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컬렉션 라운지
계단 위로 붉게 빛나는 ‘No Music No Life’ 네온 슬로건에 발길이 끌렸다. 가로수길을 조금 벗어난 골목 어귀 카페 지하에 위치한 컬렉션 라운지는 건전한 유희를 지향한다. 아티스트들의 아지트 같은 실내에는 자유분방한 분위기가 신나는 음악과 함께 흐른다. 편안한 좌석들이 넉넉하게 마련되어 있지만, 각 테이블은 구조가 달라 자리 잡는 일부터 신중해진다. 메뉴판을 펼치면 오직 컬렉션 라운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수많은 시그너처 칵테일과 맨해튼, 마티니 등 클래식 칵테일까지 단단하게 구성돼 있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로 10길 33 B1
문의 070-4229-0050
아이리시 클라우드
1930년대부터 이어진 흉년으로 밤은 희소성 높은 식자재가 되었다. 때문에 밤은 특별한 날 다복, 건강을 염원하며 먹는 귀한 음식이었다. 컬렉션 라운지는 새해를 위한 한 잔으로 알밤을 활용한 웜 칵테일 ‘아이리시 클라우드’를 추천한다. 우선 시나몬 시럽과 헤이즐넛의 고소한 향을 담은 리큐어 프란젤리코, 아이리시 위스키에 밤을 갈아 넣은 스팀밀크를 혼합한다. 그 위로 시나몬 스틱과 말린 사과 그리고 우유의 비릿함을 잡아주는 너트메그 가루를 뿌려주면 이국적인 정취의 ‘아이리시 클라우드’가 완성된다. 16도의 적당한 도수이며, 혀끝부터 찡한 한껏 달큰하고 보드라운 위로의 맛이다.
2. 사토
지난해 11월에 오픈한 따끈따끈한 신생 라운지 바다. 묵직한 싱글 몰트위스키부터 알코올 도수는 낮추고 풍미는 끌어올린 다양한 칵테일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한다. 바 내부는 각기 다른 분위기의 세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알찬 구성의 인테리어를 자랑한다. 여심을 공략하는 세련된 칵테일 레시피를 다양하게 구비하고 있는 곳인지라 혼자보다는 둘이 좋겠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199 2F
문의 02-795-6164
핑크 레이디
사토에서는 <아레나> 독자들의 신년 솔로 해방을 기원하며 ‘핑크 레이디’ 한 잔을 소개했다. 이름부터 낯부끄러운 핑크빛 자태의 칵테일은 남자들 몫이 아니다. 대신 기억해두었다가 복잡한 칵테일 메뉴판과 씨름하고 있는 그녀에게 추천해보시길. 핑크 레이디는 드라이 진을 베이스로 애플 브랜디와 앙고스투라 비터 그리고 산미를 더해줄 레몬 주스에 석류 맛을 응축한 그레나딘 시럽을 첨가해 옅은 붉은색을 낸다. 마지막으로 달걀 흰자로 카푸치노 같은 도톰한 거품을 만들어 올린 까다로운 칵테일이다. 복잡한 레시피만큼 적절한 산미와 달콤함, 입과 혀에 쏟아지는 부드러운 거품의 식감까지 그야말로 무아지경의 맛이다. 진 베이스의 칵테일이기 때문에 맛에 취해 계속 홀짝이다 보면 그녀의 뺨이 칵테일보다 더 붉어질지도 모른다.
3. 도어
경리단길을 오르다 보면 달처럼 하얀 건물 하나가 솟아 있다. 도어는 그 건물 3층에 위치한 캐주얼 바다. ‘문(Door)’을 열면 복작한 경리단길 분위기와는 달리 안락한 공간이 함께 열린다. 넓은 창가 자리는 이곳의 명당이다. 크고 작은 불빛들이 아련한 동네와 하늘 중턱에 걸린 달이 만드는 그림 같은 전경을 보다 보면 덩달아 술맛까지 좋아진다. 메뉴판에는 이미 다양한 칵테일이 줄지어 있지만 그날 기분과 좋아하는 과일 등에 대한 코멘트를 하면 주인장이 직접 맞춤 칵테일을 제조해준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회나무로13길 52-43 3F
문의 02-6101-0704
슬로 다운
2016년은 60년마다 돌아오는 붉은 원숭이해다. 원숭이는 꾀와 재주가 많고 뛰어난 모사 능력이 특징이다. 앞장서기 좋아하고 성미 급한 붉은 원숭이해를 맞아 붉은빛이 도는 칵테일 ‘슬로 다운’을 추천받았다. 도수 높은 위스키를 베이스로 붉은 크랜베리 주스와 24도를 웃도는 시트러스 계열 리큐어 캄파리를 더해 붉은빛을 낸다. 여기에 바로 짠 레몬 즙으로 적당한 산미를 더해주면 15도 정도의 천천히 넘기기 좋은 ‘슬로 다운’ 한 잔이 완성된다. 위스키의 쌉싸래한 맛과 시트러스의 새콤한 풍미를 한 잔에 품은 칵테일로 재주 좋은 원숭이처럼 입안에서 까불거린다.
4. 언더바
경리단길 초입 반지하에 꽁꽁 숨어 있는 언더바는 단정함과 ‘야시시’ 분위기가 공존하는 묘한 공간이다. 바를 가득 채운 몽롱한 초록빛 조명과 매끈한 금색 공단 커튼 그리고 반듯한 테이블의 조합이 여느 바에서는 보지 못한 생소한 느낌을 자아낸다. 이탈리아 드레싱을 더한 돼지 목심구이, 마늘과 바질 페스토로 버무린 가지구이 등 바 분위기만큼이나 생경한 퓨전 메뉴들과 와인, 샴페인, 맥주, 칵테일 등 다양한 주종까지 구비한 말 그대로 분위기에 취하고 술에 취할 수 있는 이상적인 바의
자격을 갖췄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회나무로6길 11
문의 02-6405-2015
문 샤인
언더바가 추천하는 ‘문 샤인’은 미국의 전통 담금주 미드나이트 문을 베이스로 하는 과일 맛의 칵테일이다. 미드나이트 문은 1920년 미국에 금주령이 내려지면서 야심한 달빛 아래에서 만든 밀주에서 시작했다. 조그마한 잼 통에 담긴 미드나이트 문은 과일이 통째로 들어 있는 35~50도의 독주다. 미드나이트 문에 진저에일을 적당히 붓고 향을 더해주는 시나몬 스틱을 넣어 저어주면 아주 간단하게 문 샤인 칵테일이 완성된다. 딸기, 시나몬 애플, 블루베리 세 가지 맛이 있어 자신의 입맛에 따라 해가 넘어가는 밤, 친구들과 함께 거하게 마시기 좋다.
5. 소하
소하(Soha)는 사우스 하버(South Harbor)를 줄여 지은 이름으로 따뜻한 남쪽에 정박한 요트 콘셉트의 다이닝 바다. 함께 소개된 다른 바들보다 한층 격식에 민감한 곳으로 클래식한 내부 인테리어부터 굉장히 멋스럽다. 지중해에 바탕을 둔 퓨전 음식과 함께 샴페인, 위스키 등 다양한 주류를 제공하며 지하에 자리한 바에는 전문적인 믹솔로지스트가 상주해 있어 심도 있게 칵테일을 즐길 수 있다. 또 2층은 멤버십으로 운영되는 VIP 라운지가, 3층에는 시가를 즐길 수 있는 흡연 공간이 마련돼 있다. 정중한 신사들의 놀이터 같은 곳이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대사관로12길 3
문의 02-792-5055
돈 후안
소하는 <아레나> 독자들의 신년 애정운을 기원하며 유럽 전설 속 인물 돈 후안의 이름을 딴 칵테일을 추천했다. 지독한 여성 편력가인 동시에 최고의 로맨티시스트라고 불리던 돈 후안의 정열과 지중해의 정취를 담은 칵테일이다. 세계 삼대 주정 강화 와인인 셰리에 사과와 계피를 더해 끓기 직전까지 데워 마시는 웜 칵테일로 프랑스의 뱅쇼와 흡사하다. 하지만 셰리 와인 자체가 신맛이 덜하고 풍미가 고소해 맛의 차이는 확실하다. 또 칵테일에 들어가는 사과는 꼭 정향을 박아 불에 구운 베이크드 애플을 사용한다. 구운 사과를 쓰면 당도와 풍미가 올라가고 향의 융화가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짙은 단향이 올라오지만 마셔보면 많이 달지 않고 도수가 낮아 차처럼 편안하게 마시기 좋다. 지중해는 멀지만 근교 바다에서 연인끼리 일출을 기다리며 함께 몸을 데우기 좋은 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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