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unday_유쾌하고 긍정적인 디자인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디자인 그룹’. 학교 친구 다섯이 만나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를 연 ‘선데이(5unday)’의 간단한 자기소개다. 그리고 이 자기소개는 다른 디자인 스튜디오와 선데이를 구분 짓는 중요한 지점이다. 청년들은 어느 일요일에 만나 갑자기 회사를 차렸다. 2011년 ‘도트(Dote)’라는 노트가 이들의 첫 작품이었다. 도트는 도네이션(Donation)과 노트(Note)의 합성어로, 선데이는 도트 한 권이 팔릴 때마다 노트를 기증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싶다는 이들의 생각은 이후 ‘길고양이를 위한 포스터’ 프로젝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작업실이 있던 동네에서 길고양이가 알게 모르게 주민의 핍박을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사람이 아닌, 길고양이를 위한 포스터를 그리고 싶었다.
고양이를 공생하는 생명체로서 대하자는 메시지를 친근한 일러스트로 표현했다.” 작년에는 서울시 환경 개선 컬러 컨설팅의 일환으로 우장초등학교의 벽화 그리기 프로젝트도 맡았다. 1층부터 5층까지 공간의 색을 바꾸는 그래피티를 구상하고 기획했다. 디자인 에이전시로 고객의 외주 작업을 해오면서도 선데이는 자신들의 브랜드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고심했다. 그 고민의 결과는 독립 출판사인 도그북스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가벼운 출판물이 목표이지만 아주 가끔 진지한 책도 만든다. <뻔한 말 모음집>은 ‘사랑해’ ‘시작이 반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등 뻔한 말들만 모아놓은 책이다.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와 함께 ‘포기하면 편하다’는 메시지를 넣었다는 <포기(Foggy)>는 선데이의 독립 출판 레이블 도그북스에서 선보인 두 번째 책. 여기에 최근, 재미난 프로젝트 하나를 추가했다. “우리끼리 보는 책을 만들다 보니 성에 안 차서 기왕이면 사람들이 많이 볼 수 있는 책을 만들어보자고 기획했다. 일하는 모든 사람이 근로기준법을 편하게 읽을 수 있었으면 했다.” 책꽂이에 꽂아두고 필요할 때 부담 없이 읽어보는 책으로 ‘근로기준법’을 선택했다고. 출판물을 만든 후엔 관련 전시회도 열었다.
근로기준법이 근로자에게 너무 높게 느껴진다는 것을 허들로 형상화한 작품, 근로계약서에 타이포그래피를 더해 근로자 편에서 재해석한 작품 등으로 전시를 구성해 호평받았다. 햇수로 5년째를 맞이한 선데이 멤버의 관심사는 더욱 다양해졌다. <두근두근>이라는 제목의 웹툰을 연재하기도 하고, ‘피처’라는 이름으로 오프라인 편집매장을 선보이기 위해 공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러스트와 그래픽 디자인을 기반으로 하는 그룹인 만큼 이야기를 구성하고 브랜드를 만들며 가지를 뻗어나가고자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자 좋아하고, 자신 있는 분야를 선택해서 해나가고 있다. 메인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한 사람을 주축으로 나머지 멤버가 아이디어를 보태고 돕는다. 개인 작업일지라도 다섯 명이 만드는 시너지를 무시할 수 없다.”
오디너리 피플_동시대적인 디자인
한눈에 보기에도 똘망똘망한 이 젊은이들은 시작부터 남달랐다. 대학 시절, 과제로만 끝나는 자신들의 작업물이 아쉬워서 학교 바깥으로 무작정 나섰다. 비영리단체를 대상으로 ‘포스터를 만들어드립니다’ 프로젝트를 활발히 펼쳤다.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닌, 동등한 눈높이에서 서로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보자는 것이 시초였다. 오디너리 피플은 강진, 서정민, 이재하, 안세용 그리고 지금은 영국에서 공부 중인 정인지가 홍익대 미대생 시절 결성한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다. 그것이 2006년의 일이니까, 벌써 10년 전 이야기다. 솜털 보송보송하던 청년들은 어느덧 30대에 접어들었다. ‘비범한 평범함’을 추구하는 이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디자인을 해왔다.
생각은 짧게, 실천은 재빠르게 하는 젊은이들에게 지난 10년은 하고 싶은 것을 재미있게 하며 보낸 모험의 시간이었다. 사실 많은 이들에게 회자된 iF 레드닷 어워드에서 2014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부문 수상도 큰 의미가 없다. 디자인계의 오스카라 불리는 권위 있는 상이지만, ‘그런 상 하나쯤은 타야 하지 않겠느냐’며 그래픽 디자이너를 무시하는 발언을 한 어떤 기획자의 도발에 ‘홧김에’ 출품해서 받은 상이라고. 세계적인 디자인 매거진
다양한 매체에서 활발한 작업물을 선보이던 이들이 또 무작정 일을 저질렀다. 셀프 브랜드 ‘삐뽀레(Peopole′t)’를 론칭한 것. ‘Life is unwritten’이란 주제로 사이가 빈 따옴표를 활용한 스카프, 내용이 없는 노트 등 다채로운 매체를 이용해 ‘쓰여 있지 않은 삶’을 다뤘다. “흔히 디자인 제품을 만든다고 하면 소재를 먼저 떠올리고 그 위에 그래픽 디자인을 입히는 방식을 택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래픽 디자이너의 관점으로 접근한다. 메시지가 담긴 좋은 그래픽 디자인이 우선이고, 매체는 그다음의 문제다.” 사람들이 그래픽 디자인이라는 것을 좀 더 소비할 수 있도록, 보기에 예쁘고 재미있어 사고 싶은 물건을 만들 계획이라고. 오디너리 피플 멤버 한 명 한 명의 능력을 특별하게 생각한다는 이들은 팀의 슬로건을 ‘태양으로 간다’로 정했다. 지금 없는 이상적인 곳을 목표로 정하고, 늘 새롭고 낯선 모험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더 좋은 디자이너가 됐으면 좋겠다. 그래픽 디자인 쪽에도 엄청난 ‘할배’들을 볼 수 있다. 참 멋있다. 지금 세상의 흐름과 관계없이 딴소리하는 ‘어르신’이 아니라 사회와 호흡하는 동시대적인 그래픽 디자이너가 되는 것. 그것이 오디너리 피플의 꿈이자 목표다.”
131 Watt_흐르는 강물 같은 디자인
굳이 첫인상으로 판단하자면, 131 와트(Watt)의 두 디자이너 서지애와 김진영은 세렝게티 초원을 뛰어다니는 야생 동물보다는 한가로운 공원에 뿌리 내린 초록 식물 쪽에 더 가깝다. 느리지만 천천히 산책하듯 그림을 그리고 디자인을 한다. 그래픽 디자인을 기반으로 흥미로운 소재의 독립 출판물을 선보인 이들은 작년부터 장충동 어느 주택가에 ‘노멀 에이’라는 간판을 달고 서점 겸 작업 공간을 열었다. ‘Book is answer’라는 슬로건이 131 와트와 노멀 에이를 이어주는 연결고리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동네에서 평화롭게 각자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독립 출판 서적, 참신한 주제와 시각이 돋보이는 잡지, 사진집과 그림책 등 노멀 에이에 진열된 책들은 대부분 131 와트의 작업과도 연관 있다.
서지애는
한강을 좋아하는 독립 출판물 제작자와 함께 한강 풍경을 담은 <한강보고> 역시 같은 맥락의 작업물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서울의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젝트 <24절기>도 서울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이들은 그림책 디자인을 맡다가 직접 엉뚱한 그림책을 만들기도 했다. 뜨거운 프라이팬에 구워야 서로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두부의 슬픈 사랑 이야기 <두부 연인>이나 한정적인 색을 사용해 그린 <컨트롤러 사용설명서>는 131 와트의 또 다른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작업이다. 책과 일상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메시지 프레임도 선보인다. 종이라는 2D 세계에서 벗어나 좀 더 입체적이고 만질 수 있는 디자인을 꿈꾼다는 이들은 언제나처럼 조용하게 참신한 결과물을 선보일 거다. 지금껏 그래 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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