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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절정

복합적인 맛이 형태를 지닐 수 있을까? 이것은 아름다움에 관한 이야기.

UpdatedOn June 1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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돔 페리뇽은 그해에 재배된 최상의 포도로 만든다. 생산되는 포도 상태는 해마다 다르지만, 돔 페리뇽의 성격은 달라지지 않는다. 끊임없이 ‘재해석’된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돔 페리뇽 1998 빈티지’는 2005년에 출시됐다. ‘플레니튜드’는 ‘절정’이라는 뜻이다. 모든 돔 페리뇽은 최소 7년 이상 숙성 기간을 거친다. 이때 1차 절정, 즉 첫 번째 플레니튜드가 발생한다. 절정기를 거치며 돔 페리뇽은 완벽한 균형을 갖춘다. 젊은 에너지가 미각을 깨운다.

‘돔 페리뇽 P2 1998’은 두 번의 플레니튜드를 거쳤다. 돔 페리뇽 셰프 드 카브인 ‘리샤 지오프로이’는 16년 전, ‘돔 페리뇽 1998 빈티지’의 원형을 간직한 채, 더 진화한 돔 페리뇽을 선보이고 싶어 했다. 2차 절정기라는 놀라운 미래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최소 12년 이상 숙성해야 2차 절정기가 완성된다.

그렇게 ‘돔 페리뇽 P2 1998’이 태어났다. ‘P2’는 두 번의 ‘플레니튜드’를 뜻한다. ‘돔 페리뇽 P2 1998’은 웅장하다. 알다시피 돔 페리뇽은 ‘샴페인’이다. 하지만 P2에 이르러서는 빈티지 와인의 맥락에서 생각하는 게 더 정확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래 공들여 숙성시킨 와인처럼 복합적이고 깊다. 샴페인은 기포의 미학을 앞세우지만, 돔 페리뇽은 기포를 넘어, 숙성의 시간을 일깨운다. P2는 진화한 샴페인이다.
 

‘돔 페리뇽 P2 1998’ 상자는 어둡고, 절제된 느낌의 알루미늄으로 제작한다. 돔 페리뇽의 강렬한 에너지를 잠시 가두고 있는 것 같다. 4월 26일부터 3주간 돔 페리뇽 P2 팝업 스토어가 열렸다.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웨스트 앞에 네모난 검정 상자가 놓였다. 이 상자는 ‘돔 페리뇽 P2 1998’을 담고 있는 상자를 연상하게 한다. 안에서는 셰프 드 카브인 ‘리샤 지오프로이’가 등장하는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돔 페리뇽의 창조 정신, 플레니튜드에 대해 설명한다.

영상을 보며 ‘돔 페리뇽 P2 1998’을 마셨다. 입안을 감싸는 굉장한 ‘파워’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돔 페리뇽 P2 1998’ 광고 사진을 보면 파도치는 바다가 펼쳐진다. 그것이 입 속에서 실제 느껴진다고 하면 과장일 수는 있겠지만, 그러한 광고 사진 자체는 결코 과장이라고 할 수 없다. 역동성, 조화, 균형이 어우러지는, 드문 순간을 간직한 빈티지 와인이니까. 돔 페리뇽의 특징인 광물, 요오드, 스파이스 향, 진한 풍미는 어느 때보다 강하고 선명하다.

이러한 힘을 네모난 검정 상자 형태의 팝업 스토어가 온전히, 잠시 가두고 있다. 브랜드 정체성을 정확하게 구현한 상자다. 절제돼 있지만 강하고, 아름답다. 흔히 어떤 맛을 예술적이다, 라고 표현한다. 그것은 미각에 관한 이야기다. ‘돔 페리뇽 P2 1998’은 형태를 지녔다. 맛의 형태다. 보이지 않지만 상상할 수 있다. 파도치는 바다, 빛을 품은 깊은 어둠, 잘깍이는 차가운 바위 등과 같은 것들. 그런데 가만 보면 모두 이질적인 요소다. 이것들이 하나의 와인 안에서 구현된다.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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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보거나 읽을 멋진 것들.

1. 〈무위예찬〉 우순옥 | 국제갤러리 K1
무엇이 의미가 될까? 멍하니 서서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의미 있을까? 없다! 하지만 멍하니 서서 풍경을 바라보는 일이 드물어서, 그런 행위 자체가 의미를 갖기도 한다. 역설적인데…. 우순옥의 네 번째 개인전이 열린다. 경쟁하고, 결과를 바라보는 삶을 돌아보며, 잠시 멈추게 하는 전시다. 노자의 ‘무위(無爲)’를 해석하는 데서 출발한다. 메시지는 평범하다. 그런데 그것이 깊게 느껴진다. 작품도 일상적이다. 하지만 멍하니 서서 바라보면 특별하다. 작가가 숨겨놓은 것들이 있다.
‘시간의 그림’ 1983/2016, 캔버스 위에 유화, 실, 주름진 시간의 흔적, 142×121cm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2. 〈개와 늑대의 시간〉 김경욱 | 문학과지성사
늘 주목받던 김경욱은 새삼 최근 더 주목받는다. 예전엔 썰렁하게 느껴졌던 그의 문장이 요즘엔 심하게 웃기다. ‘부장님 개그’의 유행과 맥락을 같이 하는가? 하지만 새 책 <개와 늑대의 시간>은 비극적인 사건을 다룬 이야기다. 30년 전 하룻밤 새 동네 사람 쉰여섯 명을 총으로 쏴 죽인 ‘우순경 사건’이 모티브다. 김경욱은 당시 사망한 이들 중 몇 명을 구체적으로 조명한다. 물론 상상이다. 죽음은 존재를 지운다. 황급히 지워진 존재는 자신의 이야기가 기록되기를 기다리고 있었을까? 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일까?

3 〈종의 기원〉 정유정 | 은행나무
정유정의 새 소설이 출간됐다. 전작 <7년의 밤>과 <28>을 다시 읽어야 할 것 같다. 정유정은 신작에서도 ‘악’을 이야기한다. 이번엔 자신 안의 악이다. 주인공 유진은 가족 여행에서 아버지와 형을 잃는다. 정신과 의사인 이모는 유진에게 약을 처방해주기 시작한다. 이모와 엄마는 유진을 감시한다. 가끔 몰래 약을 먹지 않고 밤에 외출하는 것이 유진의 유일한 낙이다. 그런데 밤사이 엄마가 죽는다. 유진은 밤에 있었던 일이 기억나지 않는다. 악인은 어떻게 태어나는가? 인간의 본성은 악과 어떻게 만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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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ributing editor 이우성

2016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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