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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C70 D5가 에스코트한 스웨덴 예테보리발 스뫼겐행의 본진은 페이스리프트와 함께 엔진 라인업을 정비한 2007년형 볼보 XC90이었다. 일신된 직렬 6기통 엔진으로 새 라인업을 꾸린 XC90을 만나 `순항`한 그날.

UpdatedOn September 21, 2006

Editor 정석헌

같은 6명이라도 일렬종대로 세우는 것과 2열로 나누어 세우는 것은 분명 다르다. 제한된 공간을 아끼는 차원에서는 2열로 세우는 것이 길게 늘어선 전자보다 유리하지만, 무리의 기강을 세우고 응집력을 보여주는 데에는 일렬종대만 한 것도 없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이는 6개의 실린더를 3개씩 나눠 V자 모양으로 배치한 V6와 실린더를 한 줄로 늘어놓은 직렬 6기통 엔진의 차이이기도 하다. 흔히 2500cc 이상의 고급차에 쓰이는 V6는 짜임새 있게 엔진룸을 꾸밀 수 있고 저회전 토크를 얻는 데 유리하다. 고회전까지 매우 순조롭게 회전하는 직렬 6기통은 V6에 비해 가볍고, 진동이나 소음이 적은 편이며 스포티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볼보 XC90의 주사위는 V6로 뜻을 모은 투아렉, 카이옌, Q7 3.2 ‘트리오’와 달리 직렬 6기통 3.2로 나왔다.
돌이켜보면 볼보 XC90의 엔진은 3가지 라인업으로 지난 몇 년간 꾸준히 개량되었다. 그 노력의 소산이 지난 7월 영국 모터쇼에서 데뷔한 2007년형 볼보 XC90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새로운 볼보 XC90은 올해 초부터 미국(50% 이상)과 유럽 전역의 볼보 쇼룸에 전시되었다.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국내에서도 오는 10월 중 판매에 들어간다.
제 1선발은 최고 출력 315마력, 최대 토크 440Nm의 V8이다. 볼보 사상 처음이기도 한 V8 엔진은 XC90 엔진룸에 가로로 배치돼 있다. 그래서 다른 볼보 모델들처럼 보기 좋은 자동차 전면의 형상을 유지하는 동시에 좀 더 넓은 캐빈을 이끌어낸다. 이는 실린더의 각도를 90도에서 60도로 줄임으로써 가능해졌다. 제너레이터 같은 부품들도 연결 장치를 생략한 채 엔진 자체에 부착돼 있다. 엔진 블록과 실린더 헤드가 모두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V8 엔진은 길이 754mm, 너비 635mm에 무게도 190kg에 지나지 않는다. 2선발은 볼보의 히트 상품인 D5 버전. 최고 출력 185마력, 최대 토크 400Nm의 5기통 D5 터보 디젤은 1선발의 알뜰한 대안으로 중·저속에서의 굵직한 토크가 일품이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최고 출력 238마력, 최대 토크 320Nm의 3.2ℓ직렬 6기통 엔진이 3선발로 마운드에 오른다. 볼보 뉴 S80에도 장착된 이 신무기는 5기통 엔진과 동일한 사이즈와 연비를 보여주면서도 훨씬 나은 기량을 보여주는 재목으로 주목 받고 있다. 이로써 왕년의 6기통 T6와 5기통 2.5T는 무대에서 내려오게 되었다. V8 엔진과 3.2ℓ엔진 모두 기본으로 장착된 6단 기어트로닉 변속기(D5는 옵션)와 조화를 이룬다. 물론 4개의 바퀴가 항상 같은 비율로 구동되는 상시 4륜구동(AWD) 시스템이다.
늠름한 보닛을 열어 모델하우스를 찾은 입주 예정자처럼 엔진룸을 꼼꼼히 살폈다. 남부 웨일스의 브리지엔드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3.2 유닛은 과연 현대적인 디자인이다. 배기량이 3200cc지만 엔진은 아주 작게 고안되었다. 그 덕에 엔진은 최소 공간만을 차지하고, 충돌할 경우 엔진이 캐빈 쪽으로 밀리는 걱정도 크게 덜었다. 대부분 알루미늄으로 만들었고, 5기통 엔진의 그것보다 더 작은 파워 스티어링 펌프나 에어 컨디셔닝 콤프레서 같은 보조 부품들을 엔진 뒤, 변속기 앞 공간에 잘 수납한 결과다. 게다가 이 직렬 6기통 3.2ℓ엔진은 볼보의 발표에 따르면, VCT(Variable Cam Timing)와 CPS(Cam Profile Switching)의 밸브 트레인 덕택에 뛰어난 연비를 보여준다. CPS와 함께 흡기 밸브는 엔진 회전에 따라 다른 높이로 조절할 수 있다. 경제적인 운전을 원할 때에는 낮게, 좀 더 강력한 게 필요하다면 높게 올라가는데, 이는 실질적으로 2개의 엔진을 하나로 만들어낸 효과를 발휘하는 셈이다. 결국 흡기 매니폴드의 볼륨 조정이 현재 운전 상황에 적합하도록 유도해 엔진의 전체 회전 범위를 통해 최대치의 동력을 이끌어낸다.
코스 브리핑이 끝나면 어김없이 들리는 그 외침! “Are You Ready?” 출발 신호와 함께 보닛을 닫고 스무 대 가량의 XC90의 행렬에 섞여 예테보리발 스뫼겐행 여정에 올랐다. 가끔 제한속도가 10km/h 정도인 주택가에 들어설 경우를 빼면 150~200km/h 빠른 속도로 목표 지점을 향해 나가는 길은 시종일관 순조로웠다. 이를 지루하다고 불평하는 사나이도 있을 것이다. 높은 시트 포지션과 넓은 시야각, 잘못 누를 일이 없는 큼직한 조작 버튼들은 익히 들은 대로 완벽에 가까웠다. 탁 트인 윈드실드 너머로 항구 도시의 아취가 병풍처럼 펼쳐지는 가운데 XC90의 운전석에 앉은 이가 누리는 프리미엄은 SUV로 도로 위를 접수하는 정복감이나 소름이 돋는 자극보다는 요트의 틸러를 조정해 물살을 헤치며 유유히 나가는 여유로움이다. 고속도로와 지방도, 산길, 오솔길을 수없이 반복하고, 맑은 하늘에 비온 뒤 갠 날씨까지 변덕을 부렸지만 XC90은 별 미동 없이 2시간 내내 순항했다. 새로운 하드디스크를 기반으로 한 RTI 내비게이션 시스템 덕에 난생 처음인 길에서 미아가 되는 불상사(두세 차례 경험이 있다!)를 면했고, 연료 게이지에는 아예 신경을 꺼두었다. 이보다 더 평화로울 순 없다!
4대로 나눠 탄 7명의 한국 팀은 120km/h 지점을 지나면서 10분간 더 휴식을 가졌다. 말인즉, 운전 행위 자체가 휴식이었다는 거다. 미처 알지 못했지만 새로운 XC90은 안팎으로 은밀한 성형이 이루어졌다. 뭐랄까,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당찬 SUV들처럼 좀 더 강건해졌으면서도 스칸디나비안 특유의 우아한 채취를 솔솔 풍기는 건 여전하다. 건장한 차체는 머슬맨보다는 K1 파이터의 그것에 가까운데, 크롬을 추가한 새로운 그릴이나 컬러 코딩을 강화한 범퍼를 달아 주목도를 높였다. 겉보기에 가장 눈에 띄는 건 새롭게 디자인된 테일램프가 XC90 숄더 라인의 곡선을 더 도드라지게 만든다는 점이었다. 부분적으로 컬러 코딩된 사이드 미러에는 방향지시등이 추가되었다. 지시등 스택의 퀵 푸시 버튼을 누르면 방향지시등이 세 번 연속 깜박이는데, 유턴할 때 쓰면 요긴할 듯하다. 컬러 라인업에 일렉트릭 실버 메탈릭과 섀도 블루가 추가된 것도 기억해둘 만한 변화. 때마침 숲 사이를 비집고 나온 한 줄기 햇살에 크롬을 추가한 그릴과 카물러스(Camulus) 8×18인치 알루미늄 휠 안의 클래식 볼보 엠블럼이 빛나고 있었다.
새로운 컬러와 다양한 소재 선택의 폭을 제공하는 인테리어도 확실히 달라 보였다. 특히 부드러운 가죽 소버린 하이드 장식대와 보색에 가까운 컬러의 스티칭, 작은 구멍이 난 가죽 패널 등이 시각과 촉각을 즐겁게 만든다. 중앙 콘솔 또한 새로운 디스플레이와 알루미늄 트림으로 장식되었다. 오디오 시스템은 아우디 A8 뱅앤올룹슨 못지않다. 알파인의 디지털 클래스 D 앰프와 뱅앤올룹슨의 아이스 파워 테크놀로지, 돌비 프로 로직 Ⅱ 서라운드 시스템과 다이나우디의 라우디 스피커가 어우러진 명실상부한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라디오였는지 CD였는지 기억이 불분명하지만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를 제대로 들어본 것도 퍽 오랜만의 일이었다는 기억만큼은 선명히 남아 있다.
후진 트랙과 보조 라인을 보여주는 주차 보조 카메라처럼 안전을 전제로 한 새로운 하이테크도 도입되었다. 날이 지고 굴곡이 심한 도로에 진입했을 때 더 나은 가시성을 제공하기 위해 설치한 액티브 바이 제논 라이트가 그중 하나. 도로의 굴곡을 분석· 측정하고 추적하는 헤드라이트 빔인데 양 방향으로 최대 15도(총 30도)까지 회전되고, 이 회전으로 굴곡이 있는 도로를 더 길게 끝까지 비출 수 있다. 액티브 바이 제논 라이트는 전력 소모를 줄이기 위해 낮에는 자동으로 꺼진다. 또한 새로운 XC90에는 시야에서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를 위한 BLIS(Blind Spot Information System)가 마련돼 있다. BLIS는 사이드미러 밑에 삽입된 카메라를 통해 다른 차들이 차의 오프셋 리어 사각지대에 진입하는 즉시 해당 방향의 미러 안쪽에 불을 깜빡여 운전자의 주위를 환기시킨다. 현재 국내 법규상 BLIS의 은혜를 누리기 어렵다는 게 아쉬울 뿐.
여느때처럼 시승을 마친 뒤 그 지방의 대표 음식들을 섭렵했다. 서울을 떠난 뒤로 열 끼째였으니 김치와 고추장 생각이 절로 날 만했다. 하지만 참아야 했다. 짜고 매운 음식이 입맛을 돋우기도 하지만 건강에는 해로울 수도 있다. 직렬 6기통 3.2ℓ 엔진과 첨단 안전 장비를 가득 채우고, 프리미엄 모델다운 면모를 집중 보강한 XC90은 간이 알맞게 밴 그날의 음식처럼 몸에 이로운 SUV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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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정석헌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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