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튜디오 콘크리트
스튜디오 콘크리트는 갤러리다. 커피도 마실 수 있지만 덤이다. 하지만 진짜 ‘덤’은 식물들이다. 특히 입구 앞의 작은 공간에 놓인 풀들. 그곳에 긴 의자가 있고, 뒤로 풀들이 심어져 있는데 겨울에 다 죽어버렸다. 누렇게 색이 바랬다. 그게 꽤 예쁘다.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스튜디오 안에도 죽은 화분이 있다. 그래서 전시 작품과 식물이 어떻게 어우러지는지 보는 재미와 함께 죽은 식물이 살아 있는 식물과 어떻게 어우러지는지 보는 재미가 있다. 물론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예쁘다. 식물은 죽어도 식물이구나. “날이 더 따뜻해지면 다시 살아날 수도 있대요.” 매니저 김지은 씨는 말한다. 그렇게 되면 또 그런대로 어우러지겠지. 살아 있는 것 같다, 콘크리트가.
위치 서울시 용산구 한남대로 162
2. 블뤼테
겨울이 되면 정원에 있던 화분을 안으로 들여놓는다. 블뤼테는 플라워 카페다. 안으로 들어가면 꽃, 화분으로 꽉꽉 차 있다. 테이블마다 사람들이 앉아도 식물이 훨씬 많다. 이 많은 식물들이 이웃처럼 살아갈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는 생각도 든다. 식물은 싸우지 않나 보다. 이곳에 갈 기회가 있다면 커피나무를 눈여겨보자. 원두가 매달려 있는 나무다. 기후 때문에 한국에선 자라기 힘들다. 그래서 블뤼테 직원이 항상 주의를 기울여서 키운다. 파파야 열매 나무도 있다. 블뤼테에 정말 파파야 열매가 열릴까? 따뜻한 날이 어서 와야겠다.
위치 서울시 마포구 와우산로 14길 12
3. 루프트
루프트는 세련된 카페다. 한국에 이런 데가 있어? 하는 생각이 들 만큼. 벽이 온통 하얗다. 차가운 느낌이 든다. 자세히 보면,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1m 정도 깊이의 작은 수영장에 몸을 담근 상황이 되어버린다. 물은 없지만, 물처럼 유려하게 흐르는, 몽환적인 음악이 흘러나온다. 그 가운데 세로로 길게 화분들이 있다. 녹색이 이질적이다. 수영장을 지나 계단을 올라가면 지상에 닿는 구조다. 거기에도 꽤 잎이 긴 화분이 놓여 있다. 마찬가지로 이질감이 느껴진다. 이렇게 차가운 녹색이라니! 그래서 선명하다. 사이다 한잔을 단숨에 들이켠 것처럼 아프게 시원하다.
위치 서울시 마포구 독막로 8길 16
4. 스튜디오 사막
이름은 ‘사막’이지만 내부는 식물이 가득하다. 스튜디오 사막은 공간을 디자인하는 회사다. 자신들의 사무실을 디자인할 때 ‘오피스 판타지’라는 단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그 판타지를 식물로 구현했다. 천장에 매달아 고정할 수 있는 박쥐란이 특히 인상적이다. 보통 식물은 아래에서 위로 자라지만, 박쥐란은 위에서 아래로 자란다. 사막의 한 직원은 말한다. “저희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는 스튜디오니까, 박쥐란이 저희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그렇네, 그렇구나. 사막은 의뢰받은 공간을 꾸미기 위해 자주 식물을 사러 간다. 갈 때마다 마음에 드는 화분을 점찍어둔다. 결국 그 화분은 사막으로 들어온다. 사막은 싱그럽다.
위치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55가길 49
5. 라 바
라 바는 천장이 식물로 덮여 있다. 가득하다. 보는 것만으로 몸에 활력이 솟는다. 이곳의 콘셉트는 ‘정글’이다. 벽에도 정글 그림이 그려져 있다. 낮에는 커피를 팔고, 밤에는 술을 판다. 그래서 ‘바’다. 커피는 아프리카 원두를 갈아 만들고, 술은 열대 과일 베이스의 칵테일과 크래프트 비어를 판다. 정글이 콘셉트니까. 바 안쪽은 벽을 붉은색으로 칠했다. 진열된 맥주병도 색이 화려하다. 원시주의 미술 작품처럼 선명한 색들! 그런데 이곳에 오는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이 한 가지 있다. 화분 서너 개를 제외하고는 전부 조화다. 그래서 사시사철 그렇게 푸르를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속은 기분이 들지 않는다. 푸름은 그 자체로 축복이니까.
위치 서울시 종로구 효자로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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