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남동
머물고 싶은 동네
창경궁을 창경원으로 고친 후 동명을 제정하던 1914년, 창경원의 남쪽에 있다 하여 붙은 이름이 원남동이다. 고궁에서 대학로로 이어지는 길에 자리한 이곳은 사람들에게 목적지를 향해 가다 스치는 동네로 인식되곤 했다. 종로 가는 길에, 대학로 가는 길에 그냥 무심히 지나가던 원남동에 머물 만한 이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공장과 공업소가 줄지어 들어선 이곳은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예쁘다.
특히 종묘를 둘러싼 골목길인 순라길이 있다. 아는 이가 많진 않지만 종로구가 지정한 역사문화 탐방구다. 순라군들이 육모 방망이를 들고 순찰을 돌던 이곳은 일제강점기엔 성매매 여성들의 차지였다. 인근 봉익동에 ‘종삼’이라는 집창촌이 있었던 까닭이다. 지난 시간은 아팠지만 지금의 원남동은 여전히 아름답다. 사계절의 변화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고즈넉한 풍경과 함께 곳곳에서 작은 변화의 움직임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행인의 발길을 잡아끄는 재미난 공간들 덕분이다.
스튜디오 302 | 친근한 예술
원남동이 ‘디자인 동네’처럼 느껴지는 건 이곳에 터를 잡고 작업에 매진하는 젊은 작가들 덕분이다. 원남동의 터줏대감 서커스 보이 밴드가 위치한 대로변에 빨간 대문 집이 하나 있다. 이곳은 유소라 작가를 비롯한 동료 작가들의 작업실이다. 원래는 디자인 회사 밀리미터밀리그람(MMMG)의 사무실이었다. 원남동에는 크고 작은 회사들이 더러 있어, 직장인 미술부를 기획했다. 유소라 작가에게 퇴근 후 그림을 배울 수 있다. 한 달 정도면 카페에 앉아 혼자 낙서를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목표다. 예술이 친근하게 싹을 틔우는 이곳의 빨간 대문은 언제나 활짝 열려 있다.
오롤리 데이 | 시선을 빼앗는 곳
인스타그램 좀 한다고 자부하는 이들이라면 오롤리 데이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을 거다. 일단 들어오자마자 스마트폰으로 10컷 정도는 찍어야 겨우 메뉴를 주문할 수 있을 정도로 아기자기하게 꾸며놨기 때문이다. 최근엔 중국에서 온 웨이보 파워 유저가 오롤리 데이를 소개해 중국 관광객과 일본 관광객들이 ‘SNS 순례길’에 이곳을 포함시켰다. 박신후 대표가 디자인 사무실 겸 쇼룸으로 활용할 생각으로 문을 연 곳이다. 때문에 이곳의 정체성은 사진 찍기 좋은 곳이 아니라 디자이너의 작품을 판매하고 소개하는 곳이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은전 한 닢’처럼 막연히 갖고 싶은 예쁜 물건과 함께 커피와 맥주를 판다. 날이 좋으면 분홍색으로 칠한 옥상에서 여유를 만끽할 수도 있다.
비씨커피 | 자전거 탄 풍경
이재훈 대표의 인생 키워드는 자전거, 그리고 커피다. 그래서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커피를 팔았다. 그러던 어느 날 지나가다가 원남동에 세놓은 가게를 발견하고 정류소가 필요해 비씨커피를 열었다. 오래된 방앗간, 선술집 그리고 공장과 창고가 즐비한 이 동네에 비씨커피가 들어서면서 커피 맛을 아는 이들에게 뜨거운 환영을 받고 있다. 그가 생각하기에 원남동은 풍류가 있는 동네다. 그 때문인지 한 번도 제대로 멈춰본 적 없는 이 동네에 어쩌다 보니 오래 머물게 됐다. 비씨커피는 종종 동대문까지 자전거를 타고 달려가 커피를 파는 ‘커피 힙스터’의 정류장이다.
<낭만종로> 시리즈 기사
‘비둘기’와 ‘노인’이 자동 연상되던 종로에 힙스터 바람이 분다. 느낌 아는 젊은이들이 찾는 종로의 낭만을 포착했다.
낭만종로1 -익선동 http://www.smlounge.co.kr/arena/article/26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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