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란 소리는, 그만큼 소울이 있단 얘기잖아.” 영화 <고고70> 中
평상시 인터뷰나 무대를 보면 역시 평범한 사람은 아니다. 혹은 비범한 척하려는 사람인가?
평범하지 않지. 그리고 그렇게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은 지 오래다.
사이코 같다는 말 들어봤나?
많이. 사이코 중에서도 사이코니까.
어떻게 살았기에.
그런데 내가 하는 행동이나 말, 그 모든 것이 나로서는 자연스럽다. 그런 데서 지적 아닌 지적을 많이 듣는 편이지. 어머니도 나한테 항상 미친 놈이라고 하신다.
곧 문샤이너스의 정규 앨범 1집이 발매된다. 듣기로는 2CD에 30곡이나 넣었다면서. 요즘 같은 상황에 이것도 좀 사이코 짓 아닌가.
원래 계획은 3CD였다. 하지만 문제가 너무 많아 일단 더블로 압축했다. 이런 시장 상황에서 왜 하필 CD, 그것도 더블이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이렇다. 록밴드는 앨범으로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밴드에게 앨범이란 작가의 책과 똑같은 가치를 가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쨌든 록밴드는 무조건 좋은 앨범을 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왔고, 그걸 어기기 싫다.
팔리는 건 둘째치고, 만드는 데도 돈 많이 들었겠다.
후, 많이 들지. 그런데 늘 하던 대로 싸게, 값싼 스튜디오에서 ‘퉁치는’ 식으로 음반을 만들면 발전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마스터링을 위해 독일과 미국에 한 장씩 보내놓은 상태다. 기왕 미친 짓 하는 거 금자탑을 세워보자, 이런 마음이지. 기왕 하는 거.
실패했을 때는 방 빼야 될지도 모르겠다.
뭐 어쩔 수 없지.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앨범을 ‘팔기’ 위해서 내는 건 아니니까. 한국에는 불후의 마스터피스 같은 게 없다는 점에 대해서 고민이 있었다. 그래서 작가주의적인 견지에서 앨범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나이구나.
아직 어른이 안 된 거지. 그런데 내 맘대로 한 후에 쪽박을 차건 뭘 하건 변명은 하고 싶지 않고, 또 그렇게 살고 싶다.
<고고70>에서 이런 대사도 했었다. “생각 많이 한다고 인생이 바뀌냐?”
좋아하는 대사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다만 록밴드는 이래야 한다고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물론이지. 록밴드에게는 가장 중요한 거다. 일단 무대 위에서는 패션이건 행위건 모든 것이 커다란 메시지가 될 수 있으니까. 그런 설정은 밴드의 성격을 좌지우지하고, 결론적으로 정체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퍼포먼스를 해볼까, 의상을 이렇게 바꿔볼까 하는 것들. 일단 밴드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싶은 거다. 문샤이너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그 의도가 성공한 것 같나?
아직 멀었다. 더 ‘기지’가 좋은 옷들로 차려입고. 날렵하고 단아하게 가야지.
“술에 취해 비틀거리네. 산산이 부서진 꿈을 안고 아무 생각 없이 달렸네. 초라한 자신을 잊으려.” 문샤이너스
신해철은 한 인터뷰에서 이미 10대에 자기 인생의 큰 그림을 그려놨다더라. 거기에 맞춰서 천천히 나아가고 있다고.
나는 뭐 되는 대로, 주섬주섬 살아서. 하하. 그런데 결국 나도 골자는 음악 하나니까. 굳이 계획까지는 필요 없었다.
처음 음악을 시작할 때 꼭 이뤄야겠다고 생각한 게 있나.
비틀스 음악을 들으면서 내 인생이 바뀌었다. 나도 그런 존재가 되고 싶었다. 하늘에서 반짝거리는, 그리고 누군가에게 전율을 줄 수 있는, 소년에게 꿈을 심어줄 수 있는… 록 음악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꼬맹이들이 ‘나도 저렇게 되고 싶어’라고 소리칠 수 있는 그런 것. 그게 록 음악의 진면목이고, 그래서 록은 결국 청춘의 것이 아닌가 싶다.
자기 확신이 강하다.
그럼. 돈 드는 것 아니니까. 하하. 낙천적인 성격이라 천만다행이다. 난 쉽게 자신을 망가뜨릴 수 있는 기질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낙관적인 에너지 덕분에 균형을 잡는 것 같다.
우울한 기분에 침몰하지는 않겠다.
그렇지. 거울 한 번 보면 금방 기분이 바뀐다.
자기 얼굴이 맘에 드나?
턱 부분이 좀 맘에 안 들긴 하는데, 전체적으로 ‘쓸만하다’ 싶은 생각은 들지. 하하.
여자들한테 인기 많지?
없는 편은 아닌데, 내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고. 별 소득은 없었다.
연애한 지 얼마나 됐나.
요즘은 좀 쉬고 있고. 마지막 연애는 한 3개월 됐나.
차이는 것보다 찰 스타일 같다.
대부분 내가 찬다. 아, 이런 얘기하면 안 되는데… 하하. 여자들이 나한테 많이 삐친다. 내가 굉장히 무심한 편인 것 같더라고. 여자들은 계속 불만이 쌓이고, 다투고, 그러다 보면 ‘에이 됐다, 가라 가’ 이렇게 해버리는 거지, 항상. 별 얘길 다 하네 참.
결혼은 생각해봤나.
굳이 결혼해야 할 이유를 아직 못 찾았다. 2세도 징그럽다. 어머니가 들으면 까무라치시겠지만, 근데 우리 집안도 그렇고, 내 주위를 봐도 그렇고, 결혼해서 좋은 사람들을 못 봤다. 혼자 재밌게 살면 안 되나?
록 음악을 시작한 것이 어떤 결핍 때문이라고 생각하나?
맞다. 거친 굉음만이 나를 어루만져주던 시기가 있었다. 뭐 집안 얘기를 굳이 하자면, 부모님이 이혼하고 나서 외할머니 밑에서 고등학교 때까지 자랐다. 청소년기까지는 그런 식으로 보냈지. 그러다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위로를 많이 받았다.
별것 아닌 것처럼 말한다.
사실은 트라우마가 있지. 하지만 이것들 자체가 날 이루고 있는 근간이기 때문에 부정하고 싶지는 않고. 안고 가야지, 잘 보듬어가면서.
그 결핍이란 건 외로움이었을까?
나 자신이 인정하려 들지 않았던 것 같은데, 외로웠을 것 같다, 그때의 내가. 외로워했었을 것 같다.
“물론 그게 펑크지. 아주 막장을 달리는. 멋있잖아.”
본인이 막 살고 있다고 생각하나?
전혀. 나름 체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체계 있게 사는 사람이 벌써 10년 전에 그렇게 훌륭한 펑크 사운드를 뽑아냈다?
지금도 펑크를 좋아하지만, 펑크 로커로서의 자아는 이미 상실한 지 오래다. 한때는 펑크 로커로 살고 싶었는데 그렇게 살려면 정말 티 없이 순수해서 아무 계산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아마 섹스 피스톨스 앨범 얘기를 하다가 나온 말 같은데 그 이후에 나온 펑크 무브먼트라든지, 이런 건 믿지 않게 됐다. 다 가짜라고 생각하기 시작한 거지. 펑크는 그 자체가 원래 카오스잖아. 그런데 펑크를 모티브로 해서 나온 주제에 ‘나도 펑크다’라고 말하는 건 언어도단 아닌가. 그리고 난 이제 로큰롤러라는 또 다른 타이틀이 있으니까.
남한테 피해 주지 않으려고 한다지만, 당신은 친구도 많고 적도 많을 타입 같은데.
나는 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날 싫어하는 사람들은 아마 꽤 되지 않을까.
왜?
예전 노브레인 활동할 때는 지금과는 또 다른 자아였기 때문에. 하하. 그때는 막장으로 가려는 혹은 그걸 흉내내려는 자아가 있었다. 나름대로 거침없이 얘기를 하던 시절이었고, 결국 그게 아직까지 누군가에게 상처가 됐을 것 같다. 그런데 뭐 내가 거짓말한 건 아니니까. 후회는 없다.
자신이 가진 재능에 비해서 과소평가 받는다고 생각하나?
그렇게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손실이라고 말이지. 하하. 일단 한국에는 문화를 삶의 한 부분으로 접할 만한 여유가 없고 그러다 보니까 진지하게 고민하고 토론하는 게 아니라 껍데기만 훑는 그런…. 그런데 나는 그게 싫으니까 ‘그래? 좆까’ 이런 마인드가 되는 거지.
얼마 전에 일어난 한 아이돌의 한국 비하 사건은 어떻게 봤나.
이 나라의 분위기를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 사람들이 좀 깨어 있었으면 좋겠다. 인간이면 좀 인간애가 있어야 하잖나. 그게 없다 보니 모든 악순환이 이뤄지는 것 같다. 그런데 일단 위에 계신 분들부터 비인간적인 처사로 일관하고 있으니 제대로 될 게 있겠나.
위에 있는 분이라면 그분?
그렇지.
혹시 당신에게도 멘토가 있나?
어, 그런 건… 없다. 어쩌다 이렇게 컸는지 모르겠는데, 그렇게 됐다. 날 믿지, 그냥.
롤모델은 없다 쳐도, 살면서 이것만은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 가치는 있겠지.
인간애, 휴머니즘. 내가 로큰롤을 하는 것도 다 인간애의 일환이다. 공연 자체가 가장 직접적이고도 순수한 소통이지. 난 그 소통의 힘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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