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cci
구찌의 2016 S/S 시즌은 남녀 컬렉션 모두 ‘맹목적인 사랑’을 타이틀로 로맨틱한 무드가 넘치는 피스들로 가득 채웠다. 그중에서도 이 옷은 가장 노골적이다. 경쾌한 깅엄 체크 위로 시즌 타이틀 ‘Laveugle par Amour’가 애교 넘치는 서체로 자리하고 붉게 달아오른 두 마리 벌이 핑크색 꽃을 둘러싸고 있다. 벌이 꽃을 찾듯 맹목적인 이끌림을 직설적이고 더없이 화려하게 담은 이 옷은 풋사랑의 러브 레터 같다.
Andrea Pompilio
안드레아 폼필리오는 신파 드라마 속 여주인공의 대사 같은 ‘유치뽕짝’ 슬로건을 컬렉션 구석구석 심었다. 라이더 재킷, 저지, 셔츠, 이너까지 컬렉션의 핵심적인 아이템들 위로 ‘Love Me Forever or Never’라는 단호한 멘트를 새겼다. 검은색 메시 소재 슬리브리스 한가운데 수놓은 구불거리는 귀여운 레터링은 붉은색을 사용해 더 절절하게 와 닿는다. 남자 옷치곤 부담스러운 감이 있지만 또 은근 사랑스럽다.
Saint Laurent
범상치 않은 카디건이다. 파랗고 빨갛고 또 각양각색의 패턴들은 얼마나 요사스러운지…. 칸칸으로 나뉜 카디건을 찬찬히 살펴보면 알록달록한 새를 시작으로 형광색 호피 무늬, 야자수 그리고 마지막 칸에는 몇 마리의 공룡들이 줄지어 버티고 있다. 마치 어린아이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한꺼번에 슥슥 그린 듯하다. 이번 시즌 생 로랑은 1990년대를 대표하는 가장 자유로운 영혼의 뮤지션 커트 코베인을 런웨이 위로 부활시켰다. 그리고 이 현란한 카디건은 공식 없는 그런지 룩을 즐겨 입었던 그의 분방한 스타일의 재현이다.
Prada
분명 보터넥 감색 스웨터는 별다른 것 없이 얌전하다. 그런데 그 위를 과거 픽셀 게임을 연상시키는 수많은 레이싱카 패턴이 맹렬하게 질주하고 있다면? 2016 S/S 시즌 프라다의 핵심은 1980년대다. 다양한 시도가 쏟아졌던 혼란스러운 시대를 프라다만의 정교한 해석으로 정돈했다. 다양한 옷들이 등장했는데 확실히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토끼와 레이싱카 그리고 로켓까지, 다 자란 우리네 마음 한편에 남은 동심을 자극하는 픽셀 패턴들이었다.
Junya Watanabe
패치워크를 배제하고 준야 와타나베를 논할 수 없다. 워크웨어를 기반으로 매 시즌 빈틈없이 단단한 남성복을 선보여온 그가 이번 컬렉션에서도 어김없이 패치워크를 등장시켰다. 특정 짓지 않은 ‘멀고 먼’ 어딘가를 테마로 다양한 패턴과 도형을 활용한 이국적인 패치워크는 이전 시즌의 것에 비해 유독 화려하다. 색감은 원색적이고 면적은 더 과감하고 다양한 모양을 그리고 있다. 마치 색종이를 정성껏 오려 붙인 콜라주를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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