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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네트워크

1933년, 시인 이상이 문을 연 제비다방엔 당대의 문학가와 예술인이 모여들었다. 2016년에도 젊은 예술가들에겐 ‘소셜 네트워크’를 할 수 있는 제비다방이 필요하다.

UpdatedOn March 1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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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우드 소셜클럽

게릴라 문화 집결지

일상이 예술이 되는 세상에 일조하고 싶다는 바람은 자칫 패기를 넘어선 ‘방자함’으로 비칠 수 있다. 언더우드소셜클럽의 대표이자 대장인 전현득 역시 이것이 얼마나 천진하고 순진한 생각으로 비칠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일단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2014년 삼청동 끄트머리에 문을 연 언더우드소셜클럽은 아트 옥션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대중을 대상으로 한 예술품 경매와 아티스트에게 전시 기회를 제공하는 ‘무료 대관’으로 긴 여정을 시작했다. 시작은 순조로웠다. SNS를 비롯해 다양한 매체에 소개되면서 ‘문화 힙스터’를 자부하는 이들 사이에 입소문이 났다. 그림을 그리고 싶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은 이들을 위해 주말마다 파티를 열었다. 주류 회사, 디제이 크루, 젊은 문화 예술 그룹 등이 참여한 이 파티는 나중엔 옥상까지 꽉 차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흥행했다. 미술을 전공한 학생이나 예술을 사랑하는 젊은이, 음악과 파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레 이곳에 모여들었다. 하지만 젊은 예술가를 후원해 그들의 작품 활동을 독려하겠다는 생각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무작정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찾는 것보다, 예술이 깊게 뿌리 내릴 수 있는 토양을 다지는 것이 더 중요했다.

아트 매니지먼트를 하고 싶다던 그의 바람은 ‘아트 페어’로 구체화됐다. 신작이 아니어도, 작가의 작품을 팔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골몰하던 그는 상도동에 핸드 픽트 호텔(Hand Picked Hotel)을 열고 2월부터 매달 새로운 아트 페어를 연다. 나이와 계급을 떠나 누구나 예술을 즐길 수 있는 문화 복지 재단은 여전히 그의 최종 목표. 그의 이런 뜻에 동조하는 이들이 언더우드소셜클럽을 찾는다. 지난여름 부산에서 무작정 올라온 화가 마빈은 이곳에서 전시를 하게 됐다. 그렇게 찾아온 사람들이 이곳에서 새로운 기회를 얻고 또 다른 활동을 펼친다.

언더우드소셜클럽의 성장 동력은 역시 사람이다. 안주인 역할을 도맡고 있는 이의훈, 루마스 갤러리에서 일하다 언더우드소셜클럽의 크루가 된 김민범, 그리고 프랑스 유학 시절부터 전현득 대표와 친하게 지낸 힙합 뮤지션이자 아티스트인 마니(Many)는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놓는 고마운 동지들이다. ‘복합 문화 공간’이라는 틀에 박힌 단어만으로는 정의하기 힘든 이곳 시스템을 따라 하는 공간들도 생겨났다. “함께 파이를 키울 수 있는 동료들이 생겨난다는 건 역시 즐거운 일이다. 요즘 들어 우리 모두는 파도의 한 점이고 방향이 정해져 있지 않지만, 어느 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든든한 동지들이 생겨난 덕분에 언더우드소셜클럽은 자체 콘텐츠를 생산할 계획도 있다. 음악을 좋아하는 크루들과 공연하고, 광고 없이 순수하게 문화와 예술을 논하는 <언더우드 매거진>도 창간을 앞두고 있다. 또 3일 동안 단편 영화를 마음껏 볼 수 있는 단편 영화제도 기획 중이다. 입장료 없이, ‘커피 한 잔이라도 꼭 사 마셔야 한다’는 강박 없이 단편 영화를 실컷 보기만 하면 된다. 예술의 문턱을 낮추자는 진부한 말 대신, 숨 쉬듯 자연스레 예술과 호흡하는 기회를 끊임없이 모색 중인 것. 자본주의를 넘어선 예술 공동체, 언더우드소셜클럽이 꿈꾸는 이 거창한 목표는 조금씩 현실이 되고 있다.

위치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10길 4
문의 010-2693-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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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메이드 인 종로

저녁 6시가 지나면 을지로 일대는 어둠의 도시가 된다. 공장과 가게가 일찌감치 셔터를 내리고 나면 칠흑 같은 이 동네에 불면의 빛이 환하게 불을 밝힌다. 최근 힙스터들 사이에서 새로운 성지가 된 신도시는 스냅백이 잘 어울리는 두 젊은이 이병재, 이윤호 대표가 이끄는 곳이다. 이미 이태원에서 ‘꽃당’이라는 카페 겸 바 겸 공연장을 오픈한 적이 있는 이병재 대표에게 종로는 언제나 서울의 중심이자 문화 중심지였다. 악기를 사고 싶으면 낙원상가에 갔고, 영화가 보고 싶으면 아트 시네마를 찾았다. 디자인에 필요한 재료를 구입할 수 있는 화방도, 오래된 책방과 인쇄소도 모두 종로에 있다. 그래서 그는 이곳에 자신이 꿈꾸던 ‘아트 허브’를 건설하기로 결심했다.

종로 아귀찜 골목의 막다른 블록, 한국형 누아르 영화에 등장할 법한 무심하고 오래된 건물의 가파른 계단을 오르고 또 오르면 어렴풋하게 빛이 새어 나오는 철제 문이 보인다. 이 문 너머에 신도시가 있다. 겉보기엔 맥주와 테킬라, 마티니 등을 파는 술집이지만 사실 신도시의 숨은 역할은 ‘워크 스테이션(Work Station)’이다. 한창 공사 중인 4층 건물은 이 ‘작당모의’의 결과물이다. 많을 땐 2주에 한 번, 밴드와 DJ 공연과 함께 옥상에 설치한 스크린을 통해 상영회를 진행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모이게 된 다방면의 예술가들을 중심으로 출판, 음반, 디자인 프로젝트를 비밀리에 추진하고 됐다. 한때 ‘신도시 프리미엄 회원권’을 만들어 비교적 한가한 낮 시간에 이곳을 예술가들의 창작 공간으로 대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꽃당’으로 다양한 문화를 확장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보았던 이병재 대표는 요즘 ‘스튜디오 콘텐츠’를 만드는 일에 몰두한다. 단순히 술과 공연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이 안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기존의 대중 예술에서 보기 힘든 색다른 시각을 찾기 위해서다. 유행에 휩쓸리는 천편일률적인 대중문화에서 삐딱선을 타고 싶은 젊은 예술가들에겐 더없이 흥미로운 공간이 아닐 수 없다.

위치 서울시 중구 을지로11길 31
문의 010-7502-5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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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즈 오브씽

예술가의 자립심

웨이즈오브씽은 예술가의 홀로 서기를 장려하기 위해 탄생한 곳이다. 아트북 출판으로 시작해 아티스트 전시를 진행하던 ‘선인장’이라는 아트 에이전시가 만들었다. 한남동 제일기획 맞은편 골목에 위치한 이곳은 예술가들이 자신의 프로젝트를 전시하고, 소개하는 공간인 동시에 그들이 직접 운영하고 키워나가는 카페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커피를 만들고 친절하게 공간을 설명해주는 직원들에게서 범상치 않은 ‘예술’의 기운을 느꼈다면, 꽤 쓸 만한 직감을 가진 셈이다. 소속 아티스트들이 ‘주인 의식’을 가지고 실무에 뛰어든 덕에 일하는 이들은 전부 ‘알바’가 아닌 ‘작가’들이다. 웨이즈오브씽의 수장이자 아트 디렉터인 임정윤은 여전히 이곳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좋은 사람이 좋은 작업을 만든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 카페 곳곳에선 노트북으로 자신만의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작가들을 쉽게 마주칠 수 있다. 

 

이들의 작업을 적극 장려하기 위해 기둥마다 콘센트를 만들어놨다고. 사진 찍는 사람은 사진가들만, 그림 그리면 화가들만 만나게 되는 좁은 환경이 안타까워 더 많은 예술적 인맥을 쌓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싶었던 것도 웨이즈오브씽의 탄생 비화다. 그래서 이곳에선 서로 다른 분야 아티스트들이 눈을 마주치며 자연스레 소통한다. 2016년을 맞아 웨이즈오브씽에도 변화가 생겼다. 오픈 초기엔 한 번도 전시해보지 않았던 신인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요즘엔 미국과 유럽의 실력 있는 인디 작가들을 국내에 알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덕분에 웨이즈오브씽에선 더욱 글로벌한 ‘소셜 네트워크’가 펼쳐질 전망이다.

위치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238
문의 02-749-5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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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PHOTOGRAPHY 이준열
EDITOR 서동현

2016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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