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델 25
영국 토트넘 출신의 어린 소녀에게 주어진 전 세계적인 관심은 참 부담스러운 것이었을 테다. 해가 바뀌면 스물아홉이 될 아델이 4년 전 발매한 2집 <21>에 대한 이야기다. 그 놀라운 성공의 중압감 때문에 아델은 음악적 공백기를 선언했었다. 그리고 <25>라는 앨범으로 다시 돌아왔다. 전작에서 그녀는 이별에 대해 끊임없이 노래했다. 마치 갓 성인이 된 스물한 살의 청춘에게 휘몰아쳤던 슬픔과 아픔을 토로하듯 말이다. 새 앨범에서 그녀는 그때로 다시 돌아가 화해를 청하는 것처럼 들린다. 모두에게 ‘안녕’이라 인사하는 타이틀곡 ‘Hello’가 그렇고, ‘우리가 어렸을 때’로 회귀하는 ‘When We Were Young’도 그렇다. 아델의 보컬은 엄청난 세월의 무게를 간직한 듯 마냥 좋다. 전 세계가 왜 이 앨범에 열광하는지 들어보면 안다.
콜드플레이 A Head Full Of Dreams
콜드플레이는 참 부지런하다. 2014년 6집
를 낸 후 그 흔한 월드 투어도 없이 스튜디오에 처박히더니 1년여 만에 신보를 들고 돌아왔다. 어쩌면 전작이 어두우면서도 프로그레시브한 사운드를 담았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6집이 저 먼 은하계로 여행을 떠난 듯한 밴드의 소리였다면, 이번 7집은 대단히 원초적인 콜드플레이로 돌아갔다는 말이다. 1번 트랙 ‘A Head Full Of Dreams’부터 밴드는 초기작을 떠올리게 하는 록 사운드를 선보인다. ‘Everglow’ 같은 트랙과 마주하면 15년 전 1집에 실려 있던 ‘Parachutes’를 연상시킬 만큼 서정성을 표출한다. 이번 7집에서 콜드플레이는 무한한 영예를 안겨주었던 4집 이전 시기로 회귀한 셈이다. 그러니 좋을 수밖에.
다이나믹 듀오 Grand Carnival
한국에서 힙합으로 오래 살아남으려면? ‘아이돌 소녀와 로맨스를 만들면 된다’는 농담이고, 다이나믹 듀오만큼만 하면 되지 않을까. 데뷔 15년 차로 힙합 신의 큰형이 된 이들은 이번 앨범을 통해 ‘혼자 다 해먹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같이 잘해보자’라는 ‘대의(大義)’를 표한다. 굳이 다이나믹 듀오가 잘하는 걸 계속 하는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프로듀서들과 작업함으로써 또 다른 ‘다듀’를 만들어보자는 의미가 커 보인다는 말이다. 동시에 최자와 개코가 각기 다른 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둘이 하나를 만들어내는 일치감을 형성해내는 앨범이라는 점도 의미 있다. 이 음반은 제목 그대로 ‘거대한 카니발’이다. 싱글 하나의 상업적 성공에 목맨다기보다는 힙합 듀오 다듀가 대중과의 소통에서 공감을 얻으려는 작업이기에 그렇다.
싸이 칠집싸이다
싸이는 싸이다울 때 가장 멋지다. ‘쌈마이’ 같고 ‘양아치’ 같을 때의 싸이스러움을 말하는 것이다. 사실 그의 신보는 글로벌 마켓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최신 경향으로 무장되어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열어보니 토종 탄산 음료 ‘사이다’처럼 톡 쏘는 청량감이 가득하다. 투애니원 씨엘이 참여한 ‘Daddy’와 같은 트랙이 그 대표적인 예다. 싸이는 ‘젠틀맨’인 척하기보다 대놓고 들이대는 원초적 에너지가 수면 위로 떠오를 때 멋져 보인다. 새로운 앨범이 김치 냄새 풀풀 풍기는 전형적 대중가요 같음에도 불구하고, 그 아래에는 아주 트렌디한 EDM 사운드가 포진되어 있다. 영악한 싸이가 ‘강남스타일’과 ‘젠틀맨’을 통해 접한 빌보드 차트의 맛을 완전히 버리진 않았을 테니까. 아무튼 ‘Dream’ 등에서도 표출되는 싸이스러움이 잔뜩 담긴 앨범이어서 멋지다.
더 네이버후드 Wiped Out!
캘리포니아산 로큰롤이라고 항상 싱그럽고 경쾌한 것만은 아닌 모양이다. 더 네이버후드라는 5인조 밴드처럼 혼돈 속의 청춘을 노래하는 녀석들도 있으니까. 우리에게는 아주 생소한 밴드이긴 하지만 한번 들어보면 귀에 착착 감기는 묘한 매력을 지녔다. 이들의 음악에는 록은 물론, R&B, 힙합, 솔 등의 블랙 뮤직 요소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보컬은 굉장히 R&B적이고, 드럼 비트는 아주 힙합적이다. 이들의 청춘 송가라 해도 과언이 아닐 ‘R.I.P. 2 My Youth’에서도 이러한 사운드는 확 와 닿는다. 어쩌면 21세기 청춘 록 밴드가 나아가야 할 지표를 정확히 보여주는 앨범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Baby Came Home 2 / Valentines’에서 전반부의 서정성과 후반부의 노이즈 가득한 방황도 무척 흥미롭다.
지코 GALLERY
그저 그런 아이돌 중 하나일 뿐이라 생각했었다. 대단히 미안하고 송구스럽다. 블락비의 지코가 아닌 힙합 뮤지션 지코로서 선보이는 이 앨범, 솔직히 놀랍다. 힙합 하는 래퍼 지코도 그렇지만, 프로듀서뿐만 아니라 아트워크, 비주얼 디렉팅 등에서도 그의 창조적 에너지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단 6곡이 수록된 미니 앨범임에도 불구하고 ‘갤러리’는 그의 크리에이티브한 전시물을 보기 위해 몰려든 ‘갤러리’로 북적거릴 만하다. 자이언티와 함께한 ‘유레카’는 물론이고 최근 부상하고 있는 여성 뮤지션 수란이 참여한 ‘오만과 편견’이란 전시작도 보고 들을 만하다. 우리는 이 앨범을 통해 지코라는 창작자에 대해 ‘유레카’를 외칠 만하고, 그에게 덧씌웠던 ‘오만과 편견’을 불식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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