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AGENDA MORE+

섹스 마케팅

포르노 사이트와 성인 데이팅 앱에 패션 광고가 등장했다.

UpdatedOn March 03, 2016

3 / 10
/upload/arena/article/201603/thumb/27311-100728-sample.jpg

이모지를 활용한 디젤의 캠페인.

이모지를 활용한 디젤의 캠페인.

그라인더에서 생중계 된 J.W. 앤더슨의 2016 F/W 컬렉션.

그라인더에서 생중계 된 J.W. 앤더슨의 2016 F/W 컬렉션.

그라인더에서 생중계 된 J.W. 앤더슨의 2016 F/W 컬렉션.

얼마 전 <플레이보이>는 변화를 줬다. 책 어느 구석에도 여자의 누드를 싣지 않겠다는, 정체성을 전복시키는 의지랄까. 물론 예쁜 여자들이 여전히 헐벗고 나오긴 한다. 이불, 베개, 남자 셔츠, 조막만 한 속옷 같은 걸로 가릴 건 가리는 정도? 책은 예전보다 ‘예뻐’졌다. ‘커피 테이블 북’으로 삼아도 민망하지 않은, 적당히 예쁜 사진집.

<플레이보이>는 어쩌다 이런 결정을 하게 되었을까 생각하다 보면, 결국 2016년을 이야기하게 된다. 섹스가 도처에 널린 세상, 스마트폰으로 포르노를 보는 건 은행 앱으로 송금하는 것보다 쉬운 일일 수도 있으니까. 시류에 맞춰, 패션계에도 흥미로운 몇몇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디젤의 니콜라 포미체티는 이모지, 해시태그, 모델들의 인스타그램 ID를 대수롭지 않게 활용한 가벼운 광고를 만들었는데, 이 광고는 애초부터 SNS와 온라인에 특화된 형식이다. 재밌는 건 포르노 사이트인 포른허브(Pornhub), 유포른(Youporn), 성인 데이팅 앱인 틴더(Tinder), 그라인더(Grindr)에 광고를 넣기로 한 것. 질퍽한 섬네일 이미지가 난립하는 와중에 디젤의 배너 광고가 불쑥 튀어나온다. 실컷 포르노를 본 남자에게 디젤의 드로어즈를 구입하도록 권하는 친절함이란!

J.W. 앤더슨은 지난 1월 10일, 2016 F/W 컬렉션을 게이 데이팅 앱인 그라인더에서 중계했다. 게이와 스트레이트, 남자와 여자 할 것 없이 그라인더로 몰려들었고, 생중계되는 컬렉션을 감상하며 채팅을 즐기는 기묘하고도 흥미로운 상황들. 그라인더는 작년 말부터 디올, 루이 비통, 라프 시몬스, 아크네 스튜디오 등을 홍보하는 PR 에이전시인 ‘PR 컨설팅’이 홍보를 맡으면서 변화를 겪는 중이다. 패션과 연계한 이벤트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
 

포른허브에 등장한 디젤의 팝업 광고.

포른허브에 등장한 디젤의 팝업 광고.

포른허브에 등장한 디젤의 팝업 광고.

틴더를 겨냥한 디젤의 영상.

틴더를 겨냥한 디젤의 영상.

틴더를 겨냥한 디젤의 영상.


디젤과 J.W. 앤더슨의 경우가 그 어떤 섹스 마케팅보다 흥미로운 이유는 섹스가 강조되는 것이 아니라 뉴 미디어 채널로서 수단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태도 때문이다. 포르노 사이트, 데이팅 앱이 가진 본질적인 의도에 개의치 않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그곳’을 택했을 뿐인 거다.

실제로 니콜라 포미체티와 조너선 앤더슨은 한 인터뷰에서 방문객 수가 많은 곳에 광고할 뿐이라는 ‘쿨’한 답변을 내놓았고, 덧붙여서 이 같은 플랫폼들이 현재의 유스 컬처를 가장 잘 반영하는 것이라고 했다. 물론 섹스와 젠더 이슈가 꽤 중요한 두 브랜드에 있어서 아주 영리한 선택인 것은 확실하고, 속물들이 들끓는 패션계에 한 방 먹인 사건으로 기록될지도. 작정하지 않고, 가볍고 쉽고 일상적인 섹스 마케팅이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고동휘

2016년 03월호

MOST POPULAR

  • 1
    전설의 시계
  • 2
    OFF-DUTY TIE
  • 3
    무적의 부츠
  • 4
    핵주먹 버번
  • 5
    영화관에 대한 단상

RELATED STORIES

  • LIFE

    HAND IN HAND

    새카만 밤, 그의 곁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물건 둘.

  • INTERVIEW

    스튜디오 픽트는 호기심을 만든다

    스튜디오 픽트에겐 호기심이 주된 재료다. 할머니댁에서 보던 자개장, 이미 현대 생활과 멀어진 바로 그 ‘자개’를 해체해 현대적인 아름다움을 더했다. 공예를 탐구하고 실험적인 과정을 거쳐 현대적인 오브제를 만들고자 하는 두 작가의 호기심이 그 시작이었다.

  • INTERVIEW

    윤라희는 경계를 넘는다

    색색의 아크릴로 만든, 용도를 알지 못할 물건들. 윤라희는 조각도 설치도 도자도 그 무엇도 아닌 것들을 공예의 범주 밖에 있는 산업적인 재료로 완성한다.

  • FASHION

    EARLY SPRING

    어쩌다 하루는 벌써 봄 같기도 해서, 조금 이르게 봄옷을 꺼냈다.

  • INTERVIEW

    윤상혁은 충돌을 빚는다

    투박한 듯하지만 섬세하고, 무심한 듯하지만 정교하다. 손이 가는 대로 흙을 빚는 것 같지만 어디서 멈춰야 할지 세심하게 고민한 결과물이다. 상반된 두 가지 심성이 충돌해 윤상혁의 작품이 된다.

MORE FROM ARENA

  • LIFE

    SUPERNOVA

    지난 10년간 스포츠계의 아이콘은 리오넬 메시, 르브론 제임스, 마이클 펠프스 등이었다. 2020년대의 히어로는 누구일까?

  • LIFE

    식민 조선의 과학과 터보 엔지니어링

    <조선이 만난 아인슈타인> 저자, 책 쓰는 엔지니어 민태기 인터뷰.

  • FILM

    숨길 수 없어요

  • LIFE

    '쿠팡되다' 가능할까?

    ‘아마존되다(to be Amazoned)’라는 말을 들어봤나? 지난 2018년 초 미국 블룸버그 통신이 처음 사용했다고 하는데, 속뜻은 “아마존이 당신의 사업 영역에 진출했으니 이제 당신 회사는 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책을 팔며 시작했던 아마존은 푸드, 장난감, 프랜차이즈 마켓, OTT를 장악했다. 물론 이런 식의 신조어는 이미 있었다. ‘제록스하다(복사기를 이용하다)’, ‘구글링하다(인터넷 검색하다)’ 등. 하지만 ‘아마존되다’는 범용성의 규모가 더욱 크다. 지금 비즈니스 산업의 전 영역에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도 아마존처럼 ‘되려는’ 기업이 있다. 바로 ‘쿠팡’이다. 과연 쿠팡은 한국의 아마존이 될 수 있을까?

  • FASHION

    낯선 실루엣의 코트들

    난데없이 비가 쏟아지던 날, 막다른 길에서 마주한 낯선 실루엣.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