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금속과 노트북은 같으면서도 다르다. 둘 다 취급에 주의해야 하는 것도, 잃어버리기 쉽다는 것(조사에 의하면 공항에서 노트북을 분실하는 사람은 대략 30% 정도다)도 같지만 귀금속은 무거울수록 비싸지고 노트북은 반대로 싸진다. 노트북이 무거울수록 싼 이유는 부품의 차이 때문인데, 무거운 노트북은 노트북용 부품 대신 PC용 부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PC는 이동하면서 사용하는 물건이 아니기에 부품의 무게가 중요하지 않으며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같은 이치로 노트북보다 작은 미니 노트북은 노트북용 부품 중에서도 고사양을 사용하므로 일반 노트북에 비해 높은 가격을 ‘호가해왔다’.
그런데 최근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불과 2~3년 전 기준으로 일반 노트북보다 비싸야 할 10인치 이하 미니 노트북 가격이 50만~60만원대. 굳이 음모론적 시각을 동원하지 않아도 이들 제품은 노트북 흉내를 내는 PMP와 가격에 차이가 없다. 이들은 분명히 윈도 XP가 탑재되어 카트라이더 같은 게임과 타이핑 가능한 키보드가 있는 엄연한 노트북이다. 그런데 이렇게 저렴할 수 있는 이유는 노트북을 구성하는 부품들의 성능 향상과 가격 하락의 덕택이다. 노트북 가격 파괴에 이은 성능 파괴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미 출시되어 주목받는 제품은 아수스의 eeePC 시리즈, MSI의 윈드U100, 고진샤의 S130 등이 있으며 뒤를 이어 델과 후지쯔, 기가바이트 등도 이 ‘성능 파괴 파티’의 초대장을 발송할 예정이다. 이들 제품은 인텔의 아톰 CPU의 힘을 빌려 1GB 메모리, 80~100GB 용량의 하드디스크나 12GB SSD의 저장 매체를 7~10인치 크기의 LCD 액정에 담고 미니 노트북 2.0 시대를 준비 중이다. 최초로 출사표를 던진 아수스의 eeePC 시리즈는 전작의 단점들을 모두 개선하는 각고의 노력으로 앞서 달리는 중. 무려 7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와 SSD를 저장 매체로 사용한 모델은 발열과 소음을 확실히 잡았다. 10형 LCD 액정을 탑재한 만큼 일반 노트북에 비해 가장 위화감 적은 키보드를 탑재한 MSI의 윈드U100, 7형 액정에 지상파 DMB와 GPS 모듈까지 넣고도 무게가 1kg 초반대인 다른 제품과 살짝 다른 노선을 걷는 800g의 고진샤 S130도 강력한 적수. 그런데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듯 리뷰해서 단점 없는 제품은 없다.
먼저 eeePC에 탑재된 SSD는 실행 속도는 빠르지만, 데이터 저장 속도는 그렇지 못해 프로그램 설치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MSI의 윈드U100은 블루투스가 빠졌으며 사용 시간은 2시간 전후의 조루, 고진샤 S130 역시 짧은 사용 시간과 함께 몇 년 전 미니 노트북의 향수를 되살리는 높은 가격이 문제다. 다행인 것은 이 제품들의 단점이 꺼냈던 신용카드를 다시 집어넣게 만들 정도는 아니라는 것과 용서할 수밖에 없는 가격을 가졌다는 점.
이 미니 노트북들은 다이아몬드처럼 광채를 내뿜는 제품은 분명 아니다. 조금 폄하한다면 다이아몬드처럼 반짝반짝거리는 비즈라 말하고 싶다. 그 실용성과 저렴한 가격 역시 비즈를 닮았다. 값은 싸지만 싸구려는 아닌 ‘딱’ 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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