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상들은 이례 없이 한곳으로 집중된다. 그건 그 빛이 쏟아진 자리를 한 번쯤 살펴봐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해에는 이유영이 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유영은 지난해에 세 개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 영화 <봄> <간신> <그놈이다>로 청룡영화상, 대종상영화제, 부일영화상으로부터 모두 신인여우상을 수상했다. 영화 <봄>으로는 2014 밀라노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도 받았다.
욕심 많고 표독한 기생, 바보 같을 정도로 순수한 여자이자 두 아이의 엄마, 귀신을 보는 소녀까지. 스크린에서 이유영은 전혀 다른 모습의 어떤 여자가 되어 뛰고 놀았다. 그녀는 이제야 스물여덟이다. 눈 밝고 호기심 많은, 솔직하고 영리한 청춘이다. 그 나이의 청춘들이 표현하기에 어려운 진폭을 가진 역할들을 너끈히 해냈다. 우리는 어느 밤에, 무대 뒤에서 만났다. 그날 밤 그녀의 얼굴을 너덧 개쯤 본 것 같다. 아이 같고 어른 같고 슬프고 호기심 가득한 얼굴들을. 이유영은 눈동자가 밝다. 회갈색이다. 조명이 눈 안쪽으로 스며들면 눈동자는 더 투명해진다.
눈동자는 <그놈이다>에서 귀신을 보는 시은이가 되었을 때는 잿빛이 되고, <봄>에서 민경이가 되어 해사하게 웃을 땐 나무 밑동처럼 보드라운 색이 됐다. 맨눈으로 본 이유영은 민경과 가장 가까워 보였다. “욕심이 많아요. 치밀하게 준비해야 하는 성격이고요. 배우는 언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모르니까 항상 더 많은 걸 접하고 준비하며 지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봄>에서 바보 같을 정도로 순수한 민경 역할을 할 때에도 엄청나게 준비했어요. 결국 촬영 시작 일주일 전쯤, 감독님께서 저에게 준비 금지령을 내리셨죠. 그래서 아무것도 안 했어요. 촬영장에서는 다 잊고 그냥, 했어요.” 흔치 않은 눈빛과 어떤 배역이든 흡수하는 말간 내면은 분명 배우 이유영의 무기일 것이다.
그러나 이 여배우의 진짜는 다른 데 있는 듯했다. 이를테면 과정에 집중하는 담대함, 원하는 것을 오롯이 자기 자신으로부터 얻으려는 마음 같은 것들. “예전의 저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연기를 시작한 뒤로 삶이 풍성해지는 기분이에요. 어떤 방식으로든 순간마다 제가 더 나은 사람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 같아요. 평생 배우를 하면, 평생 배우며 살겠구나. 죽을 때까지 이렇게 살아도 좋겠구나. 그런 마음이 드는 거죠.”
요즘 가장 가까이 지내는 ‘절친’은 열한 살짜리 꼬마다. 영화 <그놈이다>로 만난 아역 배우 김민서. “거의 매일 만나고 있어요. 같이 승마도 배우고 무술도 배워요. 민서와는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요. 세상에 찌들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어서 그런가 봐요. 정신 줄을 조금 놓은 채 살고 싶고요. 계산 없이, 순수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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