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바 전성시대
2000년대 초반 시작된 청담동 고급 와인 바 문화는 2000년대 중반에 이르러 절정을 이뤘다. 강남 곳곳에서 소믈리에와 VIP 대상으로 고급 와인 테이스팅이 열렸고, 외국 와인메이커가 방한해 갈라 디너를 개최했다. 학동와인하우스, 세브도르 같은 와인 전문점에도 매일 밤 애호가들이 모여 와인을 마셨다. ‘위대한 개츠비’ 속 파티가 연상되는, 그야말로 와인 전성시대였다.
막걸리의 귀환
2008년 경기 침체와 함께 와인과는 가격도 분위기도 정반대인 막걸리의 시대가 왔다. 전직 신문 기자였던 이여영 대표가 홍대에 낸 주막 스타일 ‘월향’이 히트하며 여기저기서 막걸리 붐이 일었다. 배상면주가, 국순당 같은 국산 주류
이름 있는 셰프들
이름 없이 주방에 숨어 요리하던 셰프들이 자기 이름을 걸고 홀에 나와 인사하기 시작했다. 사람들도 셰프 이름을 보고 식당을 고르게 됐다. 청담동에서 가장 맛있는 이탈리아 음식을 만든다고 소문난 ‘뚜또베네’의 박찬일 셰프나 서래마을 프렌치 레스토랑 ‘라 싸브어’의 진경수 셰프 같은 요리사들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도 2000년대 후반부터다.
미식 파워 블로거
셰프들의 성장과 함께 미식 파워 블로거들의 활동 반경도 넓어졌다. 그들은 식당을 방문해 음식 사진과 메뉴 설명과 평을 곁들인 포스팅을 전문적으로 올리며 영향력을 키워나갔다. 일부 블로거들이 증폭한 권력을 이용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일반인이 온라인을 통해 레스토랑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통로가 되어줬다는 점은 순기능이다.
맥주의 반란
<이코노미스트> 기자였던 대니얼 튜더가 “한국 맥주는 북한 대동강 맥주보다 맛없다”고 한 발언이 맥주 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자존심 강한 한국의 맥주 애호가들은 경리단을 성지로 지정하고 맥파이, 크래프트웍스 탭하우스, 라일리스 탭하우스 같은 1세대 크래프트 맥주 펍을 통해 맛있는 국산 맥주를 선보였다(진작 그럴 것이지). ‘물 한 방울 섞지 않았다’는 광고 문구로 국내 애주가들을 충격에 빠뜨린 클라우드도 수혜자다. 맛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2014년 첫해 매출 4백40억원을 기록하는 쾌거를 누렸다.
모던 한식 신호탄
양식에 비해 손이 많이 가는 게 한식이다. 같은 한 접시라도 반찬 때문에 인건비와 조리 시간이 더 들지만 그동안 맛과 가치에 비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게 사실이다. 뉴욕 트라이베카에서 미슐랭 별 2개를 받은 임정식 셰프를 필두로 모던 한식은 가장 핫한 음식 카테고리가 됐다. 밍글스의 강민구 셰프, 권숙수의 권우중 셰프, 이십사절기 토니 유 셰프의 음식을 맛보면 외국인이 더 감탄한다.
위스키 바
와인 바와 고급 식당이 주춤해진 조용한 청담동 거리가 요즘 다시 부활하는 중이다. 압구정 로데오클럽 뒤쪽에 한두 블록을 거쳐 촘촘히 밀집한 위스키 & 칵테일 바 덕분이다. 김용주 대표의 ‘앨리스’, 임재진 대표의 ‘르 챔버’와 ‘스틸’, 최규삼 바텐더의 ‘루팡’이 고급스럽고 개성 있는 분위기로 30~40대 젊은 층을 공략하고 있다.
RTD 공세
한국에서 ‘저급한 술’의 오명을 썼던 RTD(Ready to Drink) 술이 최근 급부상했다. 술에 탄산이나 과즙을 타서 달콤하고 도수가 낮아 주량 약한 여성들에게 반응이 좋다. 롯데주류 ‘순하리 처음처럼’이 열풍의 주역이지만 진로에서 만드는 ‘진로 스파클링’, 무학주류의 ‘좋은데이 컬러’ 시리즈, 보해의 ‘부라더소다’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올해 소주에 탄산과 과즙을 섞은 일본식 추하이(酎ハイ)도 다양하게 수입될 예정이다.
밥스타그램
요즘 인스타그램에서 가장 핫한 해시태그는 ‘집밥’ ‘오늘뭐먹지’ ‘밥스타그램’ 같은 키워드다. 쿡방 열풍이 불면서 집밥을 부담 없이 느끼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혼자 사는 싱글이라도 멋지게 담은 상차림을 SNS에 올리면 반응이 뜨겁다. 프랑스 브랜드 마틴 싯봉의 리빙 파트를 총괄하는 김영우 매니저는 “홈세트, 브런치 세트, 요섹남 세트 등 집밥을 테마로 한 그릇이 인기라며, 집밥의 인기와 관심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산지 욕망
먹는 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원산지에 대한 열망은 강렬해진다. 밭의 이름, 농부의 이름이 구체적일수록 값은 비싸지지만 더 정직한 맛이 날 거라는 확신을 소비자는 갖는다. 실제로 SSG의 해산물 코너, 현대백화점의 장 코너, 하나로마트의 쌀 코너 등 특화된 코너를 찾는 소비자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김씨 아저씨가 여주에서 농사 지은 고시히카리 쌀 2kg을 4팩으로 소분해서 주세요.” 식품 코너의 대화는 더욱 더 구체적이고 농밀해졌다. 이 흐름은 올해도 이어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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