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 김현태
누구를 위해 티켓을 사는가?
지난 11월 25일 토요일 오후 12시 30분경, 도로는 온통 꽉 막혀 있었다. 습관적으로 라디오를 틀었는데 마침 KBS 2 FM <김구라의 가요광장>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평소 즐겨 듣는 프로그램이 아니어서 채널을 다른 데로 돌리려는 내 손을 멈추게 만든 건 초대 손님인 기상캐스터 박시준이었다. 그녀가 전하는 날씨 소식 덕분에 즐거운 하루를 시작하던 터라, 열심히 방송을 경청하고 있었다. 그런데 방송이 끝날 무렵 오간 그 둘의 대화 내용은 날 격분케 하기에 충분했다. 내용은 이랬다. 이번 연말에 가장 보고 싶은 공연이 무엇이냐는 김구라의 질문에 박시준은 이승철의 콘서트라고 답했고, 김구라는 그렇다면 자기가 공짜표를 구해주겠다는 공언을 한 것이다. 물론 박시준의 환심을 사기 위한 멘트였겠지만 - 실제 그녀가 무지 좋아하긴 했다 - 바로 며칠 전 1인당 9만9천원짜리 이승철의 콘서트 티켓을 두 장 사버린 나로선 복장 터질 노릇이었다. 얼마나 공짜표가 많으면 전 국민이 듣는 공중파 방송에서 이런 내용이 흘러나올까? 대화의 내용을 추측하건대, 박시준은 이승철과 일면식도 없는 사이다. 물론 김구라라는 중간 단계를 거쳤지만, 그렇게 따져보면 누구나 전화 몇 통이면 연줄을 동원해 공짜표를 얻을 수 있다는 것 아닌가. 6단계만 넘어가면 모든 인간관계가 거미줄처럼 이어져 있다는 ‘캐빈 베이컨의 게임’도 있지 않은가? 다른 건 몰라도 내가 다른 사람이 즐기는 비용을 대신 내고 있는 건 참을 수 없었다. 만약 태클 걸기 좋아하는 누군가가 내게 “그럼, 그거 안 사면 되잖아?”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이승철의 감미로운 목소리를 크리스마스 때 듣고 싶어 하는 나의 여자친구와 고작 이 문제 때문에 헤어질 수는 없잖은가?
해마다 연말이면 인기 가수들의 공연이 난립한다. 문제는 모두 최고가 7만~10만원에 이르는 고급 공연 일색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전용 공연장이 드물다. ‘멜론 악스’ 같은 전용관이 있지만 소위 잘나가는 가수들은 대부분 체육관이나 대강당에서 공연을 갖는다. 하지만 체육관이나 대강당의 원래 목적은 공연이 아니기 때문에 음향효과가 완벽하지 못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제대로 방음이 되지 않는 체육관은 소리가 울려서 뒤에 앉은 관객들은 가수의 노래를 잘 듣지 못한다. 그런데도 가수들이 체육관이나 강당을 선호하는 이유는 대규모 관객 수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이승철의 크리스마스 공연이 열리는 잠실 실내체육관을 관리하는 ‘서울 체육시설 관리 사업소’가 밝히는 공연 관람 가능한 최대 인원은 7천~8천 명이라고 한다. 대규모 공연장으로 유명한 이화여대 대강당의 경우는 2천9백여 석, 연세대의 1백주년 기념관 같은 경우엔 1천 석에 육박하는 규모를 자랑한다.
가수의 대형 콘서트엔 많은 전문가의 노하우가 집약되어 있다. 당연히 자금이 많이 들 수밖에 없고, 가수들과 기획사들도 이윤을 남겨야 하기 때문에 티켓 가격은 그 모든 걸 포함해야 한다. 그렇지만 음악 관련 종사자들도 인정하듯이 우리나라에는 공짜표가 너무 많다. 이건 국내 가수들뿐 아니라 국내에선 인지도가 높지 않은 해외 유명 가수들의 내한 콘서트에도 적용된다. 실제 얼마 전 있었던 힙합의 황제 제이지의 공연을 공짜로 다녀왔다는 사람을 수없이 봤다. 도대체 왜 그럴까? 가장 큰 이유는 공연 기획사 측이 무리하게 큰 공연장에서의 콘서트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공연의 성패가 한눈에 보이는 건 관객의 머릿수고, 결국 그 넓은 공연장을 다 채울 자신이 없는 기획사 측에서는 공짜표를 남발하는 것이다. 공짜표는 다시 부메랑이 되어 음악계의 발목을 잡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식이다. 초대권은 꼭 필요한 몇 명과 정말 감사하고 싶은 지인들에게만 나눠주면 어떨까? 차라리 소극장 형태의 공연이라면 좀 더 가까운 거리에서 관객과의 교감을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지난달 있었던 빅마마와의 인터뷰에서도 멤버들이 적극 지지하는 건 바로 소극장 형태의 공연이었다. 그녀들도 자신들의 공연을 공짜로 보는 얌체들을 생각하면 힘이 빠진다고 했다.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자신들이 좋아하는 가수들의 공연을 즐기는 문화가 아직 우리에겐 요원한 것이 아쉽다.
평소 공연장에 코빼기도 비치지 않던 사람들도 크리스마스엔 한 번쯤 콘서트장을 기웃거리는 이른바 대박 성수기다. 수요 대비 가격 상승은 경제의 기본 원리. 그렇다 치더라도 연말 콘서트 티켓 가격은 해도 너무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대형 콘서트가 많이 열리는 잠실 실내체육관의 평일 하루 대관료는 1백만~1백30만원. 난방비 등 시설 사용료는 별도다. 또 유료 공연인 경우 총 티켓 가격의 8~10%를 추가로 받는다고, 서울 체육시설관리사업소에선 밝히고 있다. 이화여대의 대강당 같은 경우 상업적인 유료 공연에 한해 기부금 형식의 돈을 받는다고 밝히고 있지만 확실한 금액은 밝히지 않고 있다. 물론 이것도 시장 가격이 있기 때문에 그리 큰 격차를 보이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그렇다면 아무리 크리스마스 시즌이 성수기라 하더라도, 하루에 5백만원을 넘지 않는 셈이다. 물론 대형 무대인 만큼 무대 설치와 음향 등의 비용이 추가로 많이 들긴 하지만, 과연 모든 장비 하나하나까지 싸들고 오는 해외 유명 스타들의 무대만큼 그들의 무대가 화려한지 되묻고 싶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획사에 따르면 음향비와 조명비는 1천5백여 석 공연장 기준으로 각 5백여만원이라고 한다. 음향 오퍼레이터와 조명 오퍼레이터의 비용을 포함해서 말이다. 물론 업체마다 기준 가격이 다르고, 대형 공연일 경우 무대 설치비가 추가될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티켓 가격을 올리는 결정적인 이유로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 이승철 콘서트의 경우 20억의 무대장치와 음향 시설이 소요됐다고 신문기사에 나왔지만, 액면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 대개 무대장치와 음향시설은 대관하는 것이지 구입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이것들 한번 쓰고 버리는 소모품이 아닌 말 그대로 두고두고 이용할 수 있는 자산이다. <아레나>의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던 영국의 팝스타 로비 윌리엄스의 공연 최고가는 약 9만원(50파운드)이다. 런던의 살인적인 물가가 서울의 그것보다 높으면 높았지 결코 낮지 않으며, 로비 윌리엄스가 영국의 팝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이번 연말에 앞다퉈 콘서트를 열고 있는 국내 가수들의 위상과 비교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발라드 그룹 ‘나무 자전거’의 공연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만원의 행복이라는 주제답게 4회 공연 모두 단돈 1만원이면 즐길 수 있다. 나무 자전거는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다다익선’이란 말을 했다. 1만원이란 티켓으론 거의 남지 않기 때문에 많은 관객이 들어차야 그나마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공연을 하게 될 장소는 연세대학교 1백주년 기념관. ‘만원의 행복’공연 기획사에 따르면 약 9백4석이 만석이며, 장소 대여료는 3일 동안 약 9백만원이라고 한다. 물론 거의 이윤을 바라지 않는 공연이지만, 어느 정도가 공연의 마지노선인지 짐작할 수 있는 사례다.
수백만 장씩 팔리던 음반은 이제 수만 장 팔기도 버거운 시대가 됐다. 불과 10여 년 만에 일어난 현상이다. 또 그때나 지금이나 비주얼만 강조한 이른바 비디오형 가수들은 여전히 입만 뻥긋거리고 있다. 대중음악에 한해선 문화 콘텐츠로서 큰 발전을 이루지 못한 셈이다. 이제 자랑스러운 대중문화의 기수는 한국 영화이며, 음악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과연 음악 파일의 무료 다운로드가 가장 큰 이유일까? 얼마 전 자우림의 리드보컬 김윤아가 ‘한국 음악은 망한다’고 말한 데 대해 이승철은 한 인터뷰에서 좋은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하는데, 음악을 노출할 수 있는 방법이 적어 다양한 노출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음악을 널리 알리는 데 콘서트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 물론 최저가 3만원대부터 - 가수의 얼굴은 저 멀리 점처럼 보이는 자리의 가격이다 - 시작하는 티켓 가격이 적합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적정 가격이라는 게 존재하게 마련이다. 공연마다 제각각 투자 비용이 다를 수밖에 없겠지만, 영원토록 관객들이 비합리적인 티켓 가격에도 고마워하며 노래 잘 부른다고 감동만 하고 있을 것이라고 착각한다면, 이제 그만 꿈 깨시길 바랄 뿐이다.
Words 김현태(<아레나> 피처팀 에디터)
누구를 위해 티켓을 파는가?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도 모르게 정신없이 살던 나에게 어느새 연말이 왔음을 새삼 깨닫게 만드는 것은 바로 평소에 연락도 뜸하던 친구들과 선배들에게서 걸려오는 티켓 청탁 전화다. 어느 사연 하나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하나같이 애절하다. 제아무리 음악 시장이 붕괴되고, 대중음악 공연 시장이 침체기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연말에는 콘서트만한 이벤트는 없는 것 같다. 언제나 그렇듯 공짜표 구해달라는 궁색한 부탁도 여전하지만 올해는 왠지 공짜표가 아니라 매진된 표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구해달라는, 그나마 염치 있고 당당한 청탁이 많았다.
그렇다면 초대권이란 이렇듯 공연 관계자를 알고 있는 사람들만의 얄미운 특권이자 전화 한 통에 쉽게 오가는 가벼운 존재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사실, 초대권은 공연 기획자에게도 해결할 수 없는 영원한 ‘뜨거운 감자’다. 만약 초대권을 쉽게 여기는 공연 기획사가 있다면 그것은 100% 경험 없는 초짜 기획사다. 노련한 공연 기획사일수록 초대권에 철저하다. 심지어 출연 가수와 계약을 하면서 개런티를 확정한 다음 단계가 바로 가수에게 제공할 초대권 수량을 정하는 일이다. 매진이 예상되는 공연일수록 당연히 초대권 요구가 많아질 테고, 초대권을 남발하다 보면 판매할 수 있는 좌석은 줄어들기 때문에 초대권의 수량은 수익 구조와도 직결된다. 박시준에게 그렇게 자신 있게 장담한 김구라도(그가 상식 이하의 사람이 아니라면) 실제로 초대권을 구하려면 관계자들에게 어렵고 아쉬운 목소리로 부탁할 게 틀림없다.
공식적으로 ‘초대권의 존재’는 공연 기획사 직원들의 사교를 위해 탄생한 것이 아니다.
우선, 초대권은 현금처럼 쓰이기도 한다. 현금으로 지출되는 마케팅 비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대안이 바로 초대권이다. 신문광고나 기타 옥외광고에 할애되는 현금 지출을 초대권으로 대치함으로써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기도 한다. 또 라디오 프로그램이나 각 인터넷 사이트 제휴사와 함께 진행하는 무료 초대 이벤트를 통해 공연을 알리고 있다. 두 번째는 공연 기획사의 영업용 선물이며, 공연을 성사시킬 수 있도록 도와준 분들을 위한 감사 사례다. 지금까지 도와준, 그리고 앞으로 도와줄 협찬 기업들과 공연을 홍보해준 기자들, 그리고 공연의 제작, 마케팅 등을 위해 도와준 분들…. 한 번의 공연뿐 아니라 앞으로 공연 기획사가 회사를 운영 하기 위해 필요한 관계들을 위한 최소한의 예의인 것이다. 그러니 이렇게 공적인 이유만으로도 초대권의 용도는 얼마나 다양한가! 그래서 보통 평균적으로 한 공연의 초대권은 전체 좌석의 10%로 잡으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숫자를 유지하기가 쉽지는 않다. 공연 기획사 사무실 직원이라 할지라도 본인의 여자친구를 위한 초대권을 부탁하기 위해 티켓 담당자의 눈치를 보면서 하소연하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이 초대권에 대한 미묘한 갈등을 줄여보고자 20~40%의 ‘직원 할인가’ 제도를 만드는 기획사도 많다.
사실, 초대권 손님은 공연장에서도 반갑지가 않다. 초대권 손님은 꼭 티를 내기 때문이다. 제값을 치르고 온 관객들은 땀 흘리며 신나는 공연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반면, 이런 관객들의 반응까지 팔짱끼고 무심하게 바라보는 초대권 손님. 하지만 가끔은 그런 그들도 고마울 때가 있다. 연말 그리고 몇몇 대형 가수들의 공연에만 ‘매진’이라는 단어가 붙을 뿐 평소의 공연장은 한산하기만 하다. 이때 위안이 되는 것이 바로 초대권 손님이다. 어차피 티켓 판매가 저조하다고 공연을 취소할 수는 없는 일. 썰렁한 공연장의 우울한 분위기는 무대 위의 가수를 비롯한 출연진뿐 아니라 제값을 내고 온 유료 관객에게도 참 민망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 동원된 초대권 손님들의 북적거림이 유료 관객 손님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공연 기획자의 입장에선 그나마 성공적인 행사를 위한 복안인 셈이다. 또 영화보다 벽이 높은 공연에 있어서 체험을 통한 장기적인 고객 확대의 역할도 있으니 장기적인 투자라고 볼 수도 있다.
얼마 전 대형 오페라 등이 마케팅적인 이유로 터무니없는 고가의 티켓 가격을 책정한 사례를 제외한다면 우리나라의 공연 티켓 가격은 어느 정도 합리적이다. 최근 인터넷에는 에릭 클랩튼 내한공연의 티켓 가격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국내 공연보다 한두 달 전에 이루어지는 일본 공연의 티켓은 9만원, 7만원인데 우리나라의 티켓 가격은 최고 18만원, 16만원에 이어 가장 낮은 C석의 가격이 6만원으로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티켓 가격만으로 비교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일본에서 에릭 클랩튼은 동경을 시작으로 일본 전역을 돌며 19회의 공연을 갖고 매진을 시키는 반면, 한국에서는 단지 1회 공연이고 그 1회 공연마저 매진은커녕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을지나 모르겠다. 일본처럼 장기 공연을 하면 뮤지션 개런티와 제작비를 낮출 수 있고, 따라서 티켓 가격도 떨어진다. 그리고 에릭 클랩튼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몰리는 음악팬을 가진 일본과 달리 국내에서는 전체 예산의 20%가량을 마케팅 비용으로 쓰고, 에릭 클랩튼을 볼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임을 외쳐야 겨우 관객들을 움직일 수 있다. 최근의 메탈리카 내한 공연, 펜타포트락페스티벌은 발버둥쳐봤지만 수억원의 적자를 남긴 채 공연 기획사의 꿈마저 앗아가버렸다.
이승철의 공연에 20억원이 들었다는 건 그들이 대여한 시스템의 가격까지 합산해 부풀린 홍보를 위한 허수다. 이는 티켓 가격에 관객 수만 곱하면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연말 한 번의 공연을 위해 모든 연출과 시스템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공연 다음 날이 되면 사라진다. 공연이란 다른 장르와는 달리 1회성 예술이다. 연출자는 한 번의 공연을 위해 밤새도록 연출안을 짜고, 가수는 밴드와 함께 몇 달을 연습한다. 마찬가지로 무대 디자이너, 무대 소품, 영상, 조명 디자이너, 마케팅 담당 등은 단 하루의 공연을 위해 전력투구한다. 그리고 이 하루의 잔치를 위해 많은 제작비가 소요된다. 하지만 공연 다음 날 모든 것은 꿈처럼 사라진다. 이런 아쉬운 얘기를 하지 않으려면 방법은 단 하나. 공연을 재생산해야 한다. 만약 로비 윌리엄스나 에릭 클랩튼처럼 한번 만든 공연 큐시트대로 연습한 모든 연주자들과 댄서들, 그리고 한번 만든 무대 세트나 시스템을 가지고 몇 달 동안 전 세계를 돌면서 공연을 할 수 있다면, 혹은 국내에서라도 서울을 시작으로 수원, 인천, 대구, 대전, 전주, 부산 정도만이라도 투어를 돌 수 있다면 제작비나 티켓 가격은 충분히 낮아질 수 있다. 그러나 음악 시장과 공연 시장이 침체하면서 ‘전국 투어’라는 말은 상상플러스 ‘올드앤뉴’에서나 나올 법한 단어가 되었다.
가수들의 출연료도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심화되어 최근에는 수익이 나면 분배하고, 수익이 나지 않으면 적자까지 떠안으며 공연하는 형식이 일반화되어가는 추세다. 그럼에도 A급 가수들의 몸값은 떨어질 줄 모르고 있다. 더구나 그들은 자신에게 맞는 화려한 무대 연출과, A급 연주자와 출연진을 요구하기에 모든 시련은 고스란히 A급 가수를 섭외한 공연 기획사의 몫이다.
한 공연의 성패에 따라 공연 기획사의 수익을 계산할 수 있지만, 두세 달에 한두 번 공연을 할까 말까 한 공연 기획사는 그 수익으로 또 몇 달을 운영해야 한다. 물론 수익이 발생하면 말이다. 따라서 국내 공연 기획사들의 수명은 겨우 몇 년에 불과하며, 국내에 5년 이상 살아남은 공연 기획사는 몇 개에 불과하다. 가수들에게 공연은 프로모션이겠지만, 공연을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잔혹한 비즈니스다.
혹시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시내 길거리에 붙어 있는 공연 포스터를 유심히 살펴보자. 외국처럼 아티스트의 이름만으로 충분한 포스터가 아니라 각종 콘셉트가 난무하는 제목과 카피 그리고 이미지들로 지나치는 사람들에게 구걸하고 있는 듯한 포스터들…. 오직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이제 콘서트는 연말의 연례 행사가 되었다. 단지 연말 이벤트가 아닌, 음악 공연에 대한 소비자의 꾸준한 관심만이 적정한 티켓 가격의 형성, 수준 높은 공연 문화, 안정된 공연업계를 만들어가는 큰 바탕이 될 것이다.
Words 김홍기
김홍기는 공연 기획사 ‘좋은콘서트’에서 2000년부터 2004년까지 기획 및 홍보 마케팅을 담당했다. 현재 메이저급인 서울음반에서 홍보와 마케팅 업무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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