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한번도 우리를 실망시킨 적이 없는 여자다, 비욘세는. 돌이켜보면 처음부터 그래 왔다. 2003년 1집 ‘Crazy In Love’의 메가 히트를 시작으로 2집 ‘Irreplaceable’, 3집 ‘Single Lady’로 전 세계를 휘젓더니만 4집 ‘Run The World(Girls)’부터 ‘독립적이고 강인한 비욘세의 여성상’을 들려주었다. 편견과 차별이 가득한 세상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앨범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다. 2011년 이후 5년 만에 선보인 여섯 번째 앨범 〈Lemonade〉는 12곡의 신곡과 12편의 뮤직비디오로 구성된 ‘대작’이다. 뮤직비디오는 한 시간가량 각각의 스토리를 가진 12편이 이어진다. 켄드릭 라마, 위켄드, 잭 화이트 같은 아티스트가 참여했다는 사실보다 신곡 가사와 뮤직비디오에서 제이 지의 외도를 암시한다는 설 때문에 더욱 궁금했다.
실제로 앨범에 수록한 12곡 중 8곡이 연인의 외도를 다루고 있는데 가사 내용이 조금 섬뜩하다. ‘Hold Up’이라는 곡에는 ‘너의 비밀을 알아차렸어’ ‘질투가 나쁠까 미쳐가는 게 더 나쁠까’ 등 무서운 가사를 담았다. 그저 비욘세의 노래를 들었을 뿐인데 수척해진 제이 지의 얼굴이 보이는 신기한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차라리 대놓고 욕을 하면 듣는 이도, 제이 지도 속이 편했을까? 제이 지와 비욘세를 둘러싼 사사로운 호기심을 제외하고, 새 앨범은 비욘세답게 파격과 혁신으로 가득하다. 록과 포크 같은 장르를 가장 비욘세답게 소화해냈으며, 수록곡을 유기적으로 연결해놓아 기어이 처음부터 끝까지 듣게 만드는 힘이 있다. 앨범 타이틀 ‘Lemonade’는 제이 지의 할머니 ‘해티 화이트(Hattie White)가 90세 생일에 가족에게 해준 이야기에서 비롯됐다. “만약 삶이 당신에게 레몬을 준다면, 그걸 레모네이드로 만들라”는 내용이었다. 레몬처럼 시고 괴로운 일이 있다면 역이용해 기회로 바꾸라는 의미다. 비욘세도 여섯 번째 앨범으로 새콤달콤한 레모네이드를 만들었다. 모든 것이 비욘세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비욘세의 후예
리아나 〈Anti〉
제이 지가 바베이도스에서 찾아낸 보석, 리아나는 데뷔 때부터 ‘제2의 비욘세’라는 애칭이 따라다녔다. 개성 독특한 목소리와 화려한 패션, 당당한 태도와 기상은 비욘세에 견주어 밀리지 않는다. 2016년 새 앨범 〈Anti〉에서 리아나는 진보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니키 미나즈 〈Truffle Butter〉
2015년, 비욘세와 함께 콘서트를 한 니키 미나즈도 ‘비욘세 크루’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 무엇을 상상하건 그 이상의 신체 사이즈와 빠르게 꽂히는 래핑으로 독특한 캐릭터를 자랑한다. 최근 싱글 〈Truffle Butter〉에서는 릴 웨인, 드레이크와 함께했다.
리타 오라 〈Poison〉
이번엔 ‘제2의 리아나’라는 꼬리표를 달고 데뷔한 리타 오라를 소개한다. 그녀 역시 취향 좋은 제이 지가 선택했다. 리아나 못지않은 파격적 패션과 메이크업, 그리고 그웬 스테파니와 비욘세를 오가는 가창력을 갖췄다. 싱글 〈Poison〉에서 그녀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다.
이달의 신보
1. 〈싱 스트리트〉 OST
〈원스〉〈비긴 어게인〉의 존 카니 감독이 또 음악 영화를 들고 나타났다. 아일랜드 소년 밴드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의 ‘뮤즈’가 된 마룬5 애덤 리바인이 엔딩곡 ‘Go Now’를 불렀다. 1980년대 흥겨운 로큰롤이 느껴진다.
2. 그레고리 포터 〈Take Me To The Alley〉
제56회 그래미 어워드 최우수 재즈 앨범을 수상한 동시대 최고의 재즈 뮤지션 그레고리 포터. 다양한 변주를 들려준 전작과 달리 새 앨범에서는 재즈 그 자체에 충실한 묵직한 사운드가 일품이다.
3. 더 인비저블 〈Patience〉
런던에서 온 청년 밴드 더 인비저블(The Invisible)의 세 번째 앨범은 인생의 기쁨과 고마움을 새로운 비트로 담았다. 즐겁고 경쾌한 사운드의 ‘So Well’이 이번 앨범을 대표하는 곡이다. 밝고 따뜻한 런던 솔의 정수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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