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권장하는 사회다. 푸드트럭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푸드트럭을 창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사람들에게 경전 같은 답을 구했다. 김치버스 류시형 대표가 답했다. 그는 김치버스 프로젝트로 세계를 돌다 커먼그라운드에 정착했다. 물론 그가 정답은 아니다. 다만 긍정적인 본은 될 거라 믿는다. 숨겨진 경전을 찾는 탐험가의 마음으로 물었다. 푸드트럭은 생각보다 막막했고, 보기보다 매력적이었다.
1. 얼마면 돼?
“소자본 창업이기에 많이 고려한다. 지금 한국에 허가 날 수 있는 차량은 보통 1톤에서 1.5톤 사이다. 그 차량을 사서 푸드트럭으로 개조하고 장사하기까지 드는 비용이 약 3천만~4천만원 정도다. 음료나 요리 등 종목에 따라 다르겠지만 중고로 사면 더 저렴하게 시작할 수도 있다.” 창업에 드는 비용이 적은 편이다. 더 알뜰하게 시작할 수도 있다. 비슷한 종목을 팔던 중고 푸드트럭을 구하면 비용은 더 줄어든다. 푸드트럭이 많이 생겨났기에 중고 매물도 눈에 띈다. 트럭을 개조하는 절차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푸드트럭으로 만들어주는 업체도 늘었다. 구조 변경에 관한 복잡한 절차는 업체가 해결해준다. 어떤 푸드트럭으로, 무엇을 팔지가 더 중요하다.
2. 제도에 웃고, 제도에 울고
“‘푸드트럭이 합법적으로 허가가 났다’는 말은 내부를 개조해 가스나 전기, 수도 시설을 합법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이제부터 중요하다. 그럼 어디서 파느냐, 하는 문제가 걸린다. 그냥 도로에선 도로교통법 위반이니까 안 되고, 사유지나 주차장도 안 된다. 영업 허가는 차가 아닌 장소에 나기 때문이다.” 합법화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조리할 수 있는 트럭으로 개조하는 선에서 제도는 멈췄다. 조리하고 판매할 수 있는 ‘도구’는 허용했는데, 그 도구를 쓸 수 있는 장소가 적다. 식품위생법상 영업 가능 지역이 협소한 까닭이다. 관광지, 체육 시설, 도시 공원, 하천 부지, 고속국도 졸음쉼터 정도다. 더구나 가능한 지역을 자유롭게 오가는 것도 안 된다. 지정된 장소에서만 팔아야 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포부 접고 폐업하는 푸드트럭도 많다. 장사의 기본인 ‘좋은 목’을 찾기 힘든 구조다. 이동성이 돋보이는 푸드트럭이 장사할 목을 못 찾는 건 아이러니다.
3. 축제는 나의 힘
“폐업 신고하고 불법이지만 노상에서 장사하는 분들도 많다. 노상 역시 힘든 건 마찬가지다. 고정 수입이 없어 많이 벌지 못한다. 그래서 여러 푸드트럭이 주로 축제라든지 지역 행사에 가려고 한다. 요새 전국적으로 축제가 엄청 많잖나. 기존 축제에서 파라솔 펼쳐놓고 영업하던 방식이 푸드트럭이 들어오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축제 다니는 푸드트럭끼리 커뮤니티도 형성했다. 서로 연계해 정보를 공유한다. 그런 커뮤니티에도 어느 정도 장벽이 있긴 하다.” 푸드트럭이 환영받는 환경을 공략하는 방식이다. 장소가 부족한 갈증도 해소할 수 있다. 축제이기에 비약적으로 유동 인구도 늘어난다. 목과 유동 인구의 단점을 모두 잡았달까. 현재 푸드트럭의 최대 활동 지역은 전국 축제인 셈이다. 단점도 있다. 축제가 매일 열릴까? 그 축제에 매번 참여할 수 있을까? 매일 고정적인 매출을 올리긴 힘들다. 안정적으로 수입을 계획하긴, 아직 불안 요소가 많다.
4. 푸드트럭의 매력
“왜 푸드트럭을 운영하고 싶은지 그 목적이 중요하다. 지금은 법적이나 환경적 요인으로 푸드트럭이 크게 성공하기는 힘든 구조다. 하지만 푸드트럭을 해보며 장사를 경험해보고 싶다거나 발판 삼아 최종적으로 점포를 열겠다는 장기적 목표가 있다면 달라진다. 큰 그림의 일부분으로 삼기에는 접근하기 편하고 실패했을 때 타격도 적은 편이다.” 푸드트럭의 장점은 결국 소자본 창업이다. 푸드트럭으로 실리콘밸리 회사처럼 몇백 배 성장하는 건 영화에서도 보기 힘드니까. 소자본이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소자본마저 버겁다면 임대하는 방법도 있다. 예전보다 푸드트럭이 늘어났기에 선택지도 늘었다. 여기서 ‘쉽다’는 말은 어렵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조금 더 용기 내기 수월하다, 정도로 이해할 만하다. 모든 일은 결국 용기 낼 때 시작된다. 생각만 하면 형체 없이 흩어진다. 그 생각을 조금 더 신속하게 형체로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은 꽤 매력적이다.
5. 품목을 좁혀라
“한계는 없지만, 종류는 제한적이다. 한 품목이라면 어떤 음식이든 할 수 있을 거 같다. 그 품목에 맞춘 조리 기구를 갖추면 되니까. 하지만 튀김도, 그릴 요리도 하고 싶다면 필요한 기구 때문에 공간 한계가 있다. 메뉴를 늘릴수록 재고 관리도 어렵다. 푸드트럭은 매일 고정적으로 계획하기 힘든 구조다. 갑자기 3백 명 대상 축제에 갈 수도 있으니 메뉴가 많으면 준비하기 힘들다.” 푸드트럭을 준비했다면 무엇을 팔아야 할지가 중요하다. 선택과 집중은 언제나 통한다. 특히 푸드트럭은 공간 한계가 명확하기에 다룰 품목을 잘 선택해야 한다. 게다가 여러 개 중에서 고르는 것보다 한두 개 중에 고르는 게 손님에겐 더 좋다. 푸드트럭이니까. 메뉴가 적으면 전문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물론 적기에 더 전문적으로 집중하겠지만.
6. 이야기는 핵심
“엄청 중요하다. 스토리는 곧 장점이자 개성이다. 푸드트럭에서 먹는 건 불편하다. 가격도 일반 가게와 비슷하다. 여러 면에서 푸드트럭에서 꼭 먹어야 할 이유가 필요하다. 그건 곧 스토리다. 우리가 푸드트럭을 하기 위해 스토리를 만든 건 아니지만, 외국에서 활동한 스토리가 도움이 됐다. 외국에서 비영리 프로젝트로 해온 김치버스 활동에서 착안해 메뉴도 개발했다. 국내 영리 프로젝트와 외국 비영리 프로젝트를 연계해 홍보할 수 있는 셈이다.” 김치버스는 세계를 돌아다녔다. 2011년부터 5년간 34개국이나 거쳤다. 그 과정에서 김치를 활용해 한식을 알렸다. 반응이 좋았다. SNS의 힘도 컸다. 인기의 방증, 책도 출간했다. 그 김치버스가 커먼그라운드에 정착했다. 그 자체만으로 찾아갈 이유로 충분했다. 김치버스는 이야기의 이상적인 예다. 이 정도는 아니라도 푸드트럭에는 저마다 사연을 담아야 한다. 누구는 배낭여행에서 맛본 반미(베트남식 샌드위치)에 빠져 반미 파는 푸드트럭을 냈다. 또 누군가는 여행하며 배운 남미 음식을 푸드트럭에서 팔기도 한다. 뭐든 내세워야 한다.
7. 소소한 즐거움
“우린 1만원 이상 구매하면 병따개를 하나씩 준다. 우리가 다녀온 나라를 디자인했다. 총 34개국 중 지금은 11개 나왔다. 병따개를 받으면 손님이 좋아한다. 원가로는 2백50원 정도인데도. 우리 프로젝트를 알리는 거다. 메뉴를 서울 동네 이름을 따서 지은 것도 같은 흐름이다. 커먼그라운드 김치버스는 서울 프로젝트인 셈이다. 마장동은 소고기 타코다. 우시장이 유명하니까. 돈암동은 ‘돈’이니까 돼지고기 타코. 이런 소소한 것도 중요하다.” 푸드트럭에게 전통적인 홍보 방식은 버겁다. 전통적일수록 돈이 많이 든다. 그럼에도 알려야 한다. SNS는 신이 내린 홍보장이다. 자기들만 올린다고 퍼질까? 입소문처럼 남들이 올리고 공유해야 퍼진다. 자발적인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그럴 만한 재미라면 가능하다. 재미를 주려면 소소한 부분까지 건드려야 한다. 음식 맛은 기본 중 기본이다. 그 외 모든 부분에서 개성을 세공해야 한다.
8. 그럼에도 사람
“사람이 중요하다. 혼자 하는 분들도 많지만, 제약이 많다. 3백65일 계속 일할 수 없잖나.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건 큰 문제다. 만약 더 큰 기회가 생겨도 여력이 없다. 한 5백 인분을 누가 주문해도 본인 혼자 할 수 없잖나. 새로운 사람과 갑자기 손발 맞추기도 힘들다.” 류시형 대표는 선후배와 함께 김치버스를 운영한다. 동업 개념이다. 그중 한 명은 김치버스 프로젝트 1, 2, 3 시즌을 함께했다. 외국 김치버스 프로젝트도 잘 알기에 운영할 때 수월하다. 푸드트럭을 타고 세상에 나서면 처음에는 외로울 수밖에 없다. 동료는 어쩌면 푸드트럭을 준비하기 전에 마련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9. 하나의 문화
“청년 장사꾼이라는 친구들이 용산 남영역 쪽에 열정도라고 거리를 조성했다. 그 친구들이 죽은 상권에 들어가 여러 가지 일을 벌였다. 한 달에 한 번씩 플리마켓 같은 행사도 열었다. 그때 푸드트럭이 여러 대 합류한다. 이런 식으로 아무것도 없는 상권을 매력적인 거리로 만들 수 있다. 푸드트럭이 새로운 상권을 만들 수 있는 셈이다.” 푸드트럭의 현 딜레마는 이동성이다. 그럼에도 푸드트럭의 장점 또한 이동성이다. 개성을 표현해 거리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을 수도 있다. 이동성과 독특함을 무기로 새로운 상권을 개척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요즘 소규모 거리 활동이 꿈틀거린다. 그 흐름에 맞춰 푸드트럭의 활동 반경도 넓어진다. 반쪽짜리 제도가 길을 막고 있지만, 그 안에서 활로는 찾게 마련이다. 그 단초는 문화 활동이다.
10. 새로운 가능성
“앞으로 (차량 자체 영업 허가가 생겨) 움직일 수 있으면 장점이 많다. 여행지나 섬, 도서 지역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주체적으로 할 수 있다. 기존 상권과 마찰이 생길 거라는 얘기도 많다. 하지만 푸드트럭 자체가 또 다른 명물이 되어 새로운 상권을 만들 수 있다. 소외된 상권도 살릴 수 있고.”
제도 변화를 낙관적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다. 하지만 단계 밟아 합리적으로 바뀔 건 분명하다. 그럴 때 푸드트럭은 또 다른 활동성이 생긴다. 푸드트럭이기에 할 수 있는 다양한 도전도 활발해진다. 그럴 수 있는 존재다. 그래야 정체성이 더 명확해진다. 확실한 건 없다. 그렇다고 완벽하게 갇힌 상태도 아니다. 푸드트럭은 아직 완성형이 없으니까. 미완성이기에 가능성은 열려 있다. 흘러가는 상황에서 먼저 정착지를 찾는 것은 결국 하는 사람 몫이다. 아직 신대륙은 발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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