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당한 복각
브랜드 입장에서 상징적인 컬렉션을 가진다는 것은 굉장히 영예로운 일이다. 그 컬렉션은 세월을 거듭하며 진화하기도 할 것이며, 본래의 모습 그대로 순수하게 다시 나온다면 마니아들에겐 뜻밖의 선물이 될 수도 있다. 종종 브랜드를 대표하기도 한다. 브랜드가 지켜온 신념을 불현듯 이해할 수도 있고, 쌓아온 아카이브를 어떤 방식으로 재생산하는지, 어떤 입장을 견지하는지, 명민한 소비자들은 운동화 한 켤레만 봐도 많은 것을 알아채고 만다.
오니츠카타이거는 알다시피 오리지널리티를 강조하는 브랜드다. 현재성을 지닌 운동화라 할지라도 그 면면을 따지자면 디자인적 근원은 명료하며, 하나의 맥락에서 설득력을 가진다. 이번에 출시된 ‘멕시코 델리케이션’은 오니츠카타이거가 가장 잘하는 것들을 모아놓은 운동화다.
먼저, 스토리가 있는 오리지널리티. 오니츠카타이거의 상징인 스트라이프, ‘타이거 스트라이프’가 제작된 지 올해로 50주년이다. 1966년 제작된 ‘림버’ 모델에 처음 적용된 후로 타이거 스트라이프가 인지도를 얻게 된 건 1968년 멕시코 올림픽에서 일본 선수단이 멕시코 델리케이션을 신으면서부터다. 그러니까 다시 출시된 멕시코 델리케이션은 그런 역사적 영광들을 기록하기 위한 운동화랄까.
그리고 디자인. 디자인은 아주 본질적이다. 1968년 버전의 멕시코 델리케이션을 본 적은 없지만, 온전히 옮겨왔을 거라 투박하게 짐작되는 부분들. 앞코와 몸통을 잇는 라인이라든지, 아웃솔 형태, 복고적인 폰트로 새긴 ‘Mexico’, 인솔의 트랙 프린팅, 신었을 때 완벽하게 알 수 있는 경박하지 않은 날렵함 같은 것들에선 1960년대식 첨단을 느낄 수 있다. 만약 1960년대 운동화 디자인의 정수를 제대로 느껴보고 싶다면, 다섯 가지 색 중 빨간색 모델이 좋을 수 있다. 바랜 듯 오묘한 미색의 아웃솔이 보다 오리지널 모델에 근접하니까.
‘복각’이라는 장치가 때론 공허한 마케팅 수단으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리고 복각은 동시대의 요구와 맞물리지 않는다면, 별 볼일 없어진다. 그런 부분에서 멕시코 델리케이션은 양심적이고 타당하다. 명맥이 끊긴 모델을 다시 동시대로 옮겨오려는 집념, 예전의 가치들을 훼손하지 않고 전달하려는 태도, 고작 한 켤레의 운동화로 알 수 있는 꽤나 값진 가치인 것. 멕시코 델리케이션이 다시 상징적인 컬렉션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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