도, 다시 하고 싶게 만드는 것도 ‘사람’이다. 주변에서 늘 나를 응원해주는 가족과 친구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조금만 더 힘을 내보자고 다짐한다. 든든한 지원군이 있으니 무서울 게 없다는 생각도 하고.
다시 한다면 훨씬 더 잘할 것 같은 작품이 있나?
<사랑만 할래>라는 드라마다. 그때 처음으로 미혼모 역할을 맡아서 많이 고민했다. 어린 나이에 아이를 키운다면 얼마나 힘들까? 생각하면서 엄마의 마음으로 접근했다. 그런데 극이 진행될수록 남자 주인공과의 로맨스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나는 계속 ‘엄마’를 고민하고 있었으니 균형이 잘 맞지 않았다. 지금 다시 그 역할을 맡을 수 있다면, 아이의 엄마와 사랑에 빠진 여자, 모두를 균형 있게 연기해보고 싶다.
서른 살이 된다는 게 천지가 개벽할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배우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나는 열여덟 살 때랑 똑같다. 중학교 때부터 이 모습 그대로였다. 그런데 나이를 먹을수록 사회에서 책임져야 할 일들이 많아지니까 부담이 생긴다. 외모의 변화보다 내가 나이에 맞게 상황을 책임지고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때문에 신경이 쓰인다. 이를테면 세금을 내는 건 나 혼자서 절대로 못하는 일이다. 작은 것부터 하나씩 혼자 해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은행 업무, 혼자 밥 먹기 같은 것들에 도전하고 있다.
올해가 반이나 지나갔다. 중간 결산을 해본다면?
올 초에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몰아쳤다. 너무 정신없이 지나가서 새해 계획을 세울 틈조차 없었다. 요즘 들어서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를 지나오면서 그동안 욕심 부린 것들을 많이 내려놓았다. ‘이건 꼭 가져야지’ ‘이건 꼭 이뤄야지’ 한 일들이 대부분 사라졌다. 조급하게 서두르면 오히려 많은 것들을 놓치게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차분하게 하루하루를 채워나가려고 한다.
그래도 아직 반이나 남았다. 2016년이 가기 전에 도전해보고 싶은 게 있나?
영화를 한 편 찍고 싶다. 얼마 전에 영화 <아가씨>를 봤는데 눈이 번쩍 뜨였다. 여성의 관점으로, 여성이 주가 되어 극을 진행한다는 것이 참 매력적이었다. 아, 지금 나는 15세 관람가 기준으로 이야기를 하는 거다. 너무 놀랄 거 없다. 하하.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